밋밋하게 느껴지는 제목보다는 표지의 구절이 더 인상적이다. “능력에 요령을 더하면 멋지게 갈 수 있다”는. 뒷표지를 보면 더 마음을 울리는 말이 적혀 있다. “불행한 아이였다고 해서 불행한 어른이 되란 법은 없다. 어찌 됐든 살아남았다면, 어른이 된 후에는 자기 삶의 기록을 더 나은 쪽으로 고쳐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구절이다.
요즘 육아를 하면서 때때로 생각한다. 내가 지금 내 아이에게 당연하게 가르쳐주는 것들을, 당연하게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렸을 때의 나를 포함해서. 어딘가에서는 또, 내 아이가 배우지 못하는 더 좋은 것들을 자식에게 당연하게 가르치고 물려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는 아이도 있고, 양육자가 없는 아이도, 가정에 다른 여러 문제가 있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경쟁할 때, 누군가는 어떤 세계에서 아주 당연한 일들을 잘 모르거나 서툴러서 기회를 놓치거나 혼자 외따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때때로 슬프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자라난 아이가 어른이 되어, 또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때에 대한 이야기다. 매뉴얼이나 처세서가 아니라, 저자는 이렇게 그 시기에 헤매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을 잔잔히 풀어놓았다. 자신은 받고 경험하지 못한 어른스러운 배려들과 침착함들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담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능력”이 나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라면, “요령”은 성장하면서 물려받은 배경이 없는 사람이 그 배경 없이 필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 자신의 어른된 삶을 평탄히 만들어갈 수 있는 방식일 거다. 그건 “정상에서 만나자”는 식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른, 아웃사이드에서 태어난 아이가 성장하고 어떤 바운더리 안으로 조금씩 걸어들어가며 겪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소설 속에서 늘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써 왔던 것 같아서, 읽으면서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괜찮은 거라고, 길을 조금 돌아서 온 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