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 가자+가라오케 가자 – 와야마 야먀, 현승희, 문학동네

그러니까 왜 이것을 듣고 있는가. 다들 그렇겠지만 그것은 와야마 야마 선생의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엔딩을 봐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 정말. 이 망할 사랑 같으니. (먼산) 도서전 가서 책을 잔뜩 사들고 오다가 리디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완결권 올라온 거 보고서 그 사람 많은 9호선 지하철 구석에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그걸 읽고 있었어……..

와야마 야마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아님. 시리즈를 몇질을 내고 단행본이 권수로 몇권인데도 여전히 어색하고, 연출은 그야말로 정석중의 정석인데 새롭거나 파격적이진 않지만 그 정석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타입. 연출 쪽은 굉장히 감정적인 요시나가 후미 같을 때도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애초에 “가라오케 가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라는 건 굉장히 취향 타는 이야기다. 오사카에서, 노래를 못 부르지만 보스의 취향대로 가라오케에서 노래대회를 해야 하는 야쿠자 쿄지가, 중학교 합창부 부장인 사토미에게 노래 선생이 되어달라고 하는 내용에서 시작해서, 도쿄의 법대로 진학해서 돈을 아껴 500엔 짜리를 저금하는 사토미와 오사카와 도쿄를 오가며 기회 되면 사토미와 만나서 밥을 먹는 쿄지의 이야기로 넘어왔는데.

이건 BL이 아니고, 중학생 내지 이제 갓 성인이 된 대학생이 25세 연상의 야쿠자를 사랑하는 이야기 같은 것은 내 취향 존에 절대 들어가지 않는 조합인데, 도대체 이 망한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야쿠자 나오는 순정만화 =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제멋대로이고 위험한 남자가 내게만 대형견 충견이 되는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기 위해 갖다붙인 장치 라고 생각해서, 대개는 싫어하고 대다수는 작가가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쪽임. 이 이야기도 처음에 “가라오케 가자”를 개그만화라고 생각해서 읽었던 것이고.)

“사토미는 나랑 뭐가 되고 싶은데. 날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난 앞으로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은 것 같아요. 계속 같이 있고 싶어.”
“……”
“반대로 쿄지 씨는 나랑 뭐가 되고 싶어요. 야쿠자 못 그만두나.”
“두목님이 돌아가실 때 까진 안 되지.”
“……”
“그치만 사토미한테서 내가 필요없어질 때 까진 같이 있을게.”

노래대회에서 꼴찌하면 제일 싫어하는 것을 팔에 문신으로 새기겠다는 보스와, 그러면 좋아하는 것을 대신 말하면 되잖아요, 하고 말하는 사토미. 그리고 꼴찌한 쿄지의 팔에 새겨진 사토미의 이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대학생이 된 사토미가 쿄지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지워주기 위한 수술 비용을 모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걸 다 모으고 문신을 지우면 쿄지와 헤어지거나, 관계를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폐로 바꿔 온 것도 아닌, 비닐봉지 가득 들어 있는, 하루에 한두 개씩 1년동안 모은 5백엔짜리 동전 3백개의 무게는 그 자체로 쿄지에 대한 사랑과 미련이다. 아 미친. 망한 사랑같으니. 앞으로 15~16년 뒤까지, 사토미는 무사히 변호사가 되어 35세쯤 되고 쿄지도 환갑이 되도록 부두목으로 부지런히 일하는데, 보스도 정정하게 잘 살아계셔서 사랑한다는 말도 못한 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밥만 우걱우걱 먹으면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 까지 사랑을 하는 것도 아깝고 그냥 망한사랑 말도 못하다가 끝까지 망해라. 휴. 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둘이 BL로 끝나지 않고, 분명히 마음은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밤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뭔가 먹고, 얼굴만 보다가, 아침에 헤어지는 그 시퀀스가 정말. 저런 어린애에게 이런 헌신적인 순애를 받다니 쿄지새끼 세금 세배로 내라. 야쿠자도 세금 내는지 모르겠지만 저놈은 세금 세 배로 내지 않을 거면 세토 내해에서 플랑크톤 밥이 되는 게 낫겠다. 하, 정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하 지하철에서 티셔츠 목이 늘어나게 잡아당겨 눈물을 닦은 뒤 바로 트위터에 2차썰로 쿄지가 환갑이 되도록 보스가 정정하셔서 둘이 밥만 먹고 있는 이야기 쓰던 사람)

=========이하, 트위터에 풀었던 썰=========

아, 좋아. 파미레스…..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말인데. 16년쯤 휙 지나서, 사토미는 35세쯤 되고, 쿄지도 환갑이 다 된 어느 날에, 그때에도 두 사람은 사랑한다 그런 말 없이 그냥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초밥집, 장어집에서 만나는 사이. 밥먹는 사이. 기묘한 친구. 그 정도로 지내던 어느 날에 분위기 좋은 일식집에서 보자 했는데 사토미가 옷을 좀 잘 입고 나타났고, 평소랑 분위기가 다르고. 밥먹고 나오는데 사토미가 그랬으면 좋겠다.

“……맞선 봤어요.”
“응.”
“……제가 마음에 든대요. 상대도, 상대 아버지도.”
“뭐 너 정도면 어디다 내놓아도……”
“……사랑해요.”

16년이 지났고 법대생이었던 사토미는 원래는 판검사라든가 공직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야쿠자인 쿄지와 계속 만나는 것이 지탄받는 일이 될 것 같으니까, 변호사가 되었고. 여전히 쿄지를 사랑하지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쿄지는 안고 토닥토닥 하는 일조차 없이 밥만 먹고.

그리고 맞선 봤다는 말을 듣고도 쿄지가 마치 친척 아저씨처럼 웃으면서 “그렇지, 너도 이제 결혼할 때가 되었지. 상대는?” “상사의 딸이에요. 그쪽도 변호사.” “잘 되었네, 그나저나 그런 점잖은 집안이면 네 결혼식에 이쪽 세계 사람인 나를 부르긴 그럴테니, 축의는 오늘 해야겠구나.” 하면서, 마치 이제, 사토미가 결혼하면 다시 안 볼 것 처럼, 안 봐도 괜찮을 것 처럼, 웃고 있는데 사토미가 길바닥에서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는 것.

“대체 거기 보스는 언제 돌아가시는데요? 나이가 몇살이시고 그 사이에 항쟁이 두 번이 있었는데도 살아계시다니, 무슨 불사신이냐고!!!!!”

주변에서 개그컷처럼 야쿠자들이 돌아보는 가운데 뜬금없이 비 오고 폭풍이 쳐야 할 것 같음. 쿄지는 쿠레나이 좋아하는 남자니까, 그거 가사처럼. 그리고 쿄지가 사토미를, 이 아니라 사토미가 쿄지를 그 비바림치고 폭풍 부는 거리에서 끌어안을 것 같다고. 쿄지는 그때야말로 능글거리는 얼굴로 조금 쓸쓸하게, 다 늙은 아저씨가 뭐가 좋다고, 하고.

망해라, 이놈들아. 이 망한 사랑아. 몽땅 망해라.

‘쟤들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 까지 망한 사랑을 하는 것도 아깝고, 사토미는 무사히 변호사가 되고 쿄지도 환갑이 되도록 부두목으로 부지런히 일하고 보스도 잘 살아계시고, 여튼 한쪽이 서지도 않을 나이가 될 때 까지 망한사랑 말도 못하다가 끝까지 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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