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의 소설은 늘 좋았지만 이번 한 권은 사람을 정말 쥐었다 폈다 하는 느낌이었다.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를 정신없이 읽고, 한번 더 읽었다. 레즈비언 뱀파이어와의 우정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쌍방 사랑이었던 절절한 이야기 가운데 기영의 남편이 너무나 하이퍼 리얼리즘 한국 남자여서 좀 웃었고, 중간에 이 사랑이 너무 막막해서 잠시 멈춰 섰던 대목이 있었다.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애”와 “성별을 뛰어넘은 사랑”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이야기 자체의 힘이 강했고, “인형 눈알 붙이기”는 아밀의 이야기의 근간 역시 한국 순정만화였겠구나 하면서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마음이 조금 복잡해진 것은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였는데, “이래도 되나, 아무리 섹스로봇이 도구라고 해도 그렇지”하면서 읽는 한편으로 “섹스로봇 나오는 이야기인데 제대로 여성의 이야기여서”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이것보다 잘 쓸 게 아니라면 섹스로봇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기준점은 될 것 같다.
아밀의 소설은 탐미적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그것을 성실하게 추구한다기보다는, 상하기 직전까지 방치해 두었다가 물렁해진 것을 집어드는 듯한 느낌으로 추구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육 안쪽에는 뼈처럼 단단한 씨앗이 있다. 망고의 뼈 처럼. 격의 차이를 논할 부분은 아니지만 확실히 나는 쓸 수 없는 종류의 글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정말 여전히 소녀이고 언제나 마녀인 사람의 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