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동사무소는 2007년 2월에 공모전에서, 정식 상이 아닌 “편집부상”이라는 뭔가 가작 밑에 있어보이는 어정쩡한 이름으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시드노벨이 나오면서 한참 한국 라이트노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튀어나오던 2007년 여름에 그 첫 권이 나왔다.
동사무소 동장과 신입 여직원이 동네에 출몰하는 한국 전통의 귀신과 요괴들을 때려잡는 단순한 이야기였는데, 운이 좋게도 신인작가의 데뷔작인데도 마의 세 권을 넘겨 다섯 권까지 나왔다. 연재가 끝난 뒤에 블로그에 월하의 동사무소 참고 도서/논문 목록 이라는 글을 정리해 올렸다. 거기에도 언급했지만, 곽재식 작가님의 “게렉터 블로그“에서 키워드를 찾아보고, 그걸 바탕으로 자료를 찾아서 이야기를 만든 것들이 꽤 있다. 어쩌면 게렉터 블로그가 없었어도 데뷔는 했겠지만, 그 원패턴의 퇴마 이야기를 다섯 권이나 만들 수 있었던 것에는 그 블로그의 덕을 크게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전부터 책으로 소장하기를 원했던 그 게렉터 블로그의 한국 괴물 목록은 이번에 책이 되어 나왔다. 도판이 무척 좋고, 이 괴물이 어떤 문헌에 나오는 것인지 같이 실려 있어 원 자료를 찾아보기에도 좋다. 제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저 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뭔가 많은 생각이 들지만(……) 작가님이 좋으시다면 괜찮은 거겠지. 내용 자체가 자세하거나 재해석이 붙었다기보다는 어디 가면 뭘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므로, 한국 배경의 판타지를 만들려는 사람이라면 인덱스 삼아서라도 다 한권씩 사야 할 만 하다.
그건 그렇고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시는 걸까, 곽재식 작가님은.
늘 놀라울 뿐이다.
PS) 도판이 무척 훌륭하다. 과하게 장식적이지 않고 묘사된 특징을 알아보기 좋아서, 일러스트를 만들 때 원형이 될 수 있을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