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전혜진
발행
&(앤드)
발행일
2026-01-05
책소개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으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해 온 작가 전혜진이 《연희 이야기》로 돌아왔다. 서울의 도심과 통영의 외딴섬 사량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일상적인 혐오 속에 놓인 여성의 삶을 오컬트라는 장르적 문법으로 강렬하게 포착한다.
가족에게 버려진 뒤 섬으로 내려가 신을 모시며 살아온 연희. 서른 해 동안 단절되었던 오빠 원일에게서 느닷없는 전화가 걸려오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병에 시달리는 조카 연아. 서울로 향한 연희는 조카의 고통 속에서 자신이 묻어두었던 운명의 그림자를 다시금 마주한다.
한때 가족에게 버림받았던 연희는, 이제 같은 처지에 놓인 조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껏 위태롭게 지켜온 평범한 삶을 택할 것인가. 기꺼이 업보를 짊어지고 연아에게 닥친 재앙을 걷어낼 것인가. 《연희 이야기》는 연희와 연아가 마주한 귀신들과 그들의 선택이 불러올 파장을 통해,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진실을 향해 서늘하고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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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사항
목차
- 연희이야기1
- 괴담 하나, 그런 것은 받을 수 없어요
- 연희이야기2
- 괴담 둘, 고독한 학부모방
- 연희이야기3
- 괴담 셋, 강남대로 몽유록
- 연희이야기4
- 괴담 넷, 예대생들 뱀 조심해라
- 연희의야기5
- 괴담 다섯, 긴 뱃고동 소리
수록작 소개
『연희 이야기』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드는 다섯 편의 괴담과, 이를 관통하는 액자식 서사인 「연희 이야기」로 구성된 호러 연작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오컬트라는 소재 속에서 오늘날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겪고 있는 폭력과 차별 등으로 오갈 데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주인공인 ‘신연희’는 어린 시절, 가족을 앗아간 비극적인 교통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친할머니에게 “집안을 망친 여우 새끼”라는 저주를 들으며 내쳐졌던 인물이다. 무당인 이모의 손에 거둬져 사량도에서 자라며 결국 신내림을 받게 된 그녀의 삶은,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나 끝내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저승을 넘나들었던 신화 속 ‘바리공주’ 이야기와 꼭 닮아있다.
30년 만에 자신을 버렸던 큰오빠 원일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향한 연희는, 원일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인 연아가 원인 모를 신병을 앓고 있음을 마주한다. 조카를 구하기 위해 나선 연희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린 여성들의 비극적인 사연들이 괴담 형식으로 잔잔히 녹아있다.
병든 남편을 살리겠다는 그릇된 집착으로 남의 갓난아기에게 액운을 씌운 ‘제웅’을 건네는 아내의 이야기 「그런 것은 받을 수 없어요(제웅)」, 치열한 신도시의 교육열 속에서 자녀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학부모의 광기를 그린 「고독한 학부모방(염매고독)」은 비뚤어진 교육열과 욕망이 빚어낸 비극을 보여준다.
「강남대로 몽유록(원귀)」에서는 데이트 폭력, 스토킹, 묻지마 범죄 등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당한 원혼들의 목소리를 통해 참혹한 현실을 집어낸다. 「예대생들 뱀 조심해라(상사뱀)」는 스토킹 끝에 사고로 죽은 남자의 원념이 뱀이 되어 학교를 떠도는 끔찍한 집착을 형상화한 장면을 대학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구조로 새로이 서사화 했다.
이 모든 비극과 맞닿아 있는 연희는 어린 조카 연아를 위해 결단을 내린다. 도자기 클래스를 운영하며, 신병은 있지만 무당은 아니었던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던 내려놓고, 조카 연아에게 내린 신(이모의 혼백)을 자신의 몸으로 옮겨 받는 ‘전임굿’을 행하기로 한 것이다. 기꺼이 무당의 멍에를 짊어지며 조카에게 평범한 삶을 돌려주는 연희의 선택. 이는 쫓겨난 딸이자 누이였던 그녀가 가족과 타인의 고통을 껴안고 치유하는 역할로 스스로를 내맡긴다.
마지막으로 「긴 뱃고동 소리(손각시)」는 다시 연희의 시점으로 돌아와 친부의 성폭력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젊은 여성 ‘은서’의 비극과 가해자인 아버지의 추악함을 그리며 가정 내 은폐된 폭력을 고발한다.
이 소설은 각 장의 작은 제목에 실린 귀신들의 이야기로 느슨하게 이어져 있고 연희로 모든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이때 귀신들의 이름은 바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겐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낯선 이름이지만 구연동화처럼 듣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그들의 비극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억울하게 죽은 자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다. 독자들은 어디서부터 꼬이게 된 것인지 읽어내려가며 한(恨)을 벗겨내는 살풀이를 함께하는 것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 소설에서 귀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모든 악의 고리가 반복된다. 여성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내몰린 삶을 반복한다. 이 작품은 소외된 자에 대한 아픔을 돌아보는데 끝나지 않는다. 연희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간을 빼먹는 막내딸 ‘여우누이전’이지만 연희에게 주어진 내면의 모티프는 홀로 가족을 구해내는 ‘바리공주 이야기’다. 숙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연희를 통해 비참한 삶일지라도 주어진 운명에서 앞으로 나아갈 이유들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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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자면 긴데요. 원래는 기존의 호러/오컬트 단편소설들에다가, 새로 몇 편을 더 써서 단편집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귀신, 괴물들을 소재로 한 단편집 같은 것이었죠. 전에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에 수록했던 ‘창귀’라든가. 그런 느낌으로요. 그래서 책에 들어갈 단편들을 쓰고 있었는데,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먼 뱃고동 소리’를 쓰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써놓고 보니까 이 이야기는 어떤 시리즈의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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