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책(논픽션)

  • [망한논문 참고자료] (2) 백문임, 『월하의 여곡성 –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史』, 서울:책세상, 2008

    [망한논문 참고자료] (2) 백문임, 『월하의 여곡성 –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史』, 서울:책세상, 2008

    15-16쪽 (2003년 “여관방 몰카에 잡힌 혼령의 정체: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로 관객을 유인했던 <목두기 비디오>(윤준형, 2003)에 대해) “제작진은 그 고등학생의 가족사를 파헤쳐 실제의 살인자가 버젓이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영화를 마무리했고, 흥분한 관객들은 이 살인사건을 방송국에 제보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해프닝에서 흥미로운 것은 ‘귀신의 힘을 빌려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는 옛 공안(公案) 이야기의 서사가 21세기 인터넷 공간에서도 통용되었다는 사실이다.” 51쪽 “한국 공포영화는 설화나 민간 신앙에 나타나던 원귀(冤鬼), 그중에서도 여성 귀신을 괴물로 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억울한 사연을 품고 죽은 여성이 현실에 돌아와 잔인한 복수극을 펼치는 내러티브를 장르적 특질로 형성했다.” 16쪽 “<장화홍련전>이나 <김인향전>처럼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가 원귀가 되어 사또나 어사 등 관(官)의 힘을 대신할 사람 앞에 나타나 신원(伸冤)해줄 것을 청하고, 판관을 이를 해결하여 공공질서를 바로잡는 공안 이야기와 <목두기 비디오>의 차이라면 원귀가 사람 앞에 직접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캠코더라는 시각 매체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사또나 어사가 아니라 비디오 저널리스트가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이 기괴스러운 이미지와 그에 대한 반응이 상호 증식하면서 담론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21쪽 “젊은 여성의 귀신이 가장 비천하고 사악한 존재로서 귀신의 위계에서 최하위에 위치하면서 가장 큰 두려움을 주었다는 것은, 유교적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이 타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호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 ‘호명’을 통해서도 이들을 제어하기가 어려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1쪽 “원시종교에서부터 귀신은 숭배의 대상이었지만 인귀(人鬼)는 선한 귀신인 조상귀신과 악한 귀신인 사귀(邪鬼)로 구분되었고 그중에서도 여자 귀신은 가장 사악한 귀신으로 간주되었다. 인귀의 종류를 나누고 위계화하는 관념은 본격적으로 성리학이 유입되었던 고려 말부터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죽어 선한 귀신이 되는가 악한 귀신이 되는가는 이승에서의 삶의 양상이나 죽음의 방식, 즉 성리학적 세계관이 규정하는 ‘정상적인’ 삶과 죽음의 방식에 의거해 결정되었다. 가장 정상적인 죽음은 오래 살다가 자기 집에서 죽는 것을 말하고, 단명(短命)에 죽거나 객사하거나 자살 또는 타살로 죽는 것은 이상사(異常死)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죽어서 자손들의 봉제사(奉祭祀)를 받는 선한 조상신이 되는 조건은, 통과 의례를 거쳐 환갑 이후까지 장수하고 자녀를 두되 특히 아들을 낳아 가계를 이은 뒤 자택에서 죽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러한 ‘정상적인’ 조건에서 벗어난 삶 또는 죽음을 경험하면 원귀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혼인이라는 통과 의례를 겪지 못하고 죽은 ‘처녀귀신’의 원한이 가장 크다는 통념이 존재했던 것은, 윤리 질서나 규범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 같은 질서와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강했음을 반증한다.” 55쪽 “의미심장하게도 이 괴물들은 ‘가족’과 ‘기억’이라는 카테고리를 끈질기게 문제시하는 방삭으로 근대화 시기의 극장에 나타났다. 가족과 공식적인 기억은 역시 근대적인 제도로 재편되고 담론화되는 과정에서 ‘과잉 억압’을 파생시켰고, 일상과 욕망에 한계와 제한을 가하면서 그로부터 이탈된 자질들을 ‘타자’화했다.” 52-53쪽 “전래 귀신담의 여귀는 ‘차이’를 구현하는 여성인 동시에 지배 질서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죽은 존재로서 두려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교훈과 경계를 목적으로 하는 서사적 틀에 의해 여귀는 지배 질서의 대행자인 유력자 혹은 가부장에게 신원(伸冤)을 하소연하는 가엾은 희생자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녀들의 존재 자체는 두려운 것이지만, 서사적 틀은 그녀들을 현세 질서의 보조자로서, 공권력의 조력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53쪽 “공포영화의 괴물을 ‘억압된 것/타자’의 개념적 이중 쌍으로 설명한 앞의 시각을 따른다면, 한국 공포영화의 여귀 역시 당시 사회문화가 부과한 과잉 억압을 지시하는 형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여성이 불러일으키는 근원적인 두려움과, 박정희의 근대화 프로젝트에서 ‘과잉 억압’된 가치들에 대한 매혹과 불안이 중첩되어 있다.” 53쪽 “반면 공포영화에서의 여귀는 희생자나 조력자의 이미지를 벗어나 스스로의 분노와 원한을 풀기 위해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를 하는 존재로 변화한다. 이때 복수의 범위는 점차 가해자의 집안 자체로, 나아가 무고한 사람들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에 여귀는 귀신담에 존재하지 않던 과잉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시각적인 차원에서도 여귀는 단일하고 통합된 근대적 자아의 신체경계를 위반하고 해체하는 이미지를 지닌다. 그녀들은 고양이나 여우와 같은 짐승의 신체로 변형되기도 하고, ‘자아’가 결여된 시체의 신체로 등장하기도 하며, 가부장적 질서를 ‘거세’하는 공격적인 신체를 지닌다. 신체의 표면을 뚫고 나오는 이빨, 손톱, 머리카락은 단일하고 통합된 신체의 관념을 와해시키고, 서구 드라큘라 영화에서 유입된 ‘흡혈’ 행위를 통해 타인(특히 남성)을 상징적으로 ‘거세’할 때에는 성적 정체성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특히 ‘흡혈’은 한국에서 여귀의 행위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섹슈얼리티의 발현이라는 의미를 파생시킨다.” 55쪽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이러한 젠더화가 나타났지만, 가까운 과거에 생산된 여성 원귀를 등장시킨 공포영화는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그러한 젠더화에 내포된 ‘과잉 억압’의 흔적을 드러낸 정르이기도 하다. 근대적 이상이 전근대의 귀신을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매장한 후, 특히 국가적인 차원에서 근대화가 획일적으로 추진될 무렵, 공포영화라는 첨단 매체를 통해 다시 등장한 여귀는 칸트가 숭고한 대상의 속성으로 언급했던 “크고 위력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공포영화는 때로는 이들을 전근대의 맥락 속에서 개념화화기도 하고, 때로는 이들에게 전면적이고 역동적인 마성을 부여해 공포를 스펙터클화 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55쪽 “우드가 1970년대 미국에서 ‘정상성’의 경계를 이루는 목록으로 정리했던 것, 즉 “일부일처제-이성애주의-부르주아-가부장주의-자본주의자” 외에 1960년대 이후 한국에는 “민족주의-근대화주의자”라는 경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 경계는 상충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존재들, 그중에서도 여성들은 한국 공포영화에서 무시무시하고 흉측한 괴물들로 변형되었다.” 56쪽 “따라서 공포영화의 여귀들은 근대적 가족 제도의 재편 및 민족적 기억의 공식화 담론과 관련하여 새롭게 ‘타자’로 등장한 존재들, 자질들을 표상한다고 말할 수 있다.” 81쪽 “여기에서 한수의 참회 방식이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 독립운동가로 만드는 것’ 이라는 점은 그의 참회가 단순히 아내 월향의 정절을 의심하여 죽게 만들었다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월향의 죽음 한수 자신의 ‘변절’을 상징하는 것이며, 한 집안에서 일어났던 참극은 이 순간 민족적인 차원의 비극으로 지평이 확장된다. 이제 <월하의 공동묘지>라는 공포영화는 여귀를 ‘민족적 원한’의 담지자로 만들며, 그녀의 복수를 근대적 가치와 제도들에 대한 응징으로 변화시킨다.” 95쪽 “공포영화 형상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질은 가부장적 가족 관계에서 원한을 품고 죽은 여성이 여귀로 귀환하여 벌이는 복수극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다양한 경향의 공포영화가 시도되지만, 1965년경부터 한국의 공포영화에서는 여귀의 복수극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125~126쪽 “전래 설화에서 공포영화로의 변이, 그리고 그 중간을 매개하는 ‘신파’의 역할. 이는 한국 공포영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특질이라고 할 수 있다. (월하의 공동묘지, 두견새 우는 소리 예시)” 95쪽 “초기 공포영화에서 여귀가 구현하는 가치들은 무엇보다 ‘신파’와 멜로드라마라는 정서적 매개를 통해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졌다. 1975년까지 공포영화에는 원한을 품고 죽음에 이르게 된 여성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그녀가 여귀로 귀환했을 때 벌이는 복수극에 카타르시스 효과를 부여하기도 했다. (중략) 1975년 이후 공포영화에서 여귀는 동정과 연민보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변화되고, 내러티브에서는 여귀를 ‘퇴치’하는 모티프가 강화되게 된다. 여귀의 행위가 카타르시스보다는 공포를 제공하게 되고 여귀가 동정과 연민보다는 섹슈얼리티와 외래성(外來性)을 환기하게 됨에 따라 공포영화는 동시대 여성에 대한 불안감이 노골적이고 생경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장(場)이 된다.” 106=107쪽 “한국에서 전설과 사화, 민담 등의 이야기는 근대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생산/재생산되었으며, 1960년 전후의 시점에서도 『한국 야담, 사화 대집성』(1959년 9월 간행)과 같은 형태로 집성되거나 월간 『야담과 실화』, 『소설계』와 같은 대중 문예지를 통해 재생산된다. 이는 공포 영화의 이야기 소재 및 내레이터의 내레이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문제로, 좀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의 이야기 전승이라는 지평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아랑형 전설’이라든가 ‘불가사리 전설’ 같은 것은 공포영화로 직접 옮겨지지만, 여타의 이야기들은 전체 스토리 차원보다는 개별 모티프들의 차원에서 공포영화에 계승된다. (중략) 이는 구비문학이 문서 형태로뿐만 아니라 시청각적인 방식으로 전승 혹은 재창조되는 하나의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씨받이로 들어갔다가 본처에게 죽임당한 여자의 이야기, 과거 보러 가던 유생이 깊은 산중에서 여자들만 사는 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되는 이야기, 계모에게 죽임당한 전처 자식들 이야기 등) 122~123쪽 “1965년과 1966년에 성공한 이용민의 영화들에 힘입어 1967년에는 공포영화가 붐을 이루게 된다(중략) (월하의 공동묘지, 한, 처녀귀신, 백발의 처녀 언급) 이 작품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여귀가 한국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해외 공포영화의 장르적 관습보다는 전통적인 서사 혹은 동시대 서사들의 관습이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108쪽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 소재와 형식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되는 MBC의 라디오 드라마 『전설따라 삼천리』의 중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존속해왔던 이 드라마는 각지의 전설을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 들려주는 것으로, 여기에서 내레이터가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방식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변사 또는 내레이터의 이야기 전달 방식으로 계승되고, 또 최근까지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도 계승된다.” 120쪽 “1960년대 공포영화의 주 관객층이 “시어머니의 인가를 받아 외출을 시도한 동네 아주머니 부대”였다는 점은 한국 공포영화가 멜로드라마와 관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근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생산되던 가족 비극류, 즉 ‘신파’와 멜로드라마의 이야기 원천으로서 ‘가족’내 여성들간의 갈등은 공포영화라는 신생 장르에서 낯설게 변형된다.”…

  • [망한논문 참고자료] (1)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서울:문학동네, 2010

    [망한논문 참고자료] (1)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서울:문학동네, 2010

    13쪽 “귀신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녀)가 소속이 불확실한 ‘경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과 사의 어느 한 쪽에도 안착할 수 없는 떠돌이, 부유하는 난민이다.” 13쪽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이승과 저승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음이 비로소 드러난다. 이로 인해 이승과 저승이 완전히 다른 세계이며 서로 넘나들 수 없다는 상식은 전복된다. 귀신은 생사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이란 이원론적 구분을 조롱한다. 이제껏 현실을 지탱해 온 합리와 이성의 법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14쪽 “귀신을 보는 일은 마치 눈을 뜬 채로 저승을 보는 것과 같다. 동시에 귀신을 목격한 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귀신이 현실에 출현한 이유를 알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 목격자는 산 채로 사후 세계를 미리 체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 동시에, 귀신의 불운에 동참해 귀신과 운명 공동체를 이룬다. 목격자의 공포는 이러한 운명을 오직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개인성’을 확인하는 데서 증폭된다. 귀신의 요청을 거부하는 자에게 남겨지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신은 산 자의 생기를 먹고 사는 사신의 기호다.” 14쪽 “귀신을 목격한 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귀신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잔혹하다. 그것은 귀신의 음성이 사후 세계와 닿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귀신이란 결국 냉정하고 잔혹한 현실이 만들어 낸 가학적 증거물이라는 확인에서 비롯된다. 귀신에 대한 공포는 결국 모순투성이의 잔인한 현실을 확인하는 데서 비롯된다. 17쪽. “논어”인용. 술이편, 선진편, 옹야편 15쪽 “처녀귀신의 전통은 뿌리깊다. 그것은 15세기에 김시습이 창작한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로 거슬러 올라가며, 더 멀게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수이전』에 수록된 「최치원」으로 소급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귀신은 모두 여성이고, 스무 살이 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가로막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자결한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그 때문에 귀신은 공포에 앞서 슬픔을, 분노보다 큰 애상감을 불러온다. 이들은 오직 순수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먼 옛날, 귀신은 함부로 마음을 열지 않는 수줍음 많은 처녀였으며,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강한 자의식의 소유자였다. 처녀귀신은 꿈을 간직한 순수한 영혼이었지만, 죽은 뒤에야 그 꿈을 이룬 소망의 존재, 비운의 주인공이다.” 15쪽 “고소설에서 자살한 여성 인물이 환생하는 비율은 31% 정도다. 자살한 남성 인물이 환생하는 이야기는 한 편도 없다. 이 중에서 자살한 원귀의 환생에 해당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김인향전」, 「유치현전」, 「장화홍련전」, 「접동새」, 「정을선전」 등 5편이 확인된다.” 16쪽 “처녀귀신은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죽음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킴으로써 공포의 표상이 되었다.” 16쪽 “한국 문화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죽음의 형식은 노화의 궁극적 지점에서 맞는 자연사다. 처녀귀신이란 이에 대한 욕망과 기대를 일시에 배반한 불온한 문화 기호로 자리매김한다. 여성에게 혼례란 성인식과 동일시되었으므로, 처녀귀신은 미처 성인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 실패자의 표상이기도 했다.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귀신의 슬픔이 ‘공포’로 자리바꿈한 데에는 이러한 내력이 작용하고 있다. 응축된 한의 밀도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로 감지되는 것이다.” 16쪽 “유교에서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의식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있다는 귀신 문화를 인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를 존중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에 근간을 둔다.” 19쪽 “귀신은 사후 세계, 즉 저승이라는 상상 속 공간에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동시에 오직 목격자에 의해서만 존재 증명이 가능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출현한 귀신은 귀신이 아닌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신은 포획된 타자다.” 1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야담집에는 귀신 이야기가 전한다. 물론 그 분량은 미미하다. 대개 야담집을 창작하고 읽고, 다시 편집하거나 전했던 이들이 사대부 남성이기 때문이다. 후기로 가면서 한글로 쓰인 야담집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주된 향유층은 여전히 한문을 읽고 쓰는 사대부 남성이었다. 공부하는 선비나 관리들이 여가에 읽던 심심풀이 독서물인 야담집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주인공이 사대부 남성, 벼슬하는 관리라는 점은 독자층과 텍스트 내용 사이의 상관성을 입증한다.” 19-20쪽 “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신은 두 부류다. 하나는 현실의 불완전성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등장한 귀신이다. 다른 하나는 순탄한 죽음을 맞지 못한 원귀(冤鬼)다. 이야기 속에서 이들은 정확히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다. 말하자면 무서운 원귀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성이 독점한 셈이다.” 20쪽 “그러나 성별을 막론하고 죽은 뒤에도 현실과 관계를 맺으며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유없이 등장하는 귀신이란 없는 것이다.” 20쪽 “귀신은 한의 증거인 동시에 의지와 욕망의 표상이다. 이들은 삶과 죽음, 현실과 사후 세계의 단절성을 해체한다. 동시에 그 경계에 위차한 인간의 욕망과 의지의 지점들을 포착해내는 타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22쪽 “여자 귀신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22쪽 “남자 귀신 이야기가 여자 귀신 이야기에 비해 많은데도 더 오래 기억되고 널리 회자되는 것은 여자 귀신 이야기, 그중에서도 단연코 처녀귀신 이야기다. 그것은 처녀귀신 이야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한’의 정서에 기인한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던 여자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입’을 갖게 되었고, 이야기는 바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확성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 처녀귀신 이야기가 귀신 이야기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상황적 요소, 억압된 것을 풀어주는 활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2~23쪽 “여자 귀신들이 사대부 관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설정은 사대부들이 귀신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23쪽 “남자 귀신이 조상신으로 영원히 기려지는 데 비해, 여자 귀신은 권력자가 억울함을 풀어주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원더박스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원더박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대선을 앞두로 읽어 볼 만한 책이기도 하지만, 대선 기간이 지나더라도 육아하는 부모들이 한 번 읽어 보면 재미있지…

  •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게 살기 – 미쉘, 김수정 역, 즐거운상상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게 살기 – 미쉘, 김수정 역, 즐거운상상

    집을 무인양품 쇼룸처럼 꾸미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아니, 난 무인양품을 싫어하지 않는다. 모듈화가 잘 되어 있어 쌓기 좋고, 거추장스러운 스텐실이나…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갓난아이가 한 살이 될 때 까지, 체중이 거의…

  •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우석훈, 다산4.0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우석훈, 다산4.0

    오늘도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데, 꼬꼬마는 사과, 바나나, 키위, 과일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사달라고 했다. 과연,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 이규원 역, 북스피어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 이규원 역, 북스피어

    지금이야 신인 작가들이 “웹툰의 고료는 얼마쯤 해요?”, “스토리 작가가 원고료를 5:5로 나누자는데 다들 그렇게 하나요?”, “단행본 인세 비율은 몇 퍼센트예요?”…

  • 지식의 쇠퇴 – 오마에 겐이치, 말글빛냄

    지식의 쇠퇴 – 오마에 겐이치, 말글빛냄

    오마에 겐이치의 “지식의 쇠퇴” 읽는 중.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 나라에도 영화는 대세 영화만 보고, 책은 보다가 “이거…

  • 나의 사랑 백남준 – 구보타 시게코, arte

    나의 사랑 백남준 – 구보타 시게코, arte

    플럭서스 운동에 매료된 젊은 미술가이자 교사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보고 매료된다. 한편 해방 후 최대의 섬유업체인 태창방직의 사장이자 무역상이던…

  • 여자는 허벅지 – 다나베 세이코, 조찬희, 바다출판사

    여자는 허벅지 – 다나베 세이코, 조찬희, 바다출판사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다나베 세이코가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수필을 모은 수필집. 솔직대담하고 유쾌한 남녀담론이라고 하나, 21세기에 읽히기에는 너무 낡은 것이 아닌가…

  •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우연의 바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우연의 바다

    얼마 전 SNS에서 한 여행작가의 블로그가 논란을 일으켰다. 동행자(아내)에게 고생을 강요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무엇 하나 공들여 보는 게 아니라 마치…

  •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 – 박정자, 기파랑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 – 박정자, 기파랑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는 2009년 뉴데일리에 연재되었던 노마드 강의를 묶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일상적 사건이나 현상들, 우리…

  • 플레이 Play – 김재훈, 신기주, 민음사

    플레이 Play – 김재훈, 신기주, 민음사

    넥슨의 게임을 좋아하든, 돈슨이라고 손가락질하든 상관없이, 넥슨의 역사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바람의…

  • 팩트체크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중앙books

    팩트체크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중앙books

    현재 JTBC의 뉴스들은 종편에서 만들어내는 쓰레기같은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피어난 장미에 가깝다. 아니, 심지어는 자사 기자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도 친정부적인 보도만…

  •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히라마츠 요코, 글담출판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히라마츠 요코, 글담출판

    분카무라 드 마고 문학상을 수상한 음식 에세이. 음식은 물론 음식을 만드는 도구나 담아내는 그릇.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살리고 추억을 떠올리게…

  • 나의 유서 맨발의 겐 – 나카자와 케이지, 아름드리미디어

    나의 유서 맨발의 겐 – 나카자와 케이지, 아름드리미디어

    만화 “맨발의 겐”의 저자 나카자와 케이지의 반핵 수기. 처음 “맨발의 겐”을 읽었을 때는, “반딧불의 묘”를 몇 번째인가 봤을 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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