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책(논픽션)

  • [망한논문 참고자료] (1)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서울:문학동네, 2010

    [망한논문 참고자료] (1) 최기숙, 『처녀귀신 – 조선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 서울:문학동네, 2010

    13쪽 “귀신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녀)가 소속이 불확실한 ‘경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과 사의 어느 한 쪽에도 안착할 수 없는 떠돌이, 부유하는 난민이다.” 13쪽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이승과 저승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음이 비로소 드러난다. 이로 인해 이승과 저승이 완전히 다른 세계이며 서로 넘나들 수 없다는 상식은 전복된다. 귀신은 생사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이란 이원론적 구분을 조롱한다. 이제껏 현실을 지탱해 온 합리와 이성의 법칙을 부정하는 것이다.” 14쪽 “귀신을 보는 일은 마치 눈을 뜬 채로 저승을 보는 것과 같다. 동시에 귀신을 목격한 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귀신이 현실에 출현한 이유를 알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 목격자는 산 채로 사후 세계를 미리 체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 동시에, 귀신의 불운에 동참해 귀신과 운명 공동체를 이룬다. 목격자의 공포는 이러한 운명을 오직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개인성’을 확인하는 데서 증폭된다. 귀신의 요청을 거부하는 자에게 남겨지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신은 산 자의 생기를 먹고 사는 사신의 기호다.” 14쪽 “귀신을 목격한 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귀신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잔혹하다. 그것은 귀신의 음성이 사후 세계와 닿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귀신이란 결국 냉정하고 잔혹한 현실이 만들어 낸 가학적 증거물이라는 확인에서 비롯된다. 귀신에 대한 공포는 결국 모순투성이의 잔인한 현실을 확인하는 데서 비롯된다. 17쪽. “논어”인용. 술이편, 선진편, 옹야편 15쪽 “처녀귀신의 전통은 뿌리깊다. 그것은 15세기에 김시습이 창작한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로 거슬러 올라가며, 더 멀게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수이전』에 수록된 「최치원」으로 소급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귀신은 모두 여성이고, 스무 살이 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를 가로막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자결한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다. 그 때문에 귀신은 공포에 앞서 슬픔을, 분노보다 큰 애상감을 불러온다. 이들은 오직 순수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먼 옛날, 귀신은 함부로 마음을 열지 않는 수줍음 많은 처녀였으며,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는 강한 자의식의 소유자였다. 처녀귀신은 꿈을 간직한 순수한 영혼이었지만, 죽은 뒤에야 그 꿈을 이룬 소망의 존재, 비운의 주인공이다.” 15쪽 “고소설에서 자살한 여성 인물이 환생하는 비율은 31% 정도다. 자살한 남성 인물이 환생하는 이야기는 한 편도 없다. 이 중에서 자살한 원귀의 환생에 해당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김인향전」, 「유치현전」, 「장화홍련전」, 「접동새」, 「정을선전」 등 5편이 확인된다.” 16쪽 “처녀귀신은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죽음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전복시킴으로써 공포의 표상이 되었다.” 16쪽 “한국 문화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죽음의 형식은 노화의 궁극적 지점에서 맞는 자연사다. 처녀귀신이란 이에 대한 욕망과 기대를 일시에 배반한 불온한 문화 기호로 자리매김한다. 여성에게 혼례란 성인식과 동일시되었으므로, 처녀귀신은 미처 성인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 실패자의 표상이기도 했다.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귀신의 슬픔이 ‘공포’로 자리바꿈한 데에는 이러한 내력이 작용하고 있다. 응축된 한의 밀도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로 감지되는 것이다.” 16쪽 “유교에서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의식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있다는 귀신 문화를 인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를 존중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차원에 근간을 둔다.” 19쪽 “귀신은 사후 세계, 즉 저승이라는 상상 속 공간에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동시에 오직 목격자에 의해서만 존재 증명이 가능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출현한 귀신은 귀신이 아닌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신은 포획된 타자다.” 1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야담집에는 귀신 이야기가 전한다. 물론 그 분량은 미미하다. 대개 야담집을 창작하고 읽고, 다시 편집하거나 전했던 이들이 사대부 남성이기 때문이다. 후기로 가면서 한글로 쓰인 야담집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주된 향유층은 여전히 한문을 읽고 쓰는 사대부 남성이었다. 공부하는 선비나 관리들이 여가에 읽던 심심풀이 독서물인 야담집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주인공이 사대부 남성, 벼슬하는 관리라는 점은 독자층과 텍스트 내용 사이의 상관성을 입증한다.” 19-20쪽 “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신은 두 부류다. 하나는 현실의 불완전성을 해결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등장한 귀신이다. 다른 하나는 순탄한 죽음을 맞지 못한 원귀(冤鬼)다. 이야기 속에서 이들은 정확히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다. 말하자면 무서운 원귀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성이 독점한 셈이다.” 20쪽 “그러나 성별을 막론하고 죽은 뒤에도 현실과 관계를 맺으며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유없이 등장하는 귀신이란 없는 것이다.” 20쪽 “귀신은 한의 증거인 동시에 의지와 욕망의 표상이다. 이들은 삶과 죽음, 현실과 사후 세계의 단절성을 해체한다. 동시에 그 경계에 위차한 인간의 욕망과 의지의 지점들을 포착해내는 타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22쪽 “여자 귀신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22쪽 “남자 귀신 이야기가 여자 귀신 이야기에 비해 많은데도 더 오래 기억되고 널리 회자되는 것은 여자 귀신 이야기, 그중에서도 단연코 처녀귀신 이야기다. 그것은 처녀귀신 이야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한’의 정서에 기인한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던 여자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입’을 갖게 되었고, 이야기는 바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확성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 처녀귀신 이야기가 귀신 이야기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상황적 요소, 억압된 것을 풀어주는 활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2~23쪽 “여자 귀신들이 사대부 관리에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설정은 사대부들이 귀신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능력’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23쪽 “남자 귀신이 조상신으로 영원히 기려지는 데 비해, 여자 귀신은 권력자가 억울함을 풀어주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원더박스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김태형, 원더박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대선을 앞두로 읽어 볼 만한 책이기도 하지만, 대선 기간이 지나더라도 육아하는 부모들이 한 번 읽어 보면 재미있지…

  •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게 살기 – 미쉘, 김수정 역, 즐거운상상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 – 무인양품으로 심플하게 살기 – 미쉘, 김수정 역, 즐거운상상

    집을 무인양품 쇼룸처럼 꾸미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아니, 난 무인양품을 싫어하지 않는다. 모듈화가 잘 되어 있어 쌓기 좋고, 거추장스러운 스텐실이나…

  •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 루스 스타일스, 정수진, 가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환경 문제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특히 갓난아이가 한 살이 될 때 까지, 체중이 거의…

  •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우석훈, 다산4.0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우석훈, 다산4.0

    오늘도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데, 꼬꼬마는 사과, 바나나, 키위, 과일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면서 사달라고 했다. 과연,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 이규원 역, 북스피어

    작가의 수지 – 모리 히로시, 이규원 역, 북스피어

    지금이야 신인 작가들이 “웹툰의 고료는 얼마쯤 해요?”, “스토리 작가가 원고료를 5:5로 나누자는데 다들 그렇게 하나요?”, “단행본 인세 비율은 몇 퍼센트예요?”…

  • 지식의 쇠퇴 – 오마에 겐이치, 말글빛냄

    지식의 쇠퇴 – 오마에 겐이치, 말글빛냄

    오마에 겐이치의 “지식의 쇠퇴” 읽는 중.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 나라에도 영화는 대세 영화만 보고, 책은 보다가 “이거…

  • 나의 사랑 백남준 – 구보타 시게코, arte

    나의 사랑 백남준 – 구보타 시게코, arte

    플럭서스 운동에 매료된 젊은 미술가이자 교사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보고 매료된다. 한편 해방 후 최대의 섬유업체인 태창방직의 사장이자 무역상이던…

  • 여자는 허벅지 – 다나베 세이코, 조찬희, 바다출판사

    여자는 허벅지 – 다나베 세이코, 조찬희, 바다출판사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다나베 세이코가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수필을 모은 수필집. 솔직대담하고 유쾌한 남녀담론이라고 하나, 21세기에 읽히기에는 너무 낡은 것이 아닌가…

  •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우연의 바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우연의 바다

    얼마 전 SNS에서 한 여행작가의 블로그가 논란을 일으켰다. 동행자(아내)에게 고생을 강요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무엇 하나 공들여 보는 게 아니라 마치…

  •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 – 박정자, 기파랑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 – 박정자, 기파랑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는 2009년 뉴데일리에 연재되었던 노마드 강의를 묶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일상적 사건이나 현상들, 우리…

  • 플레이 Play – 김재훈, 신기주, 민음사

    플레이 Play – 김재훈, 신기주, 민음사

    넥슨의 게임을 좋아하든, 돈슨이라고 손가락질하든 상관없이, 넥슨의 역사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바람의…

  • 팩트체크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중앙books

    팩트체크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중앙books

    현재 JTBC의 뉴스들은 종편에서 만들어내는 쓰레기같은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피어난 장미에 가깝다. 아니, 심지어는 자사 기자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도 친정부적인 보도만…

  •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히라마츠 요코, 글담출판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 히라마츠 요코, 글담출판

    분카무라 드 마고 문학상을 수상한 음식 에세이. 음식은 물론 음식을 만드는 도구나 담아내는 그릇. 음식의 맛과 분위기를 살리고 추억을 떠올리게…

  • 나의 유서 맨발의 겐 – 나카자와 케이지, 아름드리미디어

    나의 유서 맨발의 겐 – 나카자와 케이지, 아름드리미디어

    만화 “맨발의 겐”의 저자 나카자와 케이지의 반핵 수기. 처음 “맨발의 겐”을 읽었을 때는, “반딧불의 묘”를 몇 번째인가 봤을 때 처럼…

  • 이다의 작게 걷기 – 이다, 웅진닷컴

    이다의 작게 걷기 – 이다, 웅진닷컴

    내멋대로 발리에 이어 이다님의 여행책을 또다시 구입한 것은, 백일도 안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산후조리 하느라 밖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던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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