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를 한 게 벌써 3년 전인데, 올 여름에야 DVD로 나온 모양이다. 시사회를 놓치고, 그러다가 “레이디 디텍티브” 연재 들어가면서 급히(….) 찾아봤고, 그 다음 해 여름, 다문화영화제에서 다시 봤다. (그때가 아마 성녀의 혈액 편 스토리 한참 쓸 때였지….)
왜긴 왜야. 복식 때문이지. 레이디 디텍티브의 배경이 되는 1864년은, 아직 버슬이 유행하기 전이다. 버슬은 1870년대 중반부터 본격 유행한다. 빠르면 이때부터 슬슬 나오긴 하겠지만, 아직은 크리놀린이 유행할 시기. 딱 이 시기에 맞춘 영화도 찾기 어렵다 보니, 일단 빅토리아 조 초기를 다룬 코스튬드라마들을 찾아보는게 급했으니까.
태어나자마자 왕국을 물려받을 사람으로 낙점된, 사실은 그 이유를 위해 태어난 빅토리아.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비서 콘로이 경의 말을 들으며 자신을 억압하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열 여덟 살이 되기를 기원하는 소녀. 그녀의 큰아버지 윌리엄 4세 역시도 공작부인이 섭정을 맡아 콘로이가 횡포를 부릴 것을 두려워하며 그녀가 18세가 될 때 까지 자신이 살아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빅토리아는 외삼촌 레오폴드의 권유로 영국에 온 자신의 사촌, 작센코부르크고타의 앨버트와 만나고 호감을 갖게 된다.
빅토리아가 18번째 생일을 맞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윌리엄 4세는 서거하고, 빅토리아는 여왕이 된다. 그녀는 어머니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멜번 경이나 레젠 부인을 가까이에 둔다.
이 무렵 빅토리아의 꿈 장면이 좀 흥미롭다. 체스 판 앞, 앨버트는 빅토리아에게 게임의 규칙을 따르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멜번은 그 수에 대해 정말로 확신하냐고 물어보며, 콘로이는 그런 빅토리아의 팔을 비튼다. 암, 흥미로운 장면이고 말고. ㅋㅋ
대관식에 참석하고 그녀의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던 앨버트. 우와, 이 배우 누군지 꽤 미남이다 싶었다. 사랑에 빠진 젊은 남자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표정이라니. 그러나 멜번은 앨버트를, 정확히는 그 뒤에 있을 레오폴드를 견제하고, 새로운 여왕으로 즉위한 빅토리아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여왕으로서, 휘그당 의원들과 그 부인들만을 가까이 하고 멜번 경과 늘 가까이 다니며 “멜번 부인”이라는 조롱까지 당하며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는 중에도 앨버트의 진심어린 편지에 힘을 얻었던 빅토리아는 마침내 그를 불러들이고, 청혼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정치적인 면에 있어 앨버트의 충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두 사람은 갈등을 빚는다. 이 갈등은 앨버트가 빅토리아를 노린 흉탄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대신 부상을 입으며 해소된다. 빅토리아는 자신을 감싸주던 사람들, 멜번 경이나 레젠을 떠나보내고, 내각을 다시 조직하고, 앨버트의 충고를 듣기로 한다. 영화는 여기까지다. 그 이후에도 빅토리아가 앨버트에게 부렸던 변덕과 짜증이나, 앨버트가 “왕의 배우자”신분만을 얻었을 뿐 변변한 작위나 호칭 하나 받지 못한 채 몇년간을 그야말로 연줄없는 외국인 왕족 취급 받은 것이나, 그래서 과학기술 덕후가 되어 박람회를 성공시킨 것이나, 버티 때문에 속 끓이다가 비맞고 티푸스로 죽은 이야기나, 비 맞은게 결정적이긴 하지만 사실은 평생 속을 끓인 나머지 위암이 있었을 가능성이라든가, 뭐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딱 아름다운 순간에서 멈춘다. Young Victoria라는 제목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