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스위퍼

데스 스위퍼 – 키타가와 쇼, 대원씨아이

좋은 소재를 못 살린 만화. 이 책의 1권이 나올 무렵,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도 나와서 이 만화와 그 책을 서로 비교해 본 적이 있었다. 사후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통해 역설적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는 주제의식, 자살한 형의 부패한 시체를 맞닥뜨린 일을 계기로 사후현장 청소업체에서 일하는 주인공과 어쩐지 과거를 감추는데다 감정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듯한, 어떤 면에서 아야나미 레이를 연상하게 하는 미청년 캐릭터. 어디로 봐도 좀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

4권 중반, 같이 일하던 동료가 죽고, 사고로 죽은 시신을 곱게 화장하는 사람 등이 나올 때 까지만 해도 읽을만하던 만화책은, 망자의 여동생이 시신을 가져가 “언젠가 원하는 시기에 깨어날 수 있을 때 까지” 시체를 보존하는 사이비 종교 계열의 이야기로 빠져들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 그 사이비 종교는, 자기 여동생과 사랑하여 레이지를 낳은 레이지의 부친이 설립한 것. 아들은 아야나미 레이 같더니 아빠는 이카리 겐도냐 싶은 급전개가 이어지더니,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레이지가 분노를 느끼는 순간 그 분노가 지구종말의 방아쇠라도 당긴 듯 지진과 쓰나미가 이어지고, 모두가 죽고 주인공은 그 죽음을 납득해 버리는, 망한 세카이계 풍의 결말을 맞는다.

그냥 3권에서 연중했다면 차라리 명작이 되었겠지.

여튼 만화를 보고 나서 한참동안 세이님을 꼭 끌어안고 토닥토닥토닥을 했다. 언젠가는 우리 둘 중 하나가 먼저 죽겠지. 그 생각을 하면 먹먹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오래오래 신나는 일을 실컷 하고 살다가, 죽음이 오히려 신나는 이벤트가 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든 다음에, 1, 2년 정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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