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관의 살인 시리즈(십각관, 흑묘관, 미로관의 살인 등등)를 쓴 아야츠지 유키토가 무려 “라이트노벨”을 썼고, 그 라이트노벨이 애니메이션 화 되기까지 했다고 하니 일단 흥미로웠다. 논리적인 추리보다는 호러의 요소가 강한 이 소설은 추리를 기대할 게 아니라 그냥 누가 죽었는지만 생각하면서 보는 소설. 하긴, 미스터리면 몰라도 “호러 미스터리”인데,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세계만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무리다.
동급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한 반의 교사와 학생들이, 죽은 학생이 마치 살아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듯 출석을 부르고 농담을 하며 1년을 보냈는데, 졸업사진을 찍어 보니 죽은 친구의 모습이 함께 찍혀 있었다. 그 사건 이후 3학년 3반이 된 학생들과 그 부모형제들에게 죽음이 이어지고, 이 현상이 20년 이상 이어진다.
그런 3학년 3반에 전학온 사카키바라 코이치(아마도 사카키바라 사건의 그 사카키바라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인 듯)는, 기흉으로 입원했을 때 보았던 신비로운 소녀 미사키 메이가 같은 반이라는 것과, 그 3학년 3반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올해는 미사키 메이가 마치 죽은 자 처럼 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사카키바라는 미사키와 조우했고, 말을 걸었고, 저주가 시작된 것 처럼 학생들이 죽어간다.
충격적인 사건이 이어지지만, “망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소거법으로 딱 떨어지는 편이고. 어차피 이런 류의 사건인 만큼, 망자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딱히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 상황은 빠르고도 기괴하게 흘러가고, 읽다보면 서늘한 분위기마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지금 현역 고교생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40대가 다 되어가는 아저씨가 술마시면서 나 고등학교 때 이런 괴담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느낌이다. 내용은 라이트노벨인데 말투가 라이트노벨이 아닌. 라이트노벨이고 오컬트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허술하고 두루뭉술한 다른 라이트노벨들과 달리 최소한의 정합성을 보장하는. 이 미묘한 장점과 단점이 엇갈리며 만들어낸 수작은, 그 자체로 가능성이자 한계다.
애니메이션 쪽 일러스트를 봤지만 소설 표지 일러스트가 더 취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