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걱정까지 해야 하는 걸까

미국 놈들은 왜 그럴까요. 고작 프랑스 혁명할 때 생긴 나라라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엎어지지 않아서 그러는 걸까요, 하고 정보라 작가님과 이야기했는데, 그러고서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나가다 보니 미국 독립 250주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자기들의 독립 250주년은 축하하면서 적극적으로 남에게 제국주의짓 하고 있는 것 보니 더욱 환멸이 나는 한편으로, 지금도 K-방산이라며 무기수출국으로 이름을 떨치는 조국에 대한 생각에 마음 착잡했다. 적극적으로 추축국 같은 것 까지 될 깜냥은 없어도 제국주의에 부역하거나 영국, 프랑스처럼 늘 제국주의 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느슨한 전범 정도는 되겠지. 언젠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이 나라가 전범국이 될 것 같아서 정말로 걱정이다. (열에 아홉,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정보라 작가님은 “99%.”라고 하고 가심, 단호하셔라.) 그리고 제일 앞에서 전쟁을 획책한 놈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죄 없어, 우리도 피해자야.” 하고 뻔뻔하게 굴겠지.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풍요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말아야 하는데.

물론 나도 한국이 또다시 피해국이 되어서 활활 불타기를 바라진 않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풍요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제국주의에 부역하며 긴긴 역사 앞에서 전범국의 기나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 더 곤란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기엔 저기 유럽이라든가 이것저것…….(물끄럼)

어쨌든 만약에 죄를 지을 거라면, 적어도 일본처럼 셀프 모에화를 잔뜩 한 뒤 “우리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귀축영미가 리틀보이를 떨구고 갔어요”같은 식으로 굴진 않아야 할 텐데 잘도 그러겠다…….겠지. 입이 쓰다. 그런 시대가 왔을 때 글을 쓰는 우리는 얼마만큼의 용기를 갖고 있어야 하냐고 지난번에 여쭤봤었는데. 그만큼의 작은 용기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해야 하는데)

PS) 아, 그 질문은 정보라 작가님께 한 건 아니다. 정보라 작가님이야 어떤 난세에도 용기 충천하실 것 같은 단단한 분이고…… 나는 유혹에 약하고 나약한 사람이라서, 그냥 내 선생님께, 그런 시대에 제가 용기를 잃은 것 같으면 부디 말씀해 주세요, 하고 말씀드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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