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클레어, 어린아이로군요.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요. 언젠가 그것은 완전히 당신 것이 될 겁니다. 당신이 꿈꾼 대로요. 당신이 변함없이 충실하면요.”
지난 토요일은, 참 이상한 날이었다. 낮에는 국박에 가서 느슨하게 돌아다니다가 이 비천상을, 하늘을 우러르는 듯한 목조각을 한참동안 넋을 잃고 들여다보았다. 저녁때는 일을 하면서,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들었고. 심야에는 어쩌다 보니 낡은,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번역된 듯한 데미안을 읽고 있었다. 약 20년째 머릿속에서 데미안의 표준이 되어 있는 민음사판 데미안의 에바 부인보다 더 관능적인 느낌의 에바 부인이 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기 위에 인용한 건 민음사판이다)
에바 부인의 별과,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은”소망과, 박물관에 갇힌 채로 하늘을 바라보는 비천상. 밤이 깊어지고 고요한 새벽에 혼자 별을 바라보면서, 낮부터 이 별의 심상들이 그날따라 계속 겹치고 겹치고 겹쳐진 이유들을 생각했다. 안타깝고 쓸쓸한 마음에 조용히 조금 눈물만 글썽이다가 다시 일을 하러 가는데, 내 발에 걸린 중력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수많은 감정들이 쏟아지도록 다가오는, 정말로 이상한, 기이하도록 고통스러운데 어쩐지 선명하게 빛나는 듯한 별의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