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챌린지 – 오츠카 아미, 류두진, 인사이트

얼마 전에 생성하는 것과 창작하는 것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가 된 느낌이다.

경제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인 저자는 스스로는 과제는 대충, 수업은 적당히 참여하며 실속있게 학점을 취득하고 싶어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학교에서 사사키 교수의 강의를 듣던 중 chatGPT를 접하고, 처음에는 레포트를 쓰는 데 chatGPT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몇 번 프롬프트를 활용하며 시행착오를 거치고,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도출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것과, chatGPT의 단조로운 표현과 감정없는 문체, 개인의 감상이 없는 글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한다. 이후 파이선으로 코딩을 하고 코랩 환경에서 실행하는 수업을 듣던 중 저자는 이 환경에서 돌아가는 오셀로 게임을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생성해낸다. 처음에는 chatGPT가 만들어낸 예제 프로그램이었지만, 여기에 기능을 더하고,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거치며 오셀로 게임은 저자가 생각하던 구체적인 형태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개발에 대해 거의 모르던 학생이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자력으로 게임을 만드는 탐구 과정을 지켜 본 사사키 교수와 이토 교수는 저자에게 chatGPT를 이용한 프로그래밍 학습에 대해 온라인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준다.

사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상당수의 인간은 chatGPT로 레포트를 쓴다고 할 때, 저렇게 공을 들이고 자신의 페르소나를 입력한 뒤 그에 기반해 결과물을 얻어내는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레포트 주제만 입력해서 결과물을 복붙해서 제출하다가 학점을 말아먹곤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처음에 몇 개의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장점과 단점을 생각한 뒤 이를 보완할 방법을 부지런히 시도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다. 사실 이 점에서도 이 저자는 본인이 생각하는 “과제는 대충, 수업은 적당히”가 아닌, 생각할 줄 아는 학생이다.

그렇게 교수들의 눈에 띄고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도 얻은 저자는, 해당 수업이 끝난 뒤에도 자력으로 조금씩 개발을 해 보다가, 마지막 학기에 교수의 제의로 오프라인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한편 저자는 트위터(X)에서 사람들이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해시태그를 걸어놓고 여러 챌린지를 시도하는 것을 보고, 100일동안 매일 하나씩 프로그램을 짜서 공개하는 챌린지를 해 보기로 한다. 이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는 단순히 코딩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할 지 구상하고 이를 UML로 설계한 뒤 상세한 프롬프트를 통해 chatGPT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chatGPT가 제시한 소스 코드에서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거나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책을 찾아보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옵시디언에 기록하면서 100일동안 100개의 앱을 만든다는 1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간다.

저자 본인이 스스로는 게으르다, 귀찮다고 말하지만 귀찮다면서 그 귀찮은 것을 자동화하는 데 혈안이 된 사람이고, 도구로서 chatGPT를 사용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 chatGPT 유저를 왕에 비유하자면, 별 생각 없이 chatGPT로 지브리 풍 이미지나 생성하는 사람들이 주지육림을 앞에 두고 늘어져서 노예가 해주는 부채질이나 받고 있는 왕이라면, 이쪽은 유능한 신하들을 적재적소에 꽂아넣으며 보고를 받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신하들을 스승 삼아 자신도 발전하는 부지런한 왕이다. chatGPT를 비롯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을 부채질하는 노예로 쓸 것인지, 유능한 신하로 쓸 것인지는 사용자에 달렸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chatGPT의 능력은 사용자의 능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기 자신을 단련해 나가기까지 한다. 이런 존잘이 100일동안 꾸준히, 매일매일의 일을 기록까지 해 나가며 이 개인프로젝트를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특히, 아직 학생일 때는.

하지만 마지막에 구직시험을 보고 취업이 결정된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야 할 때 AI에게 쓰게 하는 것을 보고는, 본인은 심란했겠지만 읽는 사람은 웃겨서 정신줄이 튀어나갈뻔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확실히. 나는 사람이 나는 미약하지만 뭐라도 해 보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게 정말 좋다. 그 사람이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은 더욱 좋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 책을 읽다가, 뭔가 개인 프로젝트라도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매일 영어일기 짧게 써서 코파일럿이나 chatGPT에게 틀린 것을 교정시키는 용도로는 쓰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났더니 뭔가 다른 것을 더 해 보고 싶어졌다. 사람이 책을 다 읽고 뭔가 해보고 싶어지고 실제로 하게 되면, 그 책은 그만큼 사람을 움직인 것이고.

그리고 개발인데 AI 써도 되냐는 사람들에게 : 개발쪽은 남이 짠 라이브러리들의 남이 짠 함수들을 불러서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고 학생 때부터 남의 코드를 복붙, 변형하고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거나 오픈소스 쪽 소스코드를 뜯어보거나 하면서 배우고 이미 현업에서 AI가 널리 쓰이고 있어요…….. 좋은 도구로 활용하는 겁니다. 엑셀을 쓰듯이.


게시됨

카테고리

,

작성자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