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박근혜 탄핵 무렵이었을 겁니다. 먹어도 먹어도 정신적으로 허기가 들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 생각이 났습니다. 정확히 어느 동네라고 나오진 않지만 저는 피프티 피플을 읽으면서, 종합병원과 영화관과 기타등등이 모여 있는 그곳의 배경에 부천시청 근처를 투영해 가며 읽고 있었어요.
문득 그런 걸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는 어떤 공간을 투영해서요. 구월동에 있는 인천시청 생각이 났습니다. 시청과 교육청, 방송통신대학교와 길병원이 모여 있고, 한때 수도권에서 가장 넓은 주공아파트 단지 중 하나였던, 동 하나의 절반을 차지하던 구월주공이 재건축된 자리에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올라가 있는 곳. 저는 어릴때 그곳에 있던 희망백화점(지금은 올리브 백화점)에서 “외계에서 온 우뢰매” 시리즈를 보았고, 무슨 시험을 보기 위해 교육청에 와서 원서를 냈고, 대학생때는 학교에서 CGV까지 걸어와서 영화를 보았고…… 뭐, 그랬습니다. 인천도호부와 부평도호부가 결합되고 다시 개항을 하면서, 또 국철이 놓이면서 중심지가 여기저기 생긴 인천은 도심 없이 부도심이 여러 개 존재하는 도시였는데, 구월동은 이도 저도 아니면서 시청이 있어서 인천의 중심 중 하나가 되었던, 뭐 말하자면 행정수도 비슷한(……) 묘한 곳이었고, 지금은 이렇게 번화가가 되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어떤 김밥천국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어서 브릿G에 썼던 단편을, 에이전시에서 이건 책으로 묶자, 수정을 좀 많이많이많이 한 다음에…… 하고 제안하시더니 부지런히 여기저기 이 기획을 책으로 낼 곳을 찾아주셔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시청 앞 김밥천국”으로 묶어나가던 느슨한 연작이었는데, 출간되면서 “김밥천국 가는 날”로 제목이 정해졌어요. 뭐, 제목에 “시청”이 들어가면 으레 서울시청을 떠올릴 테니까, 이렇게 접근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식들 그림이 정말 예쁜데, 출판사에서 이벤트용으로 스티커와 자석을 만드신 것도 정말 귀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