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 : 베르바라의 앙드레 그랑디에 자공자수 동인지라는 관점에서의 “제라르와 자크”(이게 무슨 소리야)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은 베르사유의 장미와 슬램덩크의 동인이셨다. 그 중 슬램덩크 동인지는 해적판으로라도 본 사람들이 꽤 있어도 베르바라 쪽 동인지의 실물을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의 팬이라면 대충 다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천벌받을 이야기를 하나 해 보기로 한다. 바로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의 “제라르와 자크”야 말로 베르바라의 동인지, 그 중에서도 “앙드레 그랑디에 자공자수” 물이라는 것.

……..여기서 자공자수란 무엇인가, 그것은 Selfcest……. 어떤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또 다른 자기자신이 섹스하는 동인지라는 소리다.

……..앙드레 그랑디에1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주인공인 오스칼 프랑수아 드 자르제의 유모의 손자이자 한 살 연상의 소꿉친구이자 시종이었고 연인이 되었다가 하룻밤의 인연을 맺고 바스티유 습격 중 전사했음.에 대해서는, 뭐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이 변방의 블로그에 올 정도면 베르바라 정도는 다들 읽었을 텐데. (으쓱)

여튼 “제라르와 자크”란, 평민 출신으로 젊었을 때 귀족 여성을 사랑했다가 한 눈을 잃은 작가 제라르 앙그라드가, 귀족 출신이었지만 창관에 팔렸다가 제라르에게 구해지고, 어떻게 구한 일자리가 제라르네 집 하인 자리여서 그 집에서 일하게 된 자크 필립 드 생자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젊은 날의 앙드레의 외모는 자크에게, 나이와 다른 것들은 제라르에게 쪼개진 식으로 앙드레의 속성을 둘로 갈라 쪼개 넣은 두 사람이 사랑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공자수다.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좀 들어보세요, 사실이니까.

이야기의 끝에서부터 계산해 보자. “제라르와 자크”의 마지막에 제라르와 자크가 도망치고 그 직후에 테르미도르 반동이 있었으니까 1794년인데, 이때 자크의 여권에 적힌 나이는 25세, 제라르는 40세가 넘었을 거라고 언급된다.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은 1755년생, 앙드레가 한 살 위니까 1754년생이니까 테르미도르 반동 기준으로는 (살아있다면) 40세다.

다시, 제라르와 자크가 만났을 무렵 목걸이 사건이 일어났으니 1785년. 이때 자크는 16세, 제라르는 30대로 추정된다. 앙드레와 같은 1754년생이라면 31세 정도일 테고, 앞서 테르미도르 반동 당시 40세는 넘었을 거라고 했으니 여기서 최대 다섯살 정도는 올릴 수도 있다. 즉 제라르는 1749~1754년생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제라르는 평민이지만 인텔리로, 아직 대학생일 때 귀족인 나탈리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했다. 그는 나탈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소설로 출세하기로 마음먹는다. 결혼생활은 9년정도였고, 결혼생활의 파경과 함께 그는 부지깽이로 “왼쪽 눈”을 다쳐 얼굴에 흉터가 남고, 목걸이 사건 직후 흑기사에게 왼쪽 눈을 다친 앙드레와 마찬가지로 왼쪽 눈이 멀게 되었다. 제라르는 스물 한두 살에 결혼해서 30~31세에 파경을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크를 만난 1785년에 31~35세라면 시기가 맞는다.

중간에 제라르가 십대 때 이미 장 자크 루소와 토론을 했다는 이야기가 짧게 언급되는데, 장 자크 루소는 해외를 떠돌다가 1770년에 파리에 돌아와 머물렀다. 제라르는 1770년에 앙드레와 같은 나이인 16세에서 최대 19세다. 즉 여기까지만 보면 제라르는 앙드레 그랑디에와 동갑에서 다섯살 정도 연상까지 놓을 수 있다. 자크의 나이가 명확히 나오는데 제라르의 나이는 조금 애매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열대여섯 살에 창관에 끌려온 자크와 섹스한 사람이 스무 살이나 차이나는 연상인 것 보다는, 사랑에 배신당하고 이혼한 서른 한 살 쪽이 그나마 좀 더 낫기도 하고, 여러 모로 심증은 가지만, 나이만으로는 반드시 제라르가 앙드레의 다른 버전이라고 말하기에 어폐가 있다.

어쨌든 제라르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고 고통스럽게 정신을 잃으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전부 말했던 그 시점에, 자크는 정신을 잃은 제라르를 마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간다. 그리고 그때 창 밖에서는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뭐 당시의 평민 출신 저널리스트, 청년 지식인이라고 보면 옷차림이야 비슷비슷하겠지만, 어쨌든 베르바라에서의 베르날 샤틀레같은 남자가 “시민들이여, 무기를 들어라!”하고 연설하고 있다. 제라르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자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그 무렵에, 오스칼은 앙드레와 함께 했던 세월을 돌이키며 “집”을 떠나 혁명의 길로 간다. 제라르와 자크, 오스칼과 앙드레는 방향은 다르지만 과거와 결별하고 두 사람의 사랑과 혁명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무기를 들어라!”라고 외치는 베르날 샤틀레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그러면 여기서 잠시 멈추고 베르사유의 장미 쪽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 베르바라에는, “작가가 굳이 말하지 않았으면 모두가 행복했을” TMI가 하나 있다. 불행히도 이케다 리요코 선생님이 베르사유의 장미 대사전 같은 책에 써놓으신 거라서 공식 설정인데, 본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앙드레 그랑디에는 18세 무렵에 팔레 루아얄 근처의 창관에서 동정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 만화를 그릴 당시 한창때셨던 이케다 리요코 선생님은 오스칼에게 평생 단 한 번의 섹스를 하게 해 줄 거라면 완전 끝내주는 섹스를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원작에 나온 말 그대로 말하자면 두 사람이 그 하룻밤에 “내 몸 속을 몇 번이나 달아오르게” 할 만한 (끝내주는) 섹스를 했다고 나온다. 뭐, 로맨스적 관점에서 두 사람이 맺어지는 거라면 이왕이면 완전 절륜한 섹스면 더 좋고, 로맨스물에서는 로맨스에서는 동정절륜도 많다지만 현실적으로 한쪽이라도 경험이 좀 있어야 별다른 우여곡절 없이 첫 경험에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게 가능하니까 그런 관점에서 설정하셨을 수는 있는데, 사실 그 점이 앙드레 그랑디에의 “남주로서의 가치”를 좀 깎아먹는 점이 없지 않다. 원작에서 앙드레가 자기는 “지위나 재산, 신분도 없고 타이탄의 힘이나 사티로스의 발굽, 남자로서 지켜줄 무력도 없다”고 말했다사피, 누구 말마따나(채다인님 말씀이었던 것 같다) 사랑밖에는 그 혼수가 없는데 몸이라도 소중히 지켜서 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내 관점에서 앙드레가 “창관에서 동정을 잃은”게 제일 거슬리는 건, 둘이 굳이 섹스를 안 했어도 둘은 맺어질 관계였기 때문이라서, “끝내주는 섹스”가 필수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둘은 “혁명”을 통해 “죽음”으로 맺어진 연인이니까. 이 혁명의 관점에서, 두 사람의 섹스는 넘어설 수 없는 신분의 차이 때문에 선을 넘지 못하던 두 사람이 혁명을 앞두고 마침내 서로의 벽을 넘고 맺어지는 의미로 보면 딱 좋은데, 소꿉친구로 시작하여 우여곡절을 거친 연인이 마침내 맺어지는 상황 자체는 로맨틱하니까 섹스가 들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그런 상황에서 “사창가에서 착취를 통해 이뤄낸 경험”으로 절륜해진 연인이 꼭 필요한가? (…….) 당장 “제라르와 자크”에서도, 창관에 있는 소년들은 다들 팔려온 신세들이다. 여자들이라고 상황이 더 나을 것도 없다. 문자 그대로 “몸을 파는” 상태이며, 자크처럼 포주에게 팔려왔는지, 아니면 병든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로자리처럼 그냥 아무 길바닥에서라도 몸을 팔러 나온 것인지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착취적 관계로 능숙해진 것이 과연 사랑과 혁명과 앙드레가 그렇게 갈망하던 계급을 넘어서는 일에 도움이 되는가? 오스칼은 자신이 귀족으로서 착취자의 입장에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사유 끝에 자각이라도 하지 얘는 그것도 아닌데 굳이 그런 것을 공식 설정에 넣을 이유가…….?

사실 로맨스적 관점에서는 그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합리적인 관점에서 절륜함이 꼭 필요했다면 오스칼은 여장했던 그 밤에 페르젠과 잤고2한스 악셀 폰 페르젠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기사이자, 왕비와 왕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마리 앙투아네트 말고도 여러 연인이랄까, 교제하는 귀부인들이 있었으니 저 의문의 백작부인과 눈이 맞아 하룻밤 보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설마 페르젠도 왕가를 구출하러 파리로 돌아올 때 까지 동정이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죠? , 앙드레도 어릴때 다른 사랑을 했었고 그 연인과의 일로 이것저것 알게 되어서 둘 다 경험은 있는 상태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것 처럼 시간이 지나서야 어린 시절의 풋사랑들을 두고 진짜 사랑과 남은 삶과 죽음을 함께 했다는 루트로 가도 되고, 그게 여의치 않다면 그냥 우여곡절과 실수가 많아서 어떤 의미에서는 잊을 수 없는(…….) 밤이라도 차라리 둘 다 동정이었던 쪽이 낫지 않았나, 어차피 우리가 쟤들이 간밤에 몇 번을 달아올랐는지 그런 것을 다 알 필요는 없으니, 신분을 넘어서는 것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평등한 결합이 더 해석하기 낫지 않았나…… 그것도 무려 생일 설정이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이 발표된 날로 잡혀있는 남주에게 창관에서 성착취로 얻은 경험으로 그렇게 저렇게 주인공과의 뜨거운 밤을 만드는 설정이라니. 역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서 인간이 Homme(인간)가 아니라 homme(남자)라더니만 여성의 권리는 여기서도 빠지는 것이야? (빈정) 이케다 선생님 너무 나가셨어요, 그냥 저런 말씀은 인터뷰 같은 데서 농담으로 하고 넘어가셨어야지…….(흐린눈)

여튼 그것과 별개로 앙드레의 사랑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타나토스에 닿아 있었으니까, 둘의 결혼은 오스칼이 생각한 것 처럼 혁명전야를 함께 보내고 부부가 된 것이 아니라, 혁명을 통해 죽음으로 맺어진 쪽이 앙드레의 결혼에 가깝긴 하다. 얘의 에로스는 전부 타나토스에 닿아 있는데 이런 식이다.

  1. “나는 너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 부상을 입고 피를 많이 흘린 오스칼이 자신을 구하기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와 국왕에게 진언하고 쓰러졌을 때
  2. “(자신을) 죽여도 좋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 페르젠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던 오스칼을 보다가 강간 미수
  3. “사랑하고 사랑해서 너를 잃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하니 같이 죽자” : 오스칼의 혼담이 오가는 것을 보고 같이 죽기 위해 와인에 독을 탐
  4. “결혼같은 것은 바라지 않고 다만 오스칼의 목숨 대신 날 죽여라” : 자르제 장군이 오스칼을 죽이려 하자 가로막으며 하는 말
  5. 정말로 바스티유 함락 전날 오스칼에게 날아든 총알을 대신 맞고 절명하며 목숨을 바침.

앙드레 그랑디에에게 있어 신분의 벽은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절망이고, 때문에 얘의 오스칼에 대한 사랑과 에로스는 전부 타나토스, 이 사랑의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거둬 달라는 말에 다름없다. 즉 앙드레의 관점에서는 같이 죽는 게 결혼인데, 이건 비극이지 결코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의 이야기는 될 수 없다.

그러면 다시 “제라르와 자크”로 돌아가 보자. 좌파 지식인이자 에로 소설가이고 고학하던 가난한 대학생이었지만 자신의 재능으로 불과 몇 년만에 몰락한 귀족의 저택을 살 수 있을 만한 부를 쌓아올린 제라르 앙그라드, 이 사람의 연인인 자크 드 생자크는 원래 백작가의 도련님이었지만 가문이 몰락하면서 평민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라르의 집 하인이 되어버린다. 제라르는 창관에 왔다가 오늘 처음 몸을 팔러 나온 자크의 몸값을 내 주고 해방시키는데, 자크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하인을 구하는 집에 들어갔더니 그 집이 제라르의 집이었다…… 이 부분은 오스칼이 몸을 팔러 나온 로자리에게 금화를 주고, 다시 로자리와 우여곡절 끝에 재회했을 때 자르제 가에서 받아들여주는 대목을 연상하게 하는 면이 있다. 물론 오스칼은 “나는 여자라서 네가 거저 줘도 못 산다”고 말하고 로자리를 도와줬지만, 제라르는 “나는 귀족을 싫어한다”면서 일단 자크와 한번 자고 나서 몸값을 내주고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줬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만. (…….) 어쨌든 기존의 신분체계로는 말이 안 되는 “평민 주인과 귀족 시종”이라는 신분관계의 역전 속에서 둘의 사랑은 조금씩 평등해지는데, 이 자크 드 생자크의 외양묘사는 흑발녹안에 용모단정이고, 후반부에 머리를 묶고 있는 묘사는 그야말로 흑기사로 변장하기 전의 앙드레와 흡사해진다.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이 동인지에서 그린 앙드레를 보진 못했지만, 때때로 이것은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의, 왼쪽 눈이 멀고 나이든 앙드레가 젊은 앙드레의 모습을 한 귀족출신 연인과 목숨을 걸고 신분을 넘어서는 사랑에 빠지는 동인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그리고 자크는, 혁명 중에 수많은 귀족들이 단두대에서 죽거나 도망치는 중에도 제라르의 하인으로 그의 곁에 있던 그는, 바로 귀족 출신인 자신을 곁에 둔 이유로 제라르까지 쫓기게 되자 함께 도망치다가 잡히기 직전에 말한다.

“신이시여, 이 남자와 함께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앙드레 그랑디에의 사랑은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 앙드레가 가장 듣고싶었을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아마도 이 말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제라르와 자크”는, 앙드레의 꾸메드림….. 아니, 앙드레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제라르에게 들려주는 한편,  앙드레가 평생 오스칼에게 묵주기도처럼 알알이 바치고 싶었을 말을 자크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자공자수(물론 둘은 섹스도 한다,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이신걸) 물이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사랑의 완성이 죽음”인 앙드레는 “이 전투가 끝나면 결혼식을 올리자”는 오스칼의 말과 함께 목숨을 잃고, 다음날 오스칼도 역시 전사함으로써 사랑의 완성=결혼식=죽음이 되었지만, 앙드레의 또다른 모습일 제라르 앙그라드와 자크 드 생자크는 “너와 함께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죽음의 주박을 넘어 성불하고 살아남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이야기는, 오스칼과 앙드레가 혁명 이후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씁쓸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약 베르바라에서 두 사람이 혁명의 첫 걸음을 내딛으며 산화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오스칼이 폐결핵으로 죽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그 뒤로 5, 6년은 더 살아서 혁명의 고비들과 테르미도르 반동까지 지켜보며, “그 바스티유 때 프랑스 위병대를 이끈 자르제 준장과 그의 연인”으로 남았다면, 두 사람은 로베스피에르의 자코뱅 정권 때, 숙청당했을 것이다. 제라르가 쓰던 에로 소설 “코레트와 쥬느비에브, 혹은 금단의 열매”3무려 백합물. 중간에 목걸이를 쑤셔넣는 묘사도 있었다는데 혹시 그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사건 같은 걸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었나 몰라.의 주인공이자 하녀인 코레트가 권수가 쌓여갈수록 교양을 쌓고 인간적으로 성장해 나가자 “똑똑한 여자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공안위원회의 반응만 봐도 그렇다. 설령 혁명의 기치를 들고 바스티유를 함락시킨 그 자르제 준장이라고 해도 귀족 출신이니까,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무력까지 지닌 여성이니까, 그 이유만으로도 숙청당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노센트 루즈”에서 마리 조세프 상송이 숙청당하듯이.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이 혁명 이후 살아남았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되었을지를 씁쓸하게 그려낸 동시에, 운 좋게도 두 사람이 도망치던 중에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로베스피에르가 죽음으로써 둘 다 살아남은 미래에서, 두 사람이 죽음을 넘어 사랑을 성취하는 행복한 결말까지 다룬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의 깊은 변태력에 다시 한번 깊이 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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