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를 채를 썰고 손질할 때 마다 심 부분이 남는데, 물론 바쁠때는 아니지만 때때로 주말에 요리하다가 그걸 잘라내면서 전태일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 부산에서 배가 고파서 바닷가를 걷다가, 바다에 떠 있는 양배추의 심을 보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정신을 잃었다는 소년에 대해서. 전태일 평전을 읽은 것은 고1때였는데 아직도 그, 배가 고파서 그 양배추 심이나마 건져 먹으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그걸 붙든 채 기절해 건져올려진 소년을 떠올린다.
일은 바쁘고 요리솜씨는 별로 없다 보니 지난 주말에 사다 놓은 채소가 다 못 먹은 채 물러지거나 하는 것을 보면 그런 면에서 더 죄책감이 드는데. 그렇다고 일을 줄일 수도 하루아침에 주방아이큐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오늘도 일단 썰어놓으면 어떻게든 먹겠지 하고 썰면서 떠올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