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하나마치 경영학 – 니시오 구미코, 고경문, 페이퍼로드

지금도 교토 기온 등에서는 게이샤(게이코)를 볼 수 있는데, 하나마치란 이런 게이샤들의 오키야(기생집)과 오차야(찻집)가 모여 있는 지역을 말한다…… 한 마디로 게이샤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구조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고, “교토 게이샤 시스템에서 배우는 경쟁력의 비밀” 뭐 그런 부제가 달려 있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일본의 속살”이니 “매혹적인 금기의 영역”이니, 아저씨들이 좋아할 것 같은 코멘트가 잔뜩 붙어 있고.

애초에 이런 것을 읽기 시작한 것은, 일본 순정만화에서 게이샤도 아니고 요시와라 등 유곽이 그려지는 형태를 보다가, 대체 왜 이게 순정만화의 배경씩이나 되게 되었는가에 생각하다가 찾아보게 된 건데.

……물론 게이샤는 샤미센과 전통무용 등에 능한 예인이지 창기가 아니라는 게 오피셜이긴 하다. 뭐, 흔히 우리나라도 급이 높은 기생은 시서화에 능한 예인이지 몸을 파는 창기가 아니었다고 하듯이. (하지만 조선의 기생은 기본적으로 관기였는데, 아무리 탁월한 예술성을 갖춘 이라고 해도 해당 지역 관장의 명을 어길 수가 없을 텐데 그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춘향이가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은 월매가 자신은 물론 “양반의 딸”인 춘향도 미리 기적에서 빼내어, 춘향이 현실적으로는 관기의 딸이라도 서류상으로는 관기가 아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뭐, 단나상(스폰서)의 존재에 대해 “단나상은 게이마이코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그녀들의 기예 발전을 위해 돕는 남자를 말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남녀 관계라는둥, 하나마치 내부의 일은 발설할 수 없다는 둥 하고 궁상스런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뭐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과거 고급 예술을 즐기는 계층이 상류층으로 국한되던 시대라면 모를까, 또 일본무용이 화류계와 독립되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2024년에 부유한 남성 소수가 술과 요리를 즐기며 심야까지 젊은 여성의 가무와 향응을 즐기는 것을 단순히 “고급 예술입니다.”하고만 말하는 것은 너무나 뻔뻔한 일이 아닌지.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의문이 든 게 그 부분이다. 전통 무용을 전수받은 예인이 되기를 바란다면 일본무용의 유파 밑에서 수련해서 예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채 5년동안 노동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마이코 생활을 하며, 성년도 되기 전부터 남성의 술시중을 드는 일을 하는 것을 동경하고 지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인가. 게다가 교육이나 의상 등의 투자가 많다는 말을 계속 하는 것 보면, 그런 ‘투자’는 전부 마이코, 게이코의 빚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술집의 마이킹이라든가, 웹툰업계의 MG 제도를 악용한 사례 같은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가수나 해당 분야를 전공한 예인이 아니라 게이샤, 마이코를 동경하여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전하는 것은, 일본의 문화상품에서 화류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려놓은 것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넷플릭스에 올라온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같은 것도 그렇고, 또 일본 순정만화들도 그렇고.

사실 일본 순정만화 속 “요시와라” 에 대해서는 몇년 전부터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다. 19금 TL 소설에 사창가가 나오는 것을 보고도 좀 당황했는데, 순정만화의 십대 소녀 주인공이 창기가 되어 유곽에 갇히거나, 창기중 최고인 오이란이 되겠다고 맹세하거나, 창기가 되어서도 몸을 팔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는 불가능한 상황이 나오거나…… 뭐, “에도로 가자”에는 딸을 요시와라에 팔러 가는 병든 아버지와 “요시와라에 의탁하러 간다”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비극성을 강조하기도 했고, 또 라이트노벨 “약사의 혼잣말”같으면 일단 주인공이 유곽 출신이라도 창기는 아니고, 바로 그 유곽의 시스템 때문에 주인공의 부모가 비극적인 사랑을 했던 이야기도 나오고, 때로는 유곽의 여자들과 후궁의 여자들을 비교하며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째서 전연령가 순정만화의 소녀 캐릭터를 화류계로 보내는 식의 이야기들이, 메인스트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계속 나올까. 물론 요시와라를 다루고 있어도 괜찮은 작품도 있다. 안노 모요코의 “사쿠란”처럼 탐미적이지만 그다지 낭만화하진 않는 이야기라든가.

여튼간에.

읽으면서 게이샤 산업의 어떤 부분이 아이돌 산업과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그 이전에. 중학교만 졸업한 미성년자에게 심야까지 부유한 남성들의 술접대를 시키는 일이 언제까지 “예술의 전승”이라는 이유로 합리화되어도 좋은 것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이 일이 쉽게 사라지지 못하리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게 더욱 기분 더럽다. 서비스 분야를 세분화하여 각각의 손님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오차야 따로, 게이코와 마이코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오키야 따로, 요릿집들이 분야별로 따로 있고, 하나마치라는 공간 안에 전통춤 학교며, 이들에게 기모노를 입혀주는 직업, 이들 말고는 수요가 극히 적을 각종 장식품 등등 온갖 산업이 엮여 있는데다, 이들의 고객님들은 “상류층 남성”들이 절대다수니까. 무엇보다도 여성인 이 책의 저자부터가 여성 미성년자의 접대노동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이, 게이샤 산업을 계속되어야 하고 배워야 할 무언가라고 떠받들며 합리화하고 있으니까. 이 책이 국내에 나온 게 2011년이었다는데, 읽고 있으려니 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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