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무렵, 트위터에서 갑자기 “퍼스트 콘택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외계인이 지구인과 퍼스트 컨택트를 하게 된다면 누가 인류의 대표로 그들을 만날 것인가,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문녹주 작가님이 이에 대한 앤솔로지 기획을 냈고, 사람을 모았고, 저는 꾐에 빠져 또 앤솔로지에 끼어들었고, 현암사에서 그 기획을 받아주셔서 일이 성사가 되었습니다. (김단비, 문녹주, 배지훈, 서계수, 서강범, 이지연, 해도연 작가님과 함께 합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나 처음으로 클로즈 인카운터가 일어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전에 아는 형사님께 “좀비가 나타난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좀비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우문현답을 들은 적이 있는데, 외계인이라면 어떨까요.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누가 제일 그들과 만나서 악수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싶을까요. 그런 일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Legal ALIEN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스팅의 노래 “Englishman in NewYork”에 나오는 대목이죠. Oh,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미리 온다고 연락하고, 그래서 높으신 분들이 다들 만나고 싶어하고, 환영 준비를 거창하게 하고, 그런 Legal ALIEN이 있다면, 어딘가에는 합법 체류자가 있고, 또 영주를 허가받은 난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만들어진 이 이야기에는, 바로 이 Legal ALIEN이라는 말과, 현대 정주영 회장이 전쟁 중 손님맞이를 위해 외국인 묘지에 급히 떼를 입히는 일을 맡게 되어, 잔디 대신 보리싹을 퍼다가 입혔다는 일화, 이 두 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