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의 일출

이것이 대륙의 기상인가…..(ㄷㄷㄷ)

과학소설작가연대에서 중국의 청징보(程婧波) 작가님을 모시고 강연과 대담을 진행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청징보 작가님께서는 서강대에서 이틀에 걸쳐 김초엽, 김청귤 작가님과 대담을 하셨는데, 일정이 맞아서 작가연대 쪽과도 행사를 하실 수 있었다. (김이삭 작가님이 통역을 맡으셨다)

“강가에서 처음 달을 본 사람은 누구이며, 강 위의 달은 언제 처음 사람을 비추었을까”하는 장약허의 시와, 마치 이 시의 답가같은 이백의 “지금 사람들은 옛 달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의 달은 옛 사람들도 비추었다네.”하는 시를 인용하시며 중국의 시와 보편적 상상력, 그리고 SF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SF의 도시 청두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말씀하시기에, 한국에서 청두는 한문명인 “성도”나 “촉”, “파촉”으로, 삼국지의 도시로 유명하며, 이백이 “청두에 가기가 하늘에 오르기만큼 어렵다”고 했는데 현대 한국 시인인 서정주는 “다시 오지 못하는 파촉 삼만 리”라고 시에서 말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5년이 지나도 외우는 이것이 수능 기출문제의 위엄이다.)

보편성(청징보 작가님은 공상(共相)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빌 공자 쓰는 공상과학의 공상 말고.)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규모가 작다 보니 작가로서 어떻게 쓰는가, 언제 쓰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기회도 되었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두 가지 있었으니.

1. “청두에서는 2025년(연도는 틀릴 수 있다)까지 SF 작가 1000명을 양성하려 하고 있어요.”
……..이것이 대륙의 스케일인가. (두둥)
10년전 한국 SF 독자 한 명당 작가 두 명씩 배당할 수 있는 규모를, 중국 전체도 아니고 청두시에서만 양성하고 있다는게 말이 됩니까다. 너무 스케일이 커서 어지러웠다.

2. “청두는 시내에서 만년설이 쌓이는 해발 4천미터 산이 보이는 도시인데, 성운상 시상식을 그 산꼭대기에서 한 적이 있어요.”
…….중국에서 작가가 상을 받으려면 등산까지 잘 해야 한단 말인가!!!!! (설마 아니겠지)
그 순간 머릿속에서 “만약 나보고 SF 어워드 줄 테니 북한상 정상에서 시상식 한다고 하면 그 상을 받으러 갈 것인가” 잠깐 생각했고, “안 받고 말지!!!!!!! ㅠㅠㅠㅠㅠㅠ”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아아……..
충격과 공포였어……..

PS) 이 글에 첨부한 이미지는 지난달에 청두에 갔을 때 보았던 일출. 높은 산이 멀리 둘러싸고 있는데 날이 흐리면 그냥 구름이 가득한 것처럼 보여서, 정말로 해가 하늘 중간에서 뜨는 풍경을 봤어요. 처음에는 저게 뭔가 했다가, 날이 맑았을 때 저기 있는 게 산이고, 산꼭대기 아래로 구름이 걸려 있는 게 보여서 “그럼 갑자기 하늘 중간에서 해가 뜬다고 생각한 게 정말이었나!!!”하고 당황했었음……. 근데 높이가 4천미터라고……. (새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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