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과학소설 작가연대 부스 지킴으로 갔어요. (사진은 마지막날 오픈 전) 대표인 정보라 작가님은 첫날은 기자회견에, 닷새 내내 출석, 마지막날에도 기자회견에 불려다니시고, 그 중간에 데모도 하러 가시고 오마이뉴스에 기고도 하시는 등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아, 부스에서 잔뜩 지친 말투로 굿즈들을 팔고 계시다가, 독자님이 책을 들고 오시면 바로바로 사인도 하셨고요. 이하진 작가님 말씀대로 책이 아니라 작가를 파는 부스라고. 여튼 혼자 다녔으면 도서전에서 목돈 쓰고 나왔을 텐데, 부스에 붙어 있느라 지출이 좀 적었습니다. 대신 나중에 구입하거나 도서관에 신청할 책들을 눈으로 잔뜩 찜하고 왔지요.
물론 저도 부스만 지킨 건 아니고, 제 일도 하러 갔습니다. 바로 사인회죠.

과학소설작가연대와 밀리의 서재가 콜라보한 기획으로, 밀리의 서재에 SF 단편을 연재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그때의 제 소설 “친애하는 황국신민 여러분”의 엽서를 만들어 주셔서, 그 엽서들로 사인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현장에서 사인을 했지만, 마지막날이라 엽서가 남을 것 같아 반 정도는 미리 사인을 해서 부스에서 배포하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소설입니다만, 도서전 같은 데서 그 제목을 외치고 있자니 조금 민망한 기분도 듭니다.
여튼 개인만의 행사가 아니라 작가연대와 밀리의 서재까지 얽힌 일이라 보이콧을 하진 못했습니다만, 말하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그에 대해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차별금지법과 혼인평권에 대한 평소의 생각, 그리고 세월호 뱃지 등을 테이블에 깔아놓고 진행했습니다. 🙂


이번 도서전의 주제인 “비인간” 관련 전시에서, “여성, 귀신이 되다”도 소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이 사진은 중간에 현암사 김솔지 편집자님이 보내주셨어요. 오늘 마지막 날에 행사가 얼추 끝났을 때 달려가서 다시 한 번 봤습니다. 🙂
과학소설 작가연대 부스에도, 또 사인회에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비록 행사 전에, 박근혜 정부 때 문화예술위 소속으로 블랙리스트 실행에 깊이 간여했던 오정희 작가를 홍보대사로 내세웠던 것이라든가, 그에 대해 작가들이 항의하는데 “대통령 부인이 오신다”는 이유로 도서전에서 작가를(송경동 시인), 대통령 경호실에서 팔다리를 붙잡아 끌고 나가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그 때문에 행사를 보이콧하신 작가님들도 계시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전은 기본적으로 책을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이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부디 “별다른 예고도 없이 나타나서는”(예, 20년 넘게 거의 매년 도서전에 갔는데, 이전에도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가 도서전에 온 적은 있지만 대개, 온다면 온다고 예고하고 왔습니다. 미리 식순에 있었어요. 작가를 팔다리 잡아 들어 개처럼 끌어내는 일도 없었고.) 자신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일상을 멋대로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아는 권력자들이나, 권력에 빌붙어 곡학아세하는 분들은 좀 사라져주시고,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을 뵐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