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음료수, 디저트에는 각각 염화나트륨, 에틸알코올, ‘β-D-fructofuranosyl-(2→1)-α-D-glucopy-ranoside’가 함유돼 있다. 명칭만 보면 두려워서 감히 먹을 엄두가 안 나지만 사실 이들 물질은 소금, 주정, 설탕이다!
“화학물질 무첨가”나 “카제인 나트륨”, “MSG” 같은 말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읽기 쉽고 일상 친화적인 화학 에세이. 저자가 화학공학박사 출신이지만, 화장품 회사 CEO이다 보니 화장품과 관련된 내용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리뷰에 “유튜브등으로 관련정보를 많이 접하시는분들은 보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같은 말이 올라오는 부분이 아닐까.
물이나 소금도 많이 섭취하면 중독되는데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이 책은 시작부터 화학 물질 무첨가, 방부제 무첨가, 유해물질 무첨가, 인공 화학 물질 무첨가 같은 말의 허점에 대해 자세히, 그러나 단호하게 설명한다. 난폭하게 느껴지거나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 화학은 양의 문제이므로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카제인 나트륨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려면 좀 더 살살 달래듯 말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명백하다. 아는 것이 많아야 그럴싸한 공포 마케팅에 속지 않는다는 것.
과일과 채소를 씻는 법을 가사 관련 책에서 찾아보면 농약을 제거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씻으라는 말들이 나오지만, 이 책은 농약에 대해서도 접촉성과 침투성에 따라 다르다는 것, 소금물에 담가놓는다고 농약이 제거되지 않고, 오존 살균 세척기에 분해되지 않는 농약도 많다는 것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오히려 잠시 깨끗한 물에 담갔다가 씻고, 농약은 높은 온도에 약하므로 엽채류는 살짝 데칠 것을 권한다. 요리용 기름에 대해서도 발연점과 불표화지방산의 함량에 따라 어떤 것을 어떤 용도로 선택할지 이야기하고, MSG가 해롭다는 사람들에게 글루탐산모노나트륨은 다시마와 가쓰오부시, 양파, 토마토 등에 포함된 성분이며, 중요한 것은 MSG가 아니라 나트륨 섭취 문제임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프라이팬 등 요리도구와 그릇의 소재에 대한 이야기다. 무쇠,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법랑 주물, 옻칠한 칠기와 나무그릇, PLA는 생분해가 되는 고분자화합물이지만 식기로 쓰이는 PLA는 플라스틱과 혼합되어 생분해도, 분리수거도 안된다거나 하는, 살림을 하면서도, 또 마트에 가서 물어봐도 정확하게 설명을 듣지 못했던 부분들이 다뤄져서 좋았다. 물론 이 대목에서도 “쌈마이다운” 발언은 계속되어서,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무쇠 프라이팬은 코팅할 필요가 없고 설령 사용하다가 깨져서 실수로 음식물과 함께 섭취해도 배 속에서 철분으로 흡수되어 피를 만든다!
화학에 무지하지도 않고, 그렇게 나약한 독자도 아니지만, 이 대목에서는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앞서 보았던, 전문성을 무시하는 듯한 댓글들도 이런 정서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PS) 비열(1그램 기준)과 열용량(전체 질량 기준)이 비슷한 개념이지만 기준이 조금 다른데 역자주가 조금 애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