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저자

전혜진

발행

구픽

발행일

2020-06-25

책소개

강경옥의 『별빛속에』, 김진의 『푸른 포에닉스』부터
서문다미의 『END』를 거쳐 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까지
1987년~2020년까지 한국 대표 순정만화를 통해 고요하지만 굵직한 SF의 계보를 찾는다

SF 작가이며 순정만화 스토리 작가이기도 한 저자 전혜진이 30여 년에 걸친 한국 순정만화에 대한 애정과 경험을 듬뿍 담아 써낸 한국 대표 순정 SF 만화의 기록. 1980년대 이후부터 한국 순정만화에서 꾸준히 나왔던 SF의 자취들을 소급한 이 책은, 독특한 소재, 섬세한 표현력, 시대상의 반영, 장르에 대한 이해 등 상업성과 작품성 면에서 모두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으나 ‘여자들이나 보는 만화’로 이야기되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국 순정 SF 만화에 대한 울분이며 깊은 사랑이 농축된 만화 리뷰이자 에세이다.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는 장편 순정 SF 만화 시장의 물꼬를 튼 강경옥의 1987년작 『별빛속에』부터 시작하여 김진의 『푸른 포에닉스』와 신일숙의 『1999년생』, 김혜린의 『아라크노아』, 황미나의 『레드문』 등 거장들의 전설적인 작품들에서 시작하여, 양여진의 『세인트 마리』, 서문다미의 『END』를 거쳐 뻥의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네온비와 피토의 《세기의 악녀》, 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까지 출판물부터 웹툰에 이르는 30여 편의 한국 대표 순정 SF 만화들을 모았다.

범접할 수 없는 거장들의 시대를 거쳐,
그들의 작품을 읽고 자란 이들이 그린 순정 SF 만화와

이 모든 작품들을 사랑한 세대가 한국의 SF를 쓰고 있는 시대,
그 역사를 되짚어보기 위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당신들을 보고 자랐고, 혹은 같은 시대에 같은 지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누군가는 태블릿 펜을 잡고, 누군가는 키보드를 잡으면서,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의 계보 앞에, 당신들이 있었다. 이미 갖출 것을 다 갖춘 채로, 두 장르 모두에게 어째서인지 홀대당했던 세계. 하지만 늘 그 자리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었던 한국 SF의 또 다른 굵직한 가닥. 순정 SF의 세계가 바로 거기 있었다.”

강경옥의 『별빛속에』, 황미나의 『레드문』 등의 전설이 된 대형 작품들을 제외하고 한국의 순정 SF 만화 제목을 다섯 편 이상 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전설적인 작품들을 제외하고 평론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은 또 얼마나 될까. 거기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위대한 걸작들의 시대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걸출한 최신작 사이, 즉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는 수많은 순정만화 전문 잡지(『밍크』『케이크』『비쥬』『허브』『이슈』『화이트』『나인』 등)와 뛰어난 작품들이 쏟아졌음에도 왜 만화사에서 소외당했는가. 여성이 쓰고 그린 거장의 순정 SF 만화를 읽고 자라 SF 작가가 된 저자 전혜진은, 훌륭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다루어지지 못하고 잊히는 작품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직접 겪고 느낀 한국 순정만화의 가치와 위상을 이 책에 담고자 했다. 저자가 사랑한 순정 SF 만화에 대한 단순한 취향을 다룬 리뷰가 아닌, SF 장르로 반영한 시대상, 작품이 (발표될 당시가 아닌) 현재의 사회와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력, 알려지지 않은 진주와도 같은 작품 소개 등 다각적인 방면에서 작품을 다루었으며 순정만화 작가의 어제와 오늘, 출판 만화와는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한 웹툰과 BL 이야기까지 빼곡한 정보로 책을 꽉 채웠다. 책의 말미에는 이 책에 등장한 순정 SF 만화와 저자의 추천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을 담아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마음에 담은 작품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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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사항

목차

    • 들어가며: 나의 오랜 억울함에 대하여
    • 1부 우주를 무대로 인간을 생각한다
      • 두 거장이 만들어 낸 커다란 흐름_강경옥의 『별빛속에』, 황미나의 『레드문』
      • 절대적인 표준이라는 견고한 맹점의 벽을 뚫고_김진의 『푸른 포에닉스』
      • 지극한 과학으로 만들어 낸, 친한 길들이 서로 만나는 곳_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 2부 Feminism & Fight
      • ‘낯설게 하기’로 다시 돌아보는 위험한 로맨스와 그에 대한 극복_신일숙의 『1999년생』
      • 욕망에 충실한 미소녀들의 싸움_민송아의 《나노리스트》, 『좀비가 있어도 여고생은 잘 살고 있어요♥』
      •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잔혹한 세계의 거울상_이미라의 『남성 해방 대작전』
      • 알파 걸들의 경쟁 속에 드러나는 혐오와 숭배의 이중성_차경희의 『걸스 온 탑』
      • 여성의 현실과 작가의 현실, 두 방향의 도전_수신지의 《곤 GONE》
    • 3부 만들어 낸 인간의 권리를 묻는다
      • 이 아이들은 인간이다. 만들었다고 부술 권리를 누가 주었느냐_김혜린의 『아라크노아』
      • 아버지, 국가, 창조자가 아닌, 자신이 발견한 진정한 자신_강경옥의 『노말 시티』
      • 그 모든 것을 용서하기까지_뻥의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 4부 종말과 시작, SF 속 종교의 이미지
      • 낙원 같은 학원에서 인간의 죄를 묻는 종교 SF_양여진의 『세인트 마리』
      • 스타일리시한 액션 속에서 인간의 오만을 묻는다_서문다미의 『END』
      • 종말과 구원,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이어지는 작가의 세계관_임주연의 『천년도 당신 눈에는』
      • 익숙한 창세 신화 속,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고발한다_신일숙의 『나의 이브』
    • 5부 주먹을 쥐고 투쟁을 외치며
      • 재활용품의 무게만큼 식량을 얻는 세계_이보배의 『이블자블 대소동』
      • 온정적인 ‘왕’과 그의 ‘에스더’의 모험일까_김우현의 『밀레니엄』
      • 다음 세대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주고 싶어서_전혜진, 김락현의 『리베르떼』
    • 6부 대체 역사와 시간 여행자들
      • 순정 SF 대체 역사물의 새로운 고전_박소희의 『궁』
      • 시간 여행과 뒤바꾼 역사_원혜정의 『오늘은 조선 한양에서』
      • 유능한 여성은 누구의 몸에 들어가도 성공을 노린다_허윤미의 『당신만의 앨리스』
      • 반복되는 사랑, 반복되는 세계_신일숙의 『나무 박사를 찾아서』
    • 7부 순정만화 속 미래의 풍경들
      • 날아다니는 경찰차가 전부가 아닌 미래_강경옥의 『라비헴 폴리스』
      • 소녀에게는 사랑을, 여성에게는 커리어를_원수연의 『휴머노이드 이오』
      • 주인공과 작가, 함께 한 걸음 더 앞으로_네온비와 피토의 《세기의 악녀》
      • 세계와 맞서고 생의 중심을 자신에게 두는 것_유시진의 《꽃밭에서》
      • 기술이 바꾸어 낸 사랑의 방식_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
    • 붙임1. 순정만화 속 BL(Boys Love), BL 속 SF
    • 붙임2. 어디에서 이 작품들을 읽을 수 있을까?
    • 작가의 말
    • 참고문헌

수록작 소개

사실 순정만화란 그저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의 갈래가 아니라, 그냥 주력 향유층에 따른 갈래에 가까웠다. 그 갈래 안에서 순정만화를 빙자하여 온갖 것들이, 혁명을 말하는 청년들이, 부친 살해가,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자아에 대한 질문과 정상성에 대한 의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는 그저 순정만화로 호명되었다. 순정만화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었다. 뛰어나고 걸출한 작품들이 많았다. 역설적으로, 그 모든 작업과 성과들이 하나하나의 장르로 분류되고 인정받는 대신 작가들과 독자들의 성별이라는 기준 하나로 ‘순정’이라고 거칠게 묶여버리는 가운데, 순정만화는 학문으로 치면 ‘통섭’이라 부를 만한 단계로 나아가며 발전했다.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으며 깊이 있게 발전하고, 나아가 현실적인 제약이나 개별 장르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파격을 이룰 수 있었다. 단, 제대로 된 분류와 이름이 붙지 못한 채로.

평론가들의 호명을 받는, 극히 일부의 작품만이 “순정만화를 뛰어넘었다”는 칭찬 같지 않은 칭찬과 함께, 그 장르의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중략) 가끔 상상해 본다. 한국 최초의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에서 근미래를 다룬 SF 만화들을 보고 있던 당시의 순정만화 독자의 기분을. 그 만화들의 활달하고 유능하며 강한 한국계 여성 주인공들은 그때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물론 지금은 한국 작가가 쓴, 한국이 배경이고 한국인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근미래 SF에서 현재 한국인이 겪고 있는 문제와 고민들의 연장선이 다루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한때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문화계의 변방이었고, 정작 한국인 독자들이 한국이 배경인 SF를 낯설어 하기도 했다. 바로 그런 시대에, 한국 순정만화는 이미 한국계 여성 주인공들을 세계로, 우주로, 머나먼 과거와 미래로 거침없이 이끌어가고 있었다.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진보적인 장르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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