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책)방

자기만의 (책)방 – 이유미, 드렁큰에디터

자기만의 (책)방
자기만의 (책)방

유치원 옆에는 아파트 단지 복합상가가 있었고, 그 복합상가에는 서점이 있었다. 유치원이 끝나고 나면 나는 서점을 기웃거리다 집에 갔다. 가끔 아버지가 책을 사오라고, 책 이름이 적힌 종이와 책값을 주시면 유치원 끝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왔다. 자란 뒤에는 피아노 학원 끝나고서도 서점을 기웃거렸다. 그때는 용돈을 아껴서 가끔 책을 사기도 했다. 그 무렵 나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고, 그 말을 했다가 매우 혼났다.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서점 주인이 되고 싶었던 어렸을 때의 꿈을 떠올렸다. 아니, 지금도. 4인가족이 살기에 적당한 집에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글을 쓰는 데 집중할 공간을 확보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나는 계속 ‘혼자를 충족하는’ 공간을 생각하고 있었다. 집 근처에 책을 보관하고 밤에 가서 글을 쓸 작은 공간을 얻을 수 없을까, 혼자서 돈 계산을 해 보면서. 카피라이터 이유미는 퇴사 후, ‘읽고 싶을 때 오는 책방’이라는 컨셉으로 밑줄서점을 열었다. 일일권을 구매하면 시간 제한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이곳은 이유미의 ‘자기만의 방’이자,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공간이지만, 그 꿈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고단함이 반드시 뒤따르게 된다. 이 글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을 스스로 만들기 위한 삶의 기록이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책을 읽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고, 일단 베란다를 다시 청소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해야만 한다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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