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백만장자 루퍼스 반 올딘의 딸 루스 케터링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호화 관광 열차인 블루 트레인에 오른다. 루스는 아버지에게서 선물받은 유명한 보석 “불의 심장”을 갖고 있었는데, 루스는 얼굴을 심하게 가격당하고 살해되고 “불의 심장”도 사라진다.
한편 이 열차에는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에서 살고 있던 캐서린 그레이가 탑승하고 있었다. 캐서린은 까다로운 노부인 엠마 하필드를 10년동안 돌봐 왔고, 노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10년동안 한눈파는 일 없이 노부인의 곁에 있었던 캐서린은 이제 모처럼 재산과 여유 시간을 얻게 된 김에 여행으로 블루 트레인에 탑승하고, 루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만 루스가 살해당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이 열차에 타고 있던 푸아로는 대부호 루퍼스와 그의 비서인 나이튼 소령, 루스의 남편이지만 공공연히 바람을 피우고 있던 디렉, 디렉의 애인인 미렐, 루스의 전 애인인 아르망 드 라 로슈 백작 등의 인물들을 만나보고 진범을 찾는 한편, 작은 마을에서 소박하게 살다가 갑자기 이 모든 사건에 휘말리게 된 캐서린에게 이런저런 인생 상담을 해 주게 된다. 열차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비교하고 싶지만, 이쪽은 확실히 그보다는 평이한 편. 다만 읽고 나면 침대칸 기차 여행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긴 한다. (국내에서는 해랑열차 정도 아니면 기회가 없겠지.)
한편 “사건이라고는 없는 세인트 메리 미드”라니, 지난 10년동안 캐서린 그레이는 얼마나 집에만 갇혀서 노부인의 말벗 노릇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인가. 세상에, 미스 마플과 그 많은 살인사건에 대해 소문도 듣지 못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