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0] N 또는 M

어떤 작가가 사랑하는 캐릭터가, 그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와 같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에 대해 품은 애증처럼. 반면 어떤 캐릭터는, 작가가 살면서 “아, 걔는 지금 몇 살이지. 지금쯤이면 그 캐릭터랑 결혼해서 아이도 둘쯤 낳았을 것이고.”하고 계속 생각하게도 된다. 마치 예전에 친했고 지금도 다시 만나면 곧 금세 옛날처럼 친해져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몇 시간씩 떠들어댈 것 같은 친구처럼. 토미와 터펜스는 아마도 애거서 크리스티에게는 그런 친구같은 캐릭터였을 것이다.

“비밀결사”와 “부부탐정”에 이어 이제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반, 40대의 중년이 되었고, 아이들도 장성한 토미와 터펜스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던 중 그랜트라는 남자의 방문을 받는다. 나치의 거물 스파이인 N과 M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를 받고 송 수지, 즉 상 수시 여관으로 향한 토미는 변장하여 이곳에 먼저 와 있던 터펜스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N 또는 M”은 기본적으로 스파이물이고, 거대한 악, 혹은 나치, 혹은 공산주의자의 음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썩 잘 어울리진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토미와 터펜스의 티키타카가 즐거워서, 푸아로가 나와서 심각하게 주름잡거나 악의 무리의 음모를 분쇄하겠다고 나서는 이야기들보다 훨씬 즐겁다. 게다가 “비밀결사”와 “부부탐정”에서 소년이었고 이들 부부 탐정 사무소의 사환이었던 앨버트가 호텔 지배인이 되고, 토미를 위험에서 구출하기까지 하는 모습 등,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특히 좋다. 문득 엘러리 퀸 시리즈가 더 이어지고, 엘러리가 중년이 되었을 무렵에는 주나 역시도 다른 위치에서 그를 도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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