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가까이 집을 비웠고 그 전에 파먹었던 냉장고를 다시 채우기 시작했으며 산후관리사님이 오셨다. 한 주 동안 신생아 기저귀 한 팩을 포함해서 집 근처 마트에서 총 16만원 어치 장을 봤다. (분유는 따로 샀다) 고기는 한우가 아니고, 달걀도 마트 이름 달고 나오는 적당한 거고, 풀무원이나 목초란 같은 브랜드는 아니다. 이번 주에 마트에서 구입한 것 중에는 장류와 깍두기가 포함되어 있다(고추장과 국간장, 올리고당을 새로 샀다.). 다음 주의 지출은 이번 주보다는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손목에 문제가 생겨서 아기를 번쩍번쩍 안아서 씻기기 어려운 상태고, 그 외의 집안일은 대충 할 수 있다. 나는 육아에 대한 것들을 복습하고, 관리사님이 차려주시는 대로 “집밥”을 먹고 있다.
그러면서 이 집밥과 국과 반찬을 만드는 일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헤아리고 있다. 한 번 장만해서 몇 끼를 먹을 수 있는 밑반찬 위주로 계획을 세워 내가 구매하고 전문가가 조리를 하는 상황이다. 내가 붙잡고 있어서 천년만년 걸리는 거야 내가 요리에 소질이 없어서라고 치고(……치는 게 아니라 사실임) 다른 사람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되새긴다. 이 김에 시간을 재어본다. 그리고 그 시간에 내가 손목이 멀쩡하면 쓸 수 있는 원고의 매수를 생각한다.
한식은 과연 집밥에 적합한가? 그 생각을 계속 한다. 해주시는 밥이 맛있고, 네 가지의 반찬과 미역국이 따라붙은 식사는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누군가 차려줄 때에는 감사히 먹을 수 있지만, 일을 하고 출근을 하고 글을 쓰고 아이를 돌보며 만들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그것도 이 일에 익숙하신 분이 하시는데도. 황송하고 감사하게 양파 한 조각 안 남기고 싹싹 다 먹고 있는 한편으로 우리집에 뭔가 “제대로 한식다운” 집밥이 정착할 일은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재료가 몇 가지 빼고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가격이 비슷비슷한 것, 은 잠시 접어두더라도(이걸 잠깐 접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는 건 안다.) 한식 밥상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어간다.
몇 가지 야채반찬 중 손이 덜 가게 생겼고 나와 세이의 능력으로 재현 가능한 것들의 레시피를 적어두고 있다. 그 정도만 하자. 그냥 지금은……. 그래, 다음 주에 식료품 장을 보는데 얼마가 드는지 계산하고, 돈으로 산 시간동안 손목을 할 수 있는 한 회복시키고, 가능하면 잠을 좀 더 자서 건강도 회복시키는 게 목표다. 나는 지금 남이 해주는 밥을 감사히 먹으며 재료비 외에 시간의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계산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그렇다고 관리사님이 식사준비만 해 주시는 건 아니다. 육아에 대해서도 다시 배우고 있다. 그 김에 나는 대충 굴리던 살림을 좀 체계적으로 굴릴 방법도 물어보고 조언을 듣고 있고) 머지 않아 이 모든 것을 다 혼자 해 내고도 이런저런 계약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몸을 만드는 게 제일 시급하니까. 한식이 집밥에 적합한가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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