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거워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리디북스의 추리물 쪽 신간을 보고 일단 구입해 보았다.
총 4권이라, 예전에 종이책으로 나왔던 경성탐정록이나 그 속편 피의 굴레의 볼륨을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이건 그 책들을 각각 두 권씩으로 분권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되었다. 보통 약간 두꺼운 종이 단행본 한 권이 e-book으로는 두 권으로 나오기도 하니까. (서비스 할 때 보니 e-book 한 권은 라이트노벨 한 권 정도 기준으로 잘라서 서비스되는 경우도 많다. 권수가 많아지면 매출이 올라가니까.) 그렇긴 해도 지금 이사 등으로 전작들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라, 다시 읽어도 괜찮지 하고 구입했는데.
1권이 통채로 경성탐정록, 2권은 통채로 피의 굴레였다.
세상에, e-book 한 권에 13~14만자로 끊어서 서비스할 수 있게 분량을 맞춰달라는(그러니까 애매하게 24~25만자 쓰지 말고 아예 좀 더 써서 두권으로 나누자거나) 업체들이 수두룩한 이 세상에, 특히 1권은 원래 종이책이 그렇게 얇지도 않았는데 이런 대출혈 서비스(……)라니. 좀 당황스러웠다. 물론 1권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소나기(짬뽕집이 나오는 이야기)는 2권으로 넘어갔고, 2권은 제목이라든가, 좀 소소하게 바뀐 것 같다. 종이책에서의 “피의 굴레”도 제목이 좀 더 직접적으로 “사의 찬미”를 떠올리게 하는 “정사”로 바뀌었고. 그리고 3, 4권은 두 권이 죽 이어지는 장편이다. “마리아의 죽음”이라고, 사업가의 아내이자 복면 가수인 신여성의 죽음과 그 진실을 밝히는 내용. 어떤 점에에서 내가 어릴 때 한국 추리문학들을 안 읽고 때려치우게 만들었던 “부와 명예를 갖춘 미모의 여인이 살해당했고 그녀의 죽음과 함께 복잡한 사생활이 드러나는” 전개로도 볼 수 있지만, 신여성에 대한 당대의 편견이라든가, 그 당시의 주식시장 같은 여러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두루두루 들어가 있어 읽으면서 실망스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몇몇 대목에서 지난 겨울 비트코인 광풍(나는 다행히 리플로 단타를 쳐서 두 배 치긴 했지만, 내 주변에는 투자금을 날리고 그저 “존버”를 외치는 사람들이 더 많다……)을 떠올리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고. (어쩌면 작가님도 비트코인을 하셨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