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

플랫폼이 부당하면 계약해지를 해야지 왜 연재하고 남아있느냐는 트위터 계정, 무연대 작가들을 따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일침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사측이 부당하면 퇴사를 해야지 왜 거기서 투쟁을 하고 있느냐고 노조에 대고 일침을 놓고 있는 것 같네 (웃음) 물론 작가가 한참 연재하던 작품을 두고 갑자기 연재 중단을 하면, 돈을 못 버는 것은 기본이고 대체로 계약서에 기재한 많은 안전장치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리스크 다 접어두고서라도, 거기서 중단하고 딴 데 가면 그 작품을 이어서 하는 게 아니라 새 걸 해야 한다. 중간에 허리가 뭉텅 잘려버린 작품은 되살리기 힘들다. 작가가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사측에 인질로 잡혀 부당한 계약서 갱신 요구에도 남아 있는다는 건 생각하지 못하는 소리가 아닌지.

작가에게 길을 막고 물어봅시다. 연재가 한창 진행중이고 주인공들이 곧 중요한 이벤트를 겪을 상황에서 플랫폼이 당신을 숨만 붙여놓을(……) 악랄한 계약 갱신을 요구할때, 작품을 위해 그 쓰레기같은 계약을 받아들일 것인지. 그렇다는 사람이 못해도 반은 넘을걸? 안 그러면 이야기가 죽으니까. 90년대 선생님들 연중작 리스트가 안타까움으로, 가끔은 웃음거리처럼 돌면서 저주 어쩌고 하는 소리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다시 말하면 런칭하는 잡지마다 모셔가고 싶었던 존잘님들임. 그리고 잡지들이 떼로 망한 거고요. 그런 분들도 재연재 및 타사에서 완결이 쉽지 않아 그리 된 건데 뭐래. 아마 그 계정 말대로 불의에 맞서 계약해지!!!!로 나오면, 재연재가 어려운 한국 실정에서 작가가 자기 기분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하며 나무위키에 무책임한 작가 리스트로 기록되지 않을까?

나는 저렇게 함부로 말하는 계정들 뒤에 정말 독자가 있는지도 좀 의문이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독자란, (작가의 안위도 같이 걱정해주면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대체로 작가의 안위보다는) 적어도 자신이 읽고 있는 작품의 무사연재 무사완결을 바라는 법이다. 그런데 저런 계정들의 발언은 부당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작품만은 지켜내려는 작가들에게 비난을 하고 있으니 독자의 계정이 맞는지 알 수가 없어지는 부분이다. 작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은 없는데, 자기가 독자라고 말하고 싶으면 작품은 좀 읽었으면 하고, 그리고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하는 지혜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일의 맨 앞에 서 계신 분들은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길을 그저 걸어가고 계시는데. 독자든 독자가 아니든, 심심풀이로 돌을 던지듯이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

ps) 솔직히 저 리스트, 레진 내지는 나무위키에서 여성작가는 다 메갈이라는 놈들 중에 머리 굴리는 놈들이 할 법한 발상이다. 저런 놈들이 싸질러놓은 헛소리를, 저 놈들은 직접 책임지지 않을 테지. 나중에 그 리스트에 따르는 평판은 지금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싸우는 분들이 떠안으실 게 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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