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필요없잖아?”라고 말하는 “교육자들”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묘하게도, “부역자”라는 거. 교육자라는 사람이 수학에 대해 저렇게 말하는 건, 계급 사다리 고착에 아주 적극적으로 부역하는 인간들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어진다.
첫째, 다른 과목들은 돈으로 열심히 발라서 어떻게든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수학으로 고오오오오득점을 올리려면 머리와 노력이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몇 안되는 포인트라는 것. 두번째는 당장 취업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살면서 승진을 하고 관리자의 위치에 오르거나, 혹은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때 수학적인 머리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걸 원천봉쇄하려는, 다시 말해서 얼마 남지 않은 사다리를 사전에 폭파시키려는 소리로 들린단 말이죠. 뭐, 그렇게까지 악의를 담고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이럴 때 할 말은 어쩌면 “문과가 또!!!!” 일지도 모르지만, 문과도 살면서 기회를 잡으려면 공통수학과 통계는 필요하다고요. 뭐래. 평생 십대 때 선택한 진로만 갖고 먹고 살 거야?
수학은 학교에서 배우고 나와서 “당장 취직할 때” 가장 쓸모가 적은 과목일 수는 있지. 그럴때는 영어나 일반 상식이나 암기력이 더 필요하지. 물론 대학에서 쓸모가 적은 과목은 아니다. 이학은 물론 공학이나 사회과학, 의대에서도 필요한 게 수학인데요.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대학 졸업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회사 다니면서 대학원도 가고, 회계도 배우고, MBA 공부도 하지. 근데 경영학 공부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통계 아님? 회사에서들 좋아하는 식스시그마는 통계 아니고? 당장 미적분을 풀진 않더라도 수학머리가 있어야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지 않으려나? 중고등학교 때 수학 안 배워도 다 할 수 있다면 뭐 상관없겠지만.
취직하고 나서, 어릴때는 필요성을 못 느꼈던 공부를 나중에 시작할 수도 있고,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도 있고, 매니저가 되어서 책임있는 일을 하면서 통계를 다룰 수도 있는데. 하다못해 회사 그만두고 오파상을 차릴 수도 있는데. “언젠가 더 나은 인생을 살고자 했을 때” 통계가 머리에 안 받아서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기본적인 회계가 머리에 안 들어와서 주먹구구로 하다가 손해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치 대학 입시 보고 나면 평생 필요도 없는 수학을 가르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함. 무책임할 뿐 아니라 자신이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계급을 고착시키는 데 부역하고 계심. 인생은 길고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으며 살다보면 나중에 무슨 선택을 할 지 모르는데 말야. 수학으로 일가를 이루진 않더라도 수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머리를 만들어 주는 게 평생 쓸모없는 일이 아닌데 말이죠.
여튼 수학 잘한다고 인생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진 않는데 수학 못하면 기회를 놓치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함.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