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상한 책에 대해 무엇부터 설명해야 하나. (웃음)
여튼 우리 집 택배함을 열었더니, 거래처 1번에서 보낸 택배가 와 있었다. (온 줄도 몰랐던 것이, 이젠 택배기사님이 책 택배는 묻지도 않고 택배함에 넣어버리신다. 아이고야.) 그리고 이 책은, 이 택배를 뜯자마자 나온 물건으로.
제목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문자 그대로, 원피스에 나오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셰프인 상디의 레시피 책…… 이라는 컨셉으로, 만화 원피스에 언급된 여러 음식의 레시피를 구현해 놓은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재료는 물물고기나 하늘섬 특산물 같은 게 아니라(……) 평범하게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등. 대충 읽어봐도 원피스에서 밥 먹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기저기 관련 장면 컷이 들어가 있어서 팬들에게는 무척 좋은 책일 듯 했다. 게다가 저자는 깨알같이 상디 님이심. 표지 뿐 아니라, 판권지에도 SANJI라고 적혀 있다고. 그런 점에서 원피스 덕후를 제대로 노린 책이기도 했고.
게다가 요리 못하는 사람이 대충 읽어보기에도, 이런 거는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요즘 요리책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 한 가지를 발견했다. 최근에 나온+구입한 요리책들은 대부분, 다이어트, 저혈당, 저지방, 채식, 혼밥이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 그런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한창 나이의 해적들이 먹는다는 컨셉이다 보니, 요만큼의 죄책감도 없이 아낌없이 고기고기고기한 메뉴들을 보여준다. 물론 중간에 웰빙 채소 레시피라는 것도 나와는 있지만 대부분은, 호쾌한 고기! 고기고기! 고기고기고기하고 포만감 느껴지는 것들. 고기가 안 들어가면 볶음 국수라든가 밥이라든가 버거라든가 러스크라든가. 요즘 세상에 이렇게까지 가성비도, 혼밥도, 채식도, 건강도, 혈당도, 콜레스테롤도 걱정하지 않고, 만화고기를 빚어다가 우적우적 뜯어먹고 싶게 만들어진 요리책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그건 그렇고 오다 선생님 댁…… 타진냄비야 요리에 관심있는 집에 하나쯤 있을 수 있지. 숯불이나 짚불을 피우는 화로에 꼬치를 굽는 것도, 뭐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못 봤으나 일본 요리만화 쪽에서는 본 적 있으니까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나가시소멘을 해먹기 위한 롤러코스터 같은 경사대는 뭡니까, 선생님…….?
ps) 원피스를 몰라도 상디가 누군지 안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만한 책이고, 고기요리를 간단하고 빠르게 해 먹고 싶은 사람이면 만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볼 만한 책. 쪼잔하게 중년의 건강이니 다이어트니 그런 건 한 마디도 안 나온다. (그리고 매우 몸에 나빠 보인다. 하하하 ㅠㅠㅠㅠㅠ 해서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젊음인가” 일 것 같은데.)
PS2) 근데 이런 것도 재미있지만,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의 “어제 뭐 먹었어” 요리책은 좀 안 나옵니까? 예? ㅠㅠㅠㅠ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