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여성 신령들

[망한논문 참고자료] (8) 『무당, 여성, 신령들 – 1970년대 한국 여성의 의례적 실천』, 로렌 켄달, 김성례·김동규 번역, 일조각, 2016.

  • 11쪽(서문). “구조주의적 분석이 아니었다면 내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몇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친족에 대한 일반적 서술에서는 여성의 친정 가족이 남편 집안일에 끼어들지 않는다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굿에서는 여성들의 살아 있는 친척, 신령, 조상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 60쪽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전씨 할아버지를 위해 거행된 행사에서 전씨 할아버지가 최소한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굿은 여성들의 잔치였다. 전씨네 할머니가 굿을 처음부터 준비하고 신령 및 조상과의 농담을 주도했다. 신령들 또한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는데, 아들의 가정 역시 그 굿을 통해 복과 운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부계제(patrilineal)와 부거제(patrilocal)에 근거한 한국의 마을에서, 이미 출가한 전씨네 딸이 친정 집안의 신령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대신할머니가 올라 무감을 추었는데, 전씨 집안의 대신할머니가 그녀의 남편 가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전씨네 할머니도 전씨 집안으로 시집올 때 친정집 대신할머니의 영향력을 함께 가져왔다.”(주석 : 이것이 절대적 혈연관계가 아님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들과 딸은 전씨네 할머니의 친자식이 아니다.)
  • 61쪽 “(이웃과 친구들에 대해. 공수나 사탕을 받으며 돈을 조금씩 서고 춤을 추었다고 말하며) 이 여성들은 결코 소극적인 구경꾼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모두 애정을 가지고 하나의 코러스를 이루었다. 이들은 신령들이 성가실 정도로 조르기도 하고, 진행되던 굿 드라마의 비평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슬픈 분위기에서도 자신들을 울지 않게 할 만한 재미난 것들을 찾아냈다. 이 여성들은 일상에서 그러하듯이 신랄한 말투와 유머 그리고 눈물로써 신령과 조상들을 대했다.”
  • 66쪽 “전씨 가족의 굿에서 여러 종류의 신복을 입은 신령들이 나타난 곳은 여성의 세계이다. 여성 만신이 신령을 청하여 신의 말을 전하고, 만신이 아닌 일반 여성들은 신령에게 소원을 빌고 흥정을 하거나 때로는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가정신령들이 잠잠해지면(가정신령을 대접하는 굿거리가 끝나면 – 옮긴이) 일반 여성들은 만신의 옷을 입고 자신들의 몸주신에 실려 춤을 추면서 가벼운 희열 상태에 들어간다.”
  • 66쪽 I. M. 루이스 “신령의 성적 편향성(Sexual bias of the sprits), (Lewis, 1966, 309)”
    1907년 보고라스의 기록 “대부분의 척치 족 샤먼들은 여성이지만 척치 족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트랜스에 쉽게 빠진다고 보기 때문에 남성 샤먼들이 더 많은 특권을 누린다고 한다.”(Bogoras, 1907, 414)
    “트리니다드 샹고 의례에서 신이 들린 신자들의 75%는 여성”
    “케냐의 와타이타 족의 신 사카, 에티오피아의 신 자르, 서아프리카 하우사 족의 신 보리는 모두 여성에게만 내림. 일본의 샤먼과 아프리카의 랑고 족 점술가, 나트 신을 모시는 버마의 영매도 대부분 예외없이 여성.”
  • 67쪽 “루이스는 신들림에 대한 수많은 민족지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하여, 여러 신들림 사례들이 마법 송사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사회적 틀 안에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Lewis 1969, 27~28) 그는 여성 샤먼과 신들림 컬트 신도들이 남성의 옷을 입고 역할전도를 극화하는 상화엥 대해 ‘모방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형태의 아첨이 아닌가’라고 하면서 남성의 지위와 권력, 그리고 그에 따른 여성의 상대적 박탈이 암묵적으로 승인되고 있음을 발견했다.(앞의 책, 109)” (I. M. 루이스 “신령의 성적 편향성(Sexual bias of the sprits), (Lewis, 1966, 309))
  • 67~68쪽 (Lewis 1969에서, 루이스의 주장) “여성은 신들림을 일종의 전략으로 활용하는데, 평소에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트랜스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다. 치료 의례에서 제도화된 신들림은 ‘여성이 고통을 통해서……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포부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Lewis 1966, 322)이 된다.(중략) 그에 따르면 신들림 컬트는 ‘페미니스트 하위문화’의 전위 조직으로서, 그 안에서 여성은 남성 세계에 완곡한 형태로 저항한다는 것이다(Lewis 1969, 89)”
  • 68쪽 “하위 문화로서의 신들림 컬트라는 루이스의 정의는 ‘지배적 도덕성의 종교’와 ‘주변적 컬트’라는 이원론적 구분에 근거한다. (중략) ‘주변적 컬트’는 복합 사회의 지배적인 도덕 종교 외부에 존재한다. 이 컬트의 신령들은 공식적으로는 폐기된 고대 신앙의 잔존물이며, 이제는 여성의 ‘주변적인’ 사회적 위치에 대한 보상으로서 여성의 시계에 남아 있다.(Lewis 1969, 34, 148)”
  • 68쪽 뒤르켐 : “공동체가 가진 열망이 가장 잘 표현된 것으로서의 ‘교회’와 개인적 상황과 필요에 따른 주술의 구체적 적용들로서의 ‘컬트’를 구분(Durkheim (1915)1966, 59-62)”
  • 68쪽 “주변적 여성들은 주변적 신령들에게 고통받는데, 그 신령들은 ‘사회에서 주목받는다 하더라도 사회의 도덕적 규칙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신령들은 앙심과 적의로 가득 차 있지만, 희생자들의 도덕적 특성이나 행위와는 상관없이 단지 변적이 심해 희생자들을 공격한다고 믿어진다.” (Lewis 1969, 30-31)
  • 68~69쪽 “나는 그(루이스. 주변적)와는 상반된 주장, 즉 전씨 가족의 굿에 등장한 신령과 혼령들이 한국의 가족과 마을 종교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밝히고자 한다. 이 종교 체계에서 여성과 샤먼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의례들을 보완하는 대단히 중요한 의례들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성의례에 대한 연구는 한국 지식인들이 토속문화를 오랫동안 불편해하고 유교 이념상 여성의 가치를 절하해 왔기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엘리트라면 여성의례를 무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국인이 겪은 복잡한 종교적 경험의 결과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활동이 한국인의 의례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남아있다는 사실 역시 그러한 종교적 경험의 결과이다.”
  • 68쪽 “남성이 ‘중심 권력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독점하고 여성의 법률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은 ’주변적‘일 수 밖에 없다.” (Lewis 1966, 321)“
  • 70쪽 “사회사학자들은 한국에서 ‘유교화’는 최근에 일어났으며 인위적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15세기 초 건국된 조선왕조의 신유학 개혁가들은 한국 사회의 철저한 변화를 추구했는데, 이것은 매우 상이한 사회질서를 위에서 아래로 강요하는 것이었다. (Deuchler 1977, 1980.)”
  • 70쪽 “현재 우리가 ‘전통적인 한국’이라고 연상하는 사회 패턴은 불과 16세기 혹은 17세기까지도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 상당히 최근까지 한국의 친족은 부계에 제한된다기보다는 방계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반 계층의 딸들은 땅과 노비를 상속받았고, 가끔은 부친 조상의 신위에 제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상속받았다. 조상숭배는 아직까지 엄격하게 유교적인 의례가 아니었다. 딸의 자식들은 출가한 집안의 족보 뿐 아니라 친정의 족보에도 기록되었다. 남편은 부인의 친정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여성은 남편의 친족에 어머니와 부인으로서 합류하여 시어머니의 자리를 계승하거나 혹은 여성 자신의 가정을 형성했다. (박병호 1974, 323-354; Duechler 1977; K. K. Lee 1977, 289-292; Peterson 1983l Wagner 1983)
  • 70~71쪽 “최근에 한국학자들은 유교화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한국 여성이 실천한 비유교적 의례들은, 비록 지금까지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유교와 한국인 사이에 이루어진 타협을 이해하는 데 유리한 점들을 제공한다.”
  • 71쪽 “초기 민족지학자들은 한국의 가정 종교가 가진 이중 구조에 대해 기술했다. 남성은 경건함 속에서 조상을 모시는데, 이것은 매우 엄숙한 의례다. 여성은 가정의 신령들을 모시며 잡귀들을 몰아낸다. (중략) 남성의례는 보통 유교적이라고 서술된다. 여성의례는 영혼숭배, 샤머니즘, 민속신앙, 미신이라고 불리었다.”
  • 71쪽 “한국학자들은 여성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관례가 뚜렷한 사회에서 어떻게 사제 역할을 하는 여성 무당이 두드러지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만신은 여성이며 모든 만신은 여성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남성 샤먼(박수무당)은 굿을 할 때 여성의 옷을 입으며, 속바지는 하늘거리는 치마와 속치마 속에 감춰져 있었다.”
  • 72쪽 “한국의 여성의례 연구는 반드시 무당을 언급하는데, 무속의례를 이해하려면 무당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일반 여성들을 빼놓을 수 없다. 가정 신령 및 조상들과 여성의 관계는 대부분의 무속의례의 토대가 되는데, 이것은 덕이 높은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효자가 남성의례의 기본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73쪽 “사실상 불교적이라고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거나, 혹은 유교 경전에 직접 기인하지 않은 모든 의례들이 무속적이라고 규정되는 경향이 있다. 학자가 아닌 일반 한국인들은 이러한 활동들을 미신이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는 문자 그대로 보면 ‘잘못된 신앙’이라는 뜻이다. 미신이라는 용어는 학자들에 의해 편견이 덜 가미된 채 사용되는 ‘무속적’이라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대략 19세기 말 동아시아에 기독교와 근대사상이 유입되던 때에 출현하였다.”
  • 73쪽 “미신은 무속의례뿐만 아니라 조상숭배까지 포함해 모든 전통적 관습을 조롱하기 위한 용어였다. (중략) 여성의례에 대한 고유언어가 없기 때문에 만신들은 미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러 명의 무당들과 손님들이 가끔 이렇게 묻곤 했다. ‘미국에도 이런 미신이 있냐?’ 한 만신은 자신의 손님을 ‘미신을 잘 지키는 집’이라고 칭찬했다.”
  • 76~77쪽 “빈센트 브랜트는 한국 사회의 모순적인 모티프들에 대한 논의에서 ‘위엄 있는 선비에게 모범이 되는(중략) 고요한 평정 상태와 신들린 무당의 거칠고 격정적인 활동’을 병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대립이 ‘한국의 역사, 민속, 문학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라고 주장한다. (Brandt 1971, 28)”
  • 77쪽 “선비와 무당의 대립은 남성과 여성, 엘리트와 일반인, 한학자와 토착 관습의 담지자라는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 500년동안 한학에 정통한 엘리트 남성으로서 ‘위엄 있는 선비’들은 자신들을 무당의 적으로 선언해 왔다. 그 시기 동안 위엄 있는 선비의 부인들은 무당을 계속해서 후원해왔다.”
  • 79쪽 “대부분의 한국 양반들은 신령들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부인이 저급한 의례에 집착하는 것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헐버트)
  • “다음과 같은 남성들도 많다. 일상생활에서는 잡신을 조롱하지만 막상 자기가 병상에 눕거나 누군가가 고통스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잡신에게 많은 뇌물을 지불함으로써 이전에 가졌던 회의적인 태도와 타협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Hulbert (1906)1970, 406)
  • 77쪽 “여성들의 의례에 대한 사대부들의 의심은 이중적이었다. 여성은 아들과 아버지의 도덕 질서 외부에 있는 예측 불허의 존재였다. 여성이 가정의 신령들에게 행하는 의례와 여성 무당의 자극적인 의례는 경전에서 인정된 올바른 의례가 아니었다.”
  • 81쪽 “점잔을 떠는 태도와 관련된 한국과 중국의 유사성 때문에, 중국 종교연구의 발전이 한국학 연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중국학 연구자들은 엘리트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적으로 표현하는 올바르고 정통적인 행동에 대한 집착과 사적으로 용인하는 다양한 믿음과 행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Welch 1970; Yang 1961, 275-277; Freedman 1974,38) 한국의 경우 비유교적 의례들이 여성의례라는 사실 때문에 적절한 종교적 행위와 적절하지 못한 종교적 행위에 대한 엘리트의 차별이 강화된다.”
  • 82쪽 “어떤 학자들은 가정의 신령들에 대한 한국 주부들의 지속적인 열의와 무당에 대한 후원이 가족 내에서 계속된 여성의 취약성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여성은 자신의 친족과 마을을 떠나 낯선 외부인으로서 남편의 가족에 들어간다. 여성들은 시집가서 아이를 못 낳으면 수치심을 안고 친정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아들 출산은 여성의 첫 번째 성공이며 자신이 쫓겨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한다. 그러나 여성은 안정적인 노후와 조상 대접을 보장받기 위해서 자식들을 건강하게 양육해야 했다. 이런 압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신비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아들 임신과 순산, 그리고 아들의 장수를 위해서 기이한 관습에 의존한다. (Akamatsu and Akiba 1938, 2:193; T.H.Kim (1948) 1969, 145-146; Chung, Cha and Lee 1977)
  • 182쪽 “죽은 자들–안식을 취하지 못하는 조상(조상말명)과 귀신(영산, 잡귀)-은 고통의 흔한 원인이 된다. 죽은 자들 가운데에는 자기 가족 출신으로서 신원이 확실한 망자인 조상과 귀신이 있다. 또한 익명의 귀신들이 있는데 이들은 끊임없는 갈망으로 인해 자기들을 알지도 못하는 가정으로 이끌린다.”
  • 182쪽 “조상은 남자아이를 생산하고 자손으로부터 제사 음식과 제주를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지만, 영산이나 잡귀는 결혼을 하지 못해 자식도 없이 죽거나 집 밖에서 돌연히 혹은 비참하게 죽은 존재이다.” (물에 빠져 죽은 영산, 총 맞아 죽은 영산,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은 영산, 처녀귀신, 몽달귀신 등이 무가에 나옴) (중략) 만족스럽지 못한 죽음 때문에 이들은 분노와 좌절 속에서 자신들의 비통함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드러낸다.“
  • 183쪽 “조상은 영산이나 잡귀보다 훨씬 운이 좋은 존재로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으며 살 만큼 살다가 가족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조상들조차 한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만신에 실려 자신들이 살아 있었을 때 이루지 못했던 모든 것들로 인해 통곡한다.” (손자를 안아볼 수 없거나, 살아생전 늘 가난했거나) (중략) “한국인의 사회 통념에 의하면 이러한 모든 욕망은 정당하지만 운명적으로 좌절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 183쪽 “정서적 애착 때문에 죽은 자가 산 자에게 이끌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비록 조상에게 악의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그들의 등장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중략) 가족의 영적 방어수단이 약해지거나 가정신령들의 보호가 멈출 때문 이러한 조상들 중 누군가가 들썩거리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다. 만신은 ‘조상손은 가시손이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조상이 산 사람들의 몸을 만질 때 마다 상처가 생기게 된다.”
  • 193쪽 “살은 전이 상황에 존재하는 의례적인 위험에서 발생한다. 전이 상황이 중요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경우일수록 훨씬 치명적인 살이 발생한다. (중략) 주요한 전이 상황에는 잔치가 따르기 마련이며 이러한 잔치에서 발생하는 살은 광범위한 사회적 영역에서 발생한다. 결혼식, 환갑잔치, 혹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은 – 만약 그 사람의 운이 나쁘다면 – 살에 맞을 수 있다.” (출산은 산모와 아이 사이의 일. 새 생명이 태어나지만 이로 인해 성인들의 사회적 관계가 재배열되진 않음.)
  • 193~194쪽 “결혼과 환갑은 개인이나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통과의례이다. 여성은 자신의 가정과 마을을 떠나 다른 가정과 마을로 들어간다. 부모는 삶의 모든 주기를 완성한 후 조상이 된다. 죽음은 모든 전이 상황 가운데 가장 돌이킬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가장 큰 위험이 발생한다. 한 성인이 – 신부가 그러하듯이 – 가정과 마을을 떠날 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세계를 떠나게 된다. 시신은 산으로 옮겨지며, 남성과 여성의 세계로부터 멀어진다.”
  • 205쪽 “조상을 모시는 효자 아들이 남성의례의 기본틀을 제공하는 것처럼, 가정신령을 모시는 주부는 무속의례의 기본틀을 제공한다”
  • 205쪽 “고사에서 주부는 술과 떡 접시를 들고 집 곳곳을 다니며 신령들을 대접하여 신령이 그곳에 있음을 드러낸다. 제일 큰 팥시루떡 한 켜를, 때로는 시루째로 성주를 모신 대들보 아래와 터주대감을 모신 집 뒤편 굴뚝 아래에 놓는다. 술안주로는 말린 생선을 대접한다. 더 공들인 고사일 때는 석쇠에 구운 고기를 바치지만, 비용을 더 들인 경우에는 삶은 돼지 머리를 통째로 바친다. 식욕이 왕성한 남성 신령들과 달리 임신, 출산, 양육의 수호신인 삼신할머니는 안방에서 흰떡과 옥수(정화수), 채소, 견과류, 사탕을 대접받는다.”
  • 208~209쪽 “성주는 집의 수호신이다. 또한 성주는 남성 가장에 초자연적으로 상응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곡식을 담은 가장의 밥그릇이 성주에게 바치는 제물의 일부분인 것이다. (중략) 성주는 대청마루의 대들보에서 군림하며 가장은 대청마루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중략) 남성 가장이 성주를 ‘받는다’고 이야기되지만 가장을 대신해서 성주를 불러내는 의례를 하는 이는 여성이다. (중략) 가장이 직접 성주를 불러서는 안 된다.”
  • 211쪽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과 도당은 가정의 성주와 집합적으로 등가인 존재이다. 한 마을이 굿을 하여 도당신을 대접하고 해로운 힘들을 몰아내고자 할 때 행하는 도당굿은 가정굿의 양식을 따르며, 다만 성주의 위치가 마을의 도당신으로 대체된다. 여성들은 마을 내 여러 가정의 신령들 앞에서 각 가정을 대표하며, 각 가정의 조상들이 초청되어 만신을 통해 말을 할 수 있다. (중략) 한 노부부가 남서낭과 여서낭을 불러들이기 위해 나뭇가지를 잡았다. 부인이 붙잡은 나뭇가지가 더 격렬하게 흔들렸고, 그 나뭇가지에 실린 여서낭으로 인해 서낭당에서 내려오는 내내 부인이 남편을 앞장섰다.”
  • 215쪽 “가정에서는 한 명의 여성, 보통은 연장자 여성만이 고사를 지낸다.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맏며느리가 고사나 다른 종류의 여성의례를 올리는 것은 시어머니가 죽거나 적극적인 관리자 역할에서 은퇴했을 때의 일이다. 맏며느리가 아닌 여성들은 자신들의 집을 세워 ‘살림을 할 때부터’ 고사를 지낸다. 고사를 드리는 여성은 집의 안주인으로서 자기 집 가정신령들에게 자기 자신과 남편 그리고 가정의 안녕을 빈다.”
  • 215쪽 “한국인 주부가 가정의 신령들을 불러내어 빌고 가정에서 사제의 권위를 부여받는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차이점)
    일본 : 가족의 음식과 신령의 제물을 같이 준비한다. 사람들을 먹이듯이 신령을 먹이며 사제로서의 역할은 함의X
    중국 : 남성들이 가정에서의 권위를 드러내며 조왕신을 모심
    한국의 경우 : “성주가 남성 가장과 동일시된다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의 권위가 아닌 자신의 권위를 가지고 성주신에게 빈다.”(215쪽), “여성이 신령들에게 대접하는 제물은 가족에게 내가는 음식과는 다른 특별한 음식들로 구성된다.”(216쪽)
  • 217쪽 (고사에서 여성은 남편의 대리인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여성은 가정을 대표하지, 남편을 대신하지 않는다. 남성들 스스로 고사를 지내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 218쪽 “집은 여성들의 공간이며, 여성은 가정신령들 앞에서 가정을 대표한다”
    (예외)
    강원도의 어떤 마을에서는 남성이 성주를, 여성이 조왕을 대접한다. 하지만 두 신령 모두 지신제라고 불리는 가정의례에서 모셔진다. 민속학자들은 이 지역에는 두 종류의 성주가 있어 한 분은 대들보에, 다른 분은 부뚜막에 모셔진다고 한다.
    충청북도의 어떤 마을에서는 부부가 길한 날을 택해 함께 가택신과 지신에게 고사를 지낸다. 한쪽이 죽으면 홀로 남은 사람이 혼자서 지낸다.
    제주도의 일부 마을에서는 남자들이 토신제를 지내며 여자들은 집 안에서 안제라는 의례를 행한다. 이는 부인과 남편을 안사람과 바깥사람으로 생각하는 인식에 부합한다.
    동해안의 한 마을에서는 의례 집전자의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이는 여성의 배제나 종속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역할의 상호보완성을 보여줌.
  • 231쪽 “가정의 전통에 따라 나타나는 신령이 다르다. 조씨 집안의 조상 중 하나가 미륵불을 모신 신전을 세웠고, 후손들이 오랫동안 그 신전을 관리했다. 조씨 집안의 여성들은 그곳에서 치성을 드렸다. 조씨 가정에서 굿을 할때면 미륵이 불사와 함께 나타났다.
    저명한 남자 조상은 만신이나 보살처럼 만신전의 신이 될 수 있다. 만신이 점괘에서 조상 중에 대궐에서 칼을 차고 다니던 사람, 즉 무관이 있었음을 밝혀내기도 한다. 비록 먼 조상이지만 이 조상은 강력한 장군신으로서 그 가정에 영향을 끼친다.“
  • 232~233쪽 “만신전 내의 다른 신령들은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특출한 점이 없다. 동자별상이나 호구는 홍역이나 마마에 걸려서 어려서 단명한, 즉 명예롭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 존재들이다. 자손 없이 죽은 사람들은 가족의 조상으로 남을 수 없다. 이들은 집에서 추방된 혼령으로서, 굶주린 거지처럼 세상을 방황한다.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 어떤 존재들은 이들이 가진 해로운 힘 때문에 가족 만신전에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가족은 이들의 변덕을 달래기 위해 밝은색 옷이나 사탕, 쌈짓돈 등을 대접한다.”
  • 234쪽 “호구는 결혼하기 전이나 결혼 직후에 죽은 처녀이다. 그녀는 동자별상처럼 살아있는 언니(동생)나 친한 친구가 결혼식을 할 때 그 여성을 따라간다. 옛날 궁궐 여성이 입던 족두리와 색동저고리 혹은 현대식 결혼식에 사용되는 면사포를 입은 신부가 부러운 나머지 신부에게 끌리는 것이다. 호구는 신부의 새 집에서 남편과 신부 사이를 가로막고서 부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지 못하게 하며 부부 사이에 분란을 일으킨다. 호구는 굿에서 말하는 것처럼 ‘안방을 흔들흔들하고 다닌다.’ (중략) 어떤 집안은 마땅히 조상에게 먼저 잔치 음식을 올리듯이 결혼식 전날 밤 혼례 음식인 국수와 떡을 만신의 신당에서 호구에게 대접한다. 여탐이라고 하는 이 의례는 날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들과 처녀들을 제자리에 붙잡아 두어 그들이 신부의 집에서 장난을 치지 못하게 한다.”
  • 237쪽 “여성들은 가정의 만신전을 자기들만의 전통으로 채색하는데, 이 전통은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는, 즉 결혼을 통해 들어온 여성들이 세대를 거치면서 전승한다. 지금껏 보았듯이, 어떤 가족 구성원들은 만신전의 신령이 된다. 조상은 사회적 혹은 의례적 특출한 때문에 신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데, 관직에 올랐던 남성과 만신이나 보살이었던 여성이 후손의 가정에서 신령이 된다. 좋을 수도 있고 다쁠 수도 있는 이들의 힘은 일반 조상들의 힘보다 뛰어나며 오래 지속된다. 특별히 골칫거리인 어린 아이와 처녀의 혼령은 제멋대로인 행동 때문에 작은 신령의 지위를 얻어낸다. 정성을 다해 칠성신을 섬겼던 여성은 몸주신으로 오르게 된다.”
  • 239쪽 “이런 전통을 영속하는 데 주요한 인물은 여성이며, 신적 영향력은 부계로 구성된 집의 경계를 넘어선다. 동자별상과 호구는 출가한 누이나 언니를 따라가 새집에서 불길한 존재가 된다. 다른 신령들도 여성을 따라 남편의 집으로 가서 어떻게 대접받느냐에 따라 그 가족에게 이득이 되거나 해를 끼친다.”
  • 240~241쪽 “여성은 영향력이 강한 신령들을 보살피고 대접하는 방법을 시어머니와 만신에게 배워서 자신의 의례적 가족을 보호한다. 하지만 어떤 여성의 관심은 가끔 의례적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 친정과 출가한 딸의 가정에까지 미친다. 이런 여성의 신령들은 그 영향력이 여러 가족을 가로질러서 모든 가능한 방향들에까지 확산되는 친족의 신령들이다. 한국의 여성의례 영역에서는 신령이나 조상 그리고 귀신 어느 하나도 남성을 중심으로 정의된 친족의 경계선 앞에 멈추어 서지 않는다.”
  • 250쪽 “남성들은 자신과 밀접한 혈연관계에 있는 친족 안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다 죽는다. 장자는 가장권을 승계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출생한 집, 즉 큰집의 조상이 된다. 차자는 작은집을 이루고, 죽은 후에는 그 새로운 집의 시조가 된다. ‘집’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데, 맥락에 따라서 한 아들의 독립된 ‘가정’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혹은 여러 아들이 이룬 가정들을 모두 포괄하는 의례적 ‘가족’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 250쪽 “대를 잇는 전통을 가진 ‘큰집’에서는 4세대 위의 조상까지 모신다(사대봉사). 지손들은 큰집에 모여 제사를 함께 지내는데 형제, 조카, 사촌들이 부모와 조부모께 술잔을 올린다. 차자는 자신이 자란 큰형의 집에서 조상에게 술을 바치고 절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가정에서는 자신이나 부인이 죽은 뒤 조상이 되기 이전까지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 250~251쪽 (남성의례에서) “항렬이 낮은 친족이 조상의례를 행할 때 항렬이 더 높은 숙부들도 방문하며, 한밤중에 제사가 끝나면 손님 자격으로 음식을 대접받는다. 계보상 항렬이 더 높은 이 연장자들은 의례 절차와 제사상 차림에 대해 조선을 할 수는 있지만, 계보적으로 항렬이 낮은 조상에게는 술잔을 올리지도 절을 하지도 않는다. 누이나 딸들은 마치 살아 있는 부모의 생일잔치에 친정집에 오듯이 기제사를 지내기 위해 돌아온다. 이들은, 다시 말해 그 집 딸들은 부엌에서 일을 돕고 제사음식을 먹지만 제사에서 술잔을 올리지는 않으며 자신들이 태어난 집의 조상이 되지도 않는다. 결혼과 동시에 친정집과 단절된 여성들은 언젠가는 남편의 집에서 아들의 어머니로서 조상 대접을 받을 것이다.”
  • 251쪽 “술잔을 올리는 남성들은 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부계 장자상속의 원리 그리고 큰집과 작은집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극화한다. 장자는 자신의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만 차자들과 차손들은 장자나 장손의 집에서 술잔을 올린다.”
  • 251~252쪽 “제사는 남성들의 특권이다. 제사상이 일단 마루에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남성들의 소관이다. 여성들은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모든 가정에는 그 가정만의 부엌 전통이 있으며, 그 전통은 시어머니에게서 큰며느리로 이어진다. 다른 가정에서 온 친족 여성들이 제사음식 준비를 도울 때에는 나이가 어리고 항렬도 낮을 수 있는 큰며느리의 정중한 지시에 따른다.”
  • 254쪽 “축문에서 드러나는 정서와 감정은 조상이 만신의 몸에 실려 등장하는 무속의례에서 훨씬 더 뚜렷하게 표현된다. 죽은 자들이 살아 있는 사람을 대면하는 그곳에는 분노와 비난, 슬픔과 회한이 있지만 언제나 화해가 이루어진다. 조상거리가 이처럼 무섭고 위험한 혼령들을 가족의 동반자로 변형하는 것이다.”
  • 256쪽 “무속의례는 조상제사의 도덕성을 드러내고 또한 강화한다. 신이 내린 상태에서 만신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조상이 가질 수 있는 불만을 표현한다.”
  • 256쪽 “죽은 자가 이상적인 삶의 궤적을 따라 살지 못했을 때 만신은 그를 대변하면서 조상을 모시는 방법을 약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조상 중에 아들 없이 죽은 사람, 또는 전쟁이나 사회변동의 시기에 이별하고 죽거나 실종된 친척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불행은 세대로 이어지는 의례의 지속성에 도덕적 균열을 야기하며 그 가족을 초자연적인 위험에 노출시킨다. 만신은 이북에서 잃어버리거나 전쟁 중에 이별한 친척의 죽음을 확인해 준다. 가족구성원들은 그들과의 카타르시스적인 의례적 만남과 그 이후의 대접을 통해서, 그리고 주기적인 가족 잔치 때마다 집으로 그들을 돌아오게 하면서 슬픔과 죄의식을 덜게 된다.”
  • 257쪽 “만신은 엄격한 조상 숭배 구조에 필수적인 융통성이라는 요소를 삽입한다. 남성들이 의례적 지침과 정통적 관습에 따라 조상제사를 모신다면 여성들은 조상들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흥정을 하면서 기어코 그들과 화해하여 그들을 가족의 품 안으로 이끈다.”
  • 258쪽 “만신은 가정의 신령들이 그 가정의 보호에 소홀해지면 조상과 귀신이 발동한다고 말한다. 망자가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닌다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
  • 258쪽 “경계가 명확한 몇 분의 제한된 조상들만이 제사에서 모셔지는 것과 달리, 만신의 점, 푸닥거리, 굿에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조상’이 등장한다. 여성들은 제사에서 모실 수 있는 조상 집단을 구별해 주는 배타적인 부계 원리에 의문을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신과 상담할 때 여성들은 가정의 제사상에서 대접받을 자격이 없는 온갖 종류의 조상들도 가족의 재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여성의 친정에서 따라온 조상과 귀신이 시댁 집안 구성원들의 건강과 재산,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출가한 딸의 혼령이 죽은 후 친정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현실적 존재들은 언제 그리고 왜 등장하는 것일까? 이런 존재들의 등장은 친족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견해, 즉 친정에서 시댁으로 이동하는 여성의 삶의 경험에 입각한 또 하나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 262쪽 (진오기굿 설명하다가) “굿에서 사자의 등장은 죽음이라는 사건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자밥을 차림 -> 만신이 삼베 모자+새끼줄 허리띠+나무 지팡이 차림에 북어(죽은 혼령)를 삼베로 말아 허리띠에 꽂음(사자) -> 여성들이 문을 가로막아 사자의 진입을 막음 “여성들이 공포스런 죽음의 힘으로부터 집을 방어하는 것이다” -> 색동옷을 입고 바리 공주 무가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함” -> 저승으로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긴 천(삼베, 무명)을 무당의 몸으로 밀어 가름. (삼베 : 지옥으로부터 나오는 험한 길. 무명 : 극락으로 가는 길)
  • 267쪽 “만신은 조상거리를 하기 전에 굿 하는 집 4세대 위의 망자 친척들(사대봉사)과 4친등관계 내의 남성 망자 친척과 그 부인 망자들 – 굿하는 집 대주의 큰집과 작은집, 아버지와 할아버지 세대까지 포함해서 –을 확인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조상들은 조상숭배에서 모셔지는 부계 조상들과 유사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큰집의 조상과 남편 및 아버의 형제들이 굿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차남 이하의 아들이 자신의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에는 큰집에서 조상을 받는 조상을 모시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남동생이나 숙부의 제사는 지내지 않는다.
    굿에 등장하는 친족 조상들은 각 가정 사이의 위계적 관계보다는 친척 집안 사이의 폭넓은 유대감을 반영한다. 누군가 제사나 결혼식, 장례식을 치르거나 혹은 생일 잔치를 열면 살아 있는 집안 친척들이 참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친척 가정의 조상들이 굿에서 대접받고 놀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만신은 엄격한 조상 숭배 구조에 필수적인 융통성이라는 요소를 삽입한다. 남성들이 의례적 지침과 정통적 관습에 따라 조상제사를 모신다면 여성들은 조상들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흥정을 하면서 기어코 그들과 화해하여 그들을 가족의 품 안으로 이끈다.”
  • 283쪽 “여성의례는 여성들만을 위한 별도의 의례가 아니며, 남성과 남성의 목표를 전복하는 것도 아니다. 만신이 돌보는 사람들은 학대받는 김씨 부인, 가족의 비밀에 상처를 입은 문애 엄마, 근심 많은 진숙 엄마, 성질 나쁜 남편 문제로 고민이 많은 쌀집 아줌마를 아우른다. 그러나 여성들이 만신을 부른 이유는 전씨 할아버지와 변씨, 상문이 든 이씨 청년과 사고가 날 운에 놓인 양자 아버지를 위해서였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270쪽 “딸들은 결혼을 해서 나가지만 죽었든 혹은 살았든 이방인이 되지는 않는다. 역으로 부인의 친정집에서 비롯된 조상과 귀신의 영향이 남편 집 담장 안으로 들어온다. 여성의 친정 부모가 굿의 조상거리에서 등장하며, 가끔은 친정 조부모까지 나타난다. 여성의 죽은 형제들도 자주 나타나는데, 그들이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 (중략) 결혼식 전날 신부의 집 조상과 귀신들을 대접하는 여탐은 이처럼 제멋대로인 귀신들을 좌정시켜 결혼할 딸을 의례적으로 순수하고 부정적인 초자연의 기운이 정화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중략) 선택적 의례로서 여탐이 의미하는 바는, 적절히 예방하지 않으면 가족의 조상과 귀신들이 신부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은 미혼의 자매, 혹은 아이를 낳다 죽은 자매가 결혼 생활에 분란을 일으키거나, 동자가 밝은 색의 혼숫감을 따라와 문제를 일으키거나)
  • 268쪽 “만신은 예상치 못했던 다른 조상들과 귀신들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략) 죽은 아이들은 영산, 다시 말해 귀신이지 조상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그 집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다. 영산인 아들, 딸, 질녀, 조카는 비록 대문 밖에 속해 있다고 하더라도 집 안에서 행해지는 조상거리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조상을 위해 안쪽에 마련된 상에서는 대접받을 수 없다. 가족은 이러한 친족 영산들과 다른 떠도는 영산들을 위해 대문 밖에 음식을 차려 놓는다.
    굿에서 이렇게 모호한 방식으로 죽은 아이들을 대접하는 방식은 가족 내에서 죽은 아이들의 애매한 지위를 반영한다. 죽은 아이들은 후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가계를 새우거나 이을 수 없다는 점에서 조상이 아니다. 다만 그 집안의 아이들이라는 감정적 유대 때문에 집안으로 들여진다.“
  • 283쪽 “굿은 여성들의 잔치이다. 그러나 반드시 남성들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으며 그러한 배제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집안의 남성 가장은 그 집 신령과 조상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하며, 각각의 신령들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공수를 내린다.”
  • 286~287쪽 “남성의례는 한국의 문자문화와 유교전통의 산물이다. 효라는 도덕적 공리와 이 공리가 극화된 조상숭배는 부계친족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신성화한다. (중략) 그리고 이것이 바로 가족(family) 의례이다. 친척을 결속하는 유대관계는 적절함의 수준을 넘어 극히 중요한 것이다.”
  • 287쪽 “여성의례에 내포된 도덕적 공리는 선명한 사회철학적 기반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서술한 가정(household) 의례는 한국인의 경험과 세계관의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내고 신성화한다. 한국 여성들의 의례에 대한 내 연구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과 함께 끝났다. 물리적인 집은 여성들의 의례에 있어 중요한 은유이다. 가정은 한국 농민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종교적 삶에 있어서 환원할 수 없는 단위이다. 마을회의와 반상회에 대표를 보내고 출생과 사망을 신고하며 세금을 내고 마을 잔치와 장례식에 도움을 주며 마을과 가정의 신령들을 대접하고 출산과 상문 부정이라는 부담을 안게 되는 단위가 가정이다. 위험은 외부 세계에 널려 있다. 그렇지만 가정의 신령들을 잘 대접하면 그들이 바깥에서 들어올지도 모를 잡귀잡신이나 조상영산 그리고 해로운 기운으로부터 가족을 지켜 준다.”
  • 288쪽 “여성들이 자신들의 조상과 남편 집 조상을 대하는 기준은 가족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관점이다. 조상은 방문자로서 무당의 의례에 오는데 사람들은 이 조상친척의 방문에 대해 격렬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중략) 망자를 험난한 저승에서 극락으로 천도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분리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무당과 친척 여성 들이다.”
  • 288~289쪽 “여성의례에 등장하는 많은 신령, 조상, 혼령, 살아 있는 친척 여성들은 결혼에 의해 성립된 관계의 통로를 따라서 돌아다닌다. (중략) 죽은 여성들은 살아 있는 여성들이 가지는 특권을 행사하는데, 친정의 친족을 방문하거나 결혼한 딸을 방문하여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결혼한 여성은 정서적으로 자기 친족에게 의지하며, 어머니는 결혼한 딸을 온정으로 대한다.” (중략) 딸의 친정 집안의 전통은 친척 영혼들의 권리라는 형태로 딸을 따라온다.“
  • 300~301쪽 “만신의 신령들 중 몇몇은 대만의 소신과 매우 유사하다(중략: 호구신, 동자신 등 ‘하찮은 존재들’) 이들은 만신의 굿에 등장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이들은 더 힘 있는 신령들이 등장하는 중에 조연으로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만신은 모든 범위의 신령들, 즉 대만의 당기들이 나누는 높은 신령과 낮은 신령을 모두 포함한 신령들과 관계한다. 만신의 신당에 모신 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령들은 집 구성원을 치료하고 활력을 다시 불어넣으며 보호한다. (중략) 본격적인 굿의 드라마이자 희극적인 부분인 신령의 탐욕스러움은 신령이 가진 힘의 한 속성으로서, 이 힘은 해로운 기운의 침입을 물리치는 힘이며 그 집에 좋게 작용할 수도 혹은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는 힘이다. (중략) 굿에서 신령들은 자기를 자랑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더 많은 제물을 요구한다.”
  • 300~301쪽 “한국 여성들이 임신과 성공적인 양육을 이루고자 행하는 의례들은 부거제 친족집안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바람이 종교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여성들이 이러한 의례에만 관심이 있다면, 한국 여성들의 의례가 여성 자신들이 처한 비참하고 취약한 상태에 대한 반응이라는 일반적인 해석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여성들의 관심사는 여성이 가정 및 가족 생활에서 가지는 권위와 책임을 드러내며, (중략) 부정신앙은 여성들과 여성 무당들이 오염되고 낮은 계급의 초자연적 존재들만을 취급하도록 제한하지 않는다. 여성의례는 집 전체와 그 안에 사는 모두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며, 때때로 마을 공동체 전체를 재활성화 하기도 한다.”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