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뭐. 웹툰 작가중에 대기업 연봉 받는 분도 있긴 있겠지. 있을 거다, 성공한 작가 중에는. 그렇게 꼭대기층이 점점 더 높이 올라가야 그 뒤를 따르는 작가군의 페이도 더 올라갈 것이긴 하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잊을 수가 없어요. 제 동업자가 이번달에는 컬러를 그려서 88만원 넘게 받았다고 말하던 순간을.
김풍님 주호민님 훌륭한 작가님들이시지만, 방송에 패널로 앉아있을 정도면 자신들이 굉장히 성공한 작가라는 자각 정도는 좀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아주 조금만 냉소적으로 말하면 웹툰이라는 것은 시작되고 20년도 안 된 산업이고, 불과 2, 3년 단위로 세대가 바뀌었으며, 그 시기에 따라 데뷔 가능한 허들의 높이도, 문호도, 초봉도 다 달랐다….. 저렇게 함부로 말할 문제가 아니라고. 이미 혼자서는 그림과 스토리와 채색을 다 감당하기 어려워서 아예 팀을 짜서 데뷔하는 경우도 많을 만큼 허들이 높아진 세계에서, 페이는 여전히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그리고 페이는 두당이 아니라 작품당이라고.
뭐, 남들 앞에서 저는 이만큼 법니다 하는 거 뿌듯하긴 하죠. 저도 사실 그런거 좋아해요. 근데 그와 별도로 성공한 사람은 자기 분야의 후배들도 가끔 돌아보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지금 이만큼 벌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이정도니까 좀 더 응원 부탁한다 그러면 좀 좋아요?
그렇게 성공한 작가님들이, 웹툰 신인의 연봉이 대기업 연봉에 육박한다는 발언을 쇼프로에서 한 바로 그 무렵, 서울시에서는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신인이 아니라, 만화가, 웹툰 작가의 평균 소득은 월 198만원이고, 그 와중에 남성작가는 월 평균 233만원을 버는 반면 여성작가는 월 평균 181만원을 벌었다. 여성 어시스턴트는 월 평균 69만원밖에 벌지 못했다.
어차피 작가들은 독고다이하는 인종들이긴 한데, 그래도 이 생태계 자체가 파괴되면 살 수가 없지. 그리고 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유지만이라도 시키기 위해서라도, 신인들이 잘 클 수 있게 보호하고 존중하고 제대로 지불받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먼저 이 바닥에 들어와,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잡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닌가. 적어도 도와주진 못할지언정, 요새 신인들 돈 잘 번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말을 해서 오히려 앞길에 암운을 드리우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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