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만화는 페이지 정해져 있고 대수 맞춰서 제판을 해야 하고 필름을 뽑아야 하며 예고페이지며 표지 목차 같은 것도 미리 준비되어 있으니 이쪽은 늦으면 정말 회사가 구체적인 손해를 보지만.
웹툰에서 작가가 늦었을 때 회사가 입는 손해란…..? 원고료가 아니라 선금으로서 지불하고, 원고가 안 들어오면 어차피 원고료를 주지 않는데, 투자를 하는 것도, 고료를 주는 것도 아니잖아.
출판만화 쪽이 바보 천치라서 컬러 아닌 만화를 잡지 연재중에 고료를 주고 단행본을 내주고 담당이 캐릭터 셋팅할때나 초반의 연출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닐텐데. 계약 외에는 자유방임인게 사실 편하기도 하지만, 지금 웹툰이 작가를 키우는 시스템은 아니고(한 PD가 많은 만화를 담당하다 보니 다 읽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니까요) 있는 존잘들의 원석 그대로의 존잘력(여기에 스스로 깨고 나온 사람들이 계속 남으면서)을 갈아서 유지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싶을 때도 있는데 말입니다. 지각비는 언제 들어도 쌔하지. 초기투자도 사실 별로 안하면서 무슨 지각비야.
제대로 된 편집자들이 작가와 함께 커나가고 작품을 상품으로 만들 능력 못 키우면 5년 뒤에 이 바닥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음. 중국 웹툰이 날로 커가는데 남의 존잘력만 빨며 가기엔 그렇게 녹록한 세계가 아닐거라고. 신인작가에게 돈을 더 주라는 게 아니라, 원석에 적어도 물티슈로 닦아서 먼지라도 걷어내는 정도의 노력이라도 해주라고. 연출이나 작화나 이 사람이 보석이 될 부분을 알아봐달라고. 존잘을 소비하지 말고 작가를 키워달라고.
솔직히 내가 밥벌이하는 것 생각하면 내 앞날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음. 나는 한 우물만 파는 인간도 아니고 워낙 이것저것 쑤시고 다녀 놓아서, 설령 웹툰이 90년대 말 잡지만화처럼 한껏 부풀었다 폭삭 망해도 어딘가 글은 계속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신인을 소중히 하지 않는 업계는 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하드웨어는 구축해 놓았으니 소프트웨어는 사람을 갈아서 쓰자는 업계도 마찬가지임. 키워주고 일정부분 보호해 주고, 자라게 해 줘야 한다고. 남의 귀중한 재능을 열심히 착취해서 한번 쓰고 버릴 거냐고. 난 지금같이 가면 이 바닥 5년 뒤에도 멀쩡할 거라고 생각 안 하고요. 그때가 되면 지금 우후죽순처럼 드글거리는 이 웹툰 포털들이 작가들에게 어떻게 할 지 가끔 상상해 보는데. (……) 뭐, 그때가 되면 한국 작가 버리고 중국 작가와 일하면 된다고 간단히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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