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에서, 그것도 제왕적 대통령 및 독재자들에게 몇 번을 데었던 나라에서, 지지자들이 대선후보에게 (장난감 미스코리아 왕관 같은 것이긴 하지만) 왕관 씌워보고 좋아하는 건 좀 경악스러운데…… 우리 이제 21세기인데 슬슬 공화국의 시민이 되면 안되나요……? 전 그래도 탄핵도 성공하고. 쿨하고 끝내주는 민주주의 국가로 변하고 있구나 했는데 아직도 “왕조의 백성”이 왼쪽 오른쪽 가리지 않고 너무 많은가보다.
저건 장난이고 왕관에 왕정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건 비판하는 너희들 아니냐는 트윗들을 봤는데.
아기들용 애니메이션의 성차별, 성적 편견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이 바로 그런 말을 한다. 편견을 갖고 봐서 그렇게 보인다나 뭐라나. 그건 상대방의 입을 뻔뻔하게 틀어막으며 피해자에게 “쟤가 우리에게 무례하게 굴었으니 쟤가 가해자야!”하
고 떠넘길 때 쓰는 화법인데, 참 좋은 스킬 갖고 계시네요 싶고. ㅇㅇ
왜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에게는 왕관 씌우면서 정치인은 안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묻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3초쯤 쳐다보고 싶어질 것 같은데 뭐, 설명 해봐야 안될것 같으니 패스.
여튼 이번 생에 공화국의 시민이 되는거 왜 이렇게 험난합니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프랑스 혁명이 제대로 된 공화국으로 완성되는데는 150년이 걸렸으니 아직 갈길이 멀긴 멀겠지.
내가 보기에 문재인은 (다소 업그레이드가 덜 된 부분이 있지만 그 연배의 정치가치고는)좋은 사람이고 사람의 아픔을 알고 반듯하고, 무엇보다도 합리적인 정당의 힘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이번 일이 성공하면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열흘 뒤든 5년 뒤든, 은퇴 후엔 그가 좋아하는 일을 누리며 평생의 노고에 어울리는 휴식을 취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 중 어떤 이들은,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직도 왕조의 백성같이들 그를 숭배하고, 숭배할 거라면 그의 좋은 점을 함께 체화해 나가면 좋겠는데 아이돌화 해서 소비하고 있지. 정치가에 대해 비판할 입을 틀어막는 건, 그 정치가를 호랑이 아가리에 처넣는 일이라서 무척 걱정스럽다. 나는 5년 뒤에(어쩌면 열흘 뒤일 수도 있지만) 그가 그의 친구이자 존경하는 동지인 노통과 달리, 자신의 노고에 걸맞는 휴식을 누리며 편안한 만년을 보내길 바란다. 그런데 어떤 지지자들은, 그를 지지하는 멋진 나☆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그를 결국 호랑이 아가리 쪽으로 끌고 갈 것 같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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