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다행히 졸업 책 받으러 갔어요

와우♡

오늘 창비에서 책 주신대서 갔고요. 사실 책이야 택배로도 받을 수 있지만 이렇게 작가가 떼로 모인 날이야말로 저 책 한 권에 참여작가 전원의 사인을 받을 찬스 아니겠습니까. 음음. 여튼 좋은 기획에 불러주신 김보영 작가님께 제일 감사하고. ㅇㅇ 오늘 세이는 당직이어서, 한시간 반 조퇴하고 어린이집에서 꼬꼬마를 픽업해서 바로 출발. 갈때는 아직 퇴근시간 전이라 자리가 있었고, 집에 올 때는 단정한 인상의 여학생이 자리를 양보해 줘서 편하게 왔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올해 초에 이야기가 들어와서 참여한 앤솔로지입니다. 혼자 쓴 건 아니고 다른 분들과 단편을 한편씩 모은 거고요.

저 빼고는 다들 쟁쟁하신 존잘님….. 이 아니라 대단한 분들. 어, 그럼 혹시 나도 분야가 좀 어정쩡해서 그렇지 영 빠지는 건 아닌건가. 뭐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겠네요. 여튼 초교지를 받았을 때 다른 분들 소설이 워낙 재미있어서, 잔뜩 의기소침해져 있었습니다. 이거 쓰느라고 20년동안 그쪽으로는 침도 안 뱉었던(…..) 졸업했던 고등학교에 다녀도 왔고요.

그동안 작업했던 곳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기보다는 주로 내용을 많이 보셨고, 좀 더 자극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글에 대해 의논해 왔는데, 이번 작업은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고, 전체 흐름을 해치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적절히 제거하고, 글 자체의 응집성이 충분히 살아나는 방향으로 수정이 들어오는 등, 많이 달랐어요. 좀더 정통 “문학”쪽은 이렇게 글을 다듬는구나 하는 공부가 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면에서 나름대로는 기억에 남을 작업이어요.

각자 자기가 학교에 다녔던 시기를 배경으로 지옥같고 X같은 학교 이야기를 한편씩 쓰는데, 김보영 작가님이 말씀하신 주의사항이 있었죠. 르포 형태라 해도 다만 한 편의 소설을 써야 한다고. 뭐 그 말씀에 충실하게 잘 썼습니다. 당시의 여러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감정에 굉장히 부하가 걸리는 일이었고, 결국 마지막에는 모교에 20년만에 찾아가기까지 했는데. 여튼 잘 끝냈어요. 그러니 언젠가 농담한 것 처럼 그때 내가 당한 일들 실명으로 다 책으로 내버릴거야, 는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이면 그래버렸을지도 모르지만(10년 전에는 이런 기획에 안 불러줬겠지) 여튼 현실을 바탕으로 해도 다만 한 편의 픽션이니까요. 중간에 감정에 과하게 드러난 부분들은 편집부의 도움으로 적당히 쳐낼 수도 있었습니다. 뭐 여러 분의 도움으로, 책으로 나온 걸 보니, 그래도 많이 꿀리진 않는 것 같아서 겨우 안심했고요.

저는 “비겁의 발견”이라는 단편소설로 참여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니까, 삼풍백화점 사고 때를 배경으로 썼어요. 덕화는 중학교 때 친구 이름이긴 했지만. 여튼 늘 그렇듯 잘 나가면 좋겠습니다. 와와. 10월은 추수하는 달이네요

그나저나 블로그에 대충 앉은 자리에서 끄적인 게 책에 얹으니 세페이지나 나오다니. 제 후기가 제일 긴 것 같아서 좀 면구스러웠습니다. 하하하하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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