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이야기에 필요해서 댄디즘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길을 잃어 여기까지 와 버렸는데, 알맹이를 열어보면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단상이 곁들여진 책이다. 멋스러움과 저항, 그리고 스타일. 그런 것과 바로 지금 이 시대의 한국인의 삶과, 그리고 현대미술. 어울릴 듯 하면서 어울리지 않는다. 표지인 이미화의 “도시의 회화”는 기회가 된다면 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낯익은 풍경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어떤 렌즈를 통해 바라본 지금 이 시대 한국인가.
스스로를 단단하게 벼리는 데는, 다른 사람의 단상보다는 작품을 많이 보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큐레이션인 동시에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 (게다가 틀린 내용도 있다) 이 책의 진가는 맨 뒤쪽에, 여기 수록된 작품들의 도판을 모아놓은 페이지다. 그림들이 손톱만하게 들어 있지만, 묘하게 마음에 닿는 것들이 보인다. 이 중 몇 가지는, 가능하면 실물을 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s) 미술관에 다녀도 주로 외국 미술관 초청전 그런 것을 쫓아다니니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이름이나 작품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떤 분들의 작품을 먼저 찾아보면 좋을지에 대한 일종의 인덱스를 마련해 준 것 자체로 이 책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역시 그런 점에서도 맨 뒤의 도판 페이지가 제일 마음에 든다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