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스노우캣, 미메시스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뭐가 정리가 되질 않아서였다. 필기는 간단히 붙었지만 학원에서 뭔가 설명해준 건 거의 없었고. 기능은 그야말로 차가 굴러가는 법만 배웠고, 그리고 갑자기 도로에 나왔다. 도로에 나와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기능 보는 내내 시동 꺼지지 말라고 클러치에 발 걸치던 습관을 없애는 거였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도로에 나서도 되는 걸까? 그냥 “미남의 운전교실”같은 동영상이나 추가로 듣고 직접 차를 몰아보는 것으로 충분한가? 하다가 역시 책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도로 주행이라든가 초보 운전자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좀 정리된 책은 거의 없었고, 게다가 스틱 운전에 대해서는 정말 뭐가 없었다. 일단 면허를 딴 다음 나중에 도로연수를 거하게 받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스틱은 연수받기도 힘들다는 걸 그저께에야 알았다. 그렇게 혼란에 빠졌던 중에 이게 보였다. 장롱면허 소지자가 처음 차를 사고 그 차와 함께 초보운전의 길로 떠나는 이야기라니. 그것도 스노우캣님이라니. 경차에 오토인 스노우캣님의 차는 트럭을 회사 주차장에 넣었다 뺐다 하게 생긴 내게는 전혀 맞지 않았지만.

스노우캣이잖아. 봐야지.

그래서 일단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50쪽을 넘기기 전에 절규했다. (그러니까 스노우캣님이 초보운전 스티커를 사려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A4용지에 뽑고 있는 대목이었다.)

“그냥 님이 내주세요, 스노우캣 이미지 들어간 초보운전 스티커!!!!!”

내가 20년동안 안 따던 면허를 갑자기 따야 할 상황에 놓인 건 순전히 회사 때문이고, 회사 차에 그런 것을 붙일 수는 없을 게 분명한데도. 그런 어리석은 절규를 하며 읽었다.

운전연습을 하면서, 재미있긴 정말 재미있었다. 머리의 아주 안 쓰던 부분을 쓰는 느낌. 마치 낯선 악기를 처음 배울 때의 흥미진진한 느낌을 세 배쯤 강화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운전을 잘 따라하는 학생이라는 말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초보 주제에 막 거칠기만 하지만 말이다. 흥미진진한데 몸이 그걸 따라가는 건 아니다 보니, 대신  수업을 듣거나 남의 차에 탈 때 마다 궁금한 것이 굉장히 많아졌다. 4륜구동은 전륜과 후륜의 속도가 다를 텐데, 2륜구동도 회전시에는 왼쪽 오른쪽 바퀴 굴러가는 속도가 다른것 아니냐든가 뭐 그런 궁금증을 풀자고 새벽 2시에 배우자를 두들겨 깨울 만큼은….? 하지만 재미있는 것과 별개로, 내가 과연 도로에 나가도 되는 인간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었다. 회사 일에 조금 필요해서 배우긴 하지만, 이걸 얼마나 쓰겠는가 하는 것도. 그리고 이 만화는, 놀랍게도 “처음 운전할 때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내게 뽐뿌질해 주었다. 이를테면 회사 차 뿐 아니라, (다른 가족은 태우지 않는다는 전제로) 집에 있는 차를 몰고 내가 좋아하는 멀지 않은 곳들을 좀 다녀보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이, 이 책을 읽고서야 좀 싹이 터올랐다. 정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아마도 안전하게 운전을 하는 법에 대한 책이겠지만… 적어도 “필요하니까 배운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운전을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게 된 건 이 책 덕분이다. 그러니 따야지. 따서 거기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으면 찾아봐야지. 아마 나는 스노우캣님처럼 그렇게 차를 “나의 귀염둥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지만, 지금도 엄청 흥미롭고 커다랗고 위험한 장난감….. 을 만지는 듯한 기분만은 있으니까, 어쩌면 운전을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이 화라락 하는 성질머리를 죽일 수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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