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복고, 복동이와 함께 사는 저자가, 자신의 고양이 복고를 사랑스럽고 다정한 연하의 연인같은 이미지로 그려낸 따뜻한 일상만화… 가 아니라 요리만화. 전에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봤던 만화인데 책으로 나왔다.
따뜻하고 평화로우며, 독립해서 낯선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2030의 어떤 시기의 느낌들이 되살아나는 좋은 이야기다. 그란데도 왜 힐링이나 일상이 아닌 요리만화냐 하면, 중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누나를 위해 계속 중국 요리를 만드는 복고의 레시피가 책 한권 가득하기 때문. (제일 앞에 나오는 또장은 보고 해먹어 봤고 가지구이는 해 먹으려고 한다.)
그렇게 내용은 좋은데.
편집이 별로였다. 인스타툰이나 웹툰을 그대로 책으로 만들 때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서, 작가님의 좋은 그림과 레시피를 살리는 데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것을 잘 보이게 하고, 좀 더 보기 쉽게 만드는 것도 편집의 묘였을 텐데. 이게 처음부터 출판을 고려하고 작업을 할 때와, 바로 컷툰으로 만들어진 것을 출판에 맞게 편집하는 건 아주 다른 문제이긴 할 거다. 스크롤이나 컷툰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책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는 아직 계속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과도기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이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가 이렇게 읽기 힘든 – 두껍고, 종이도 두껍고, 그래서 레시피는 잘 안 펼쳐지고, 글씨는 웹에서의 비율보다 좀 키워야 가독성이 있었을 것이고, 등등등 – 형태로 나온 것이 무척 아깝고도 유감스러웠다.
한편 이 “니하오 복고”도 그렇고, “밥 먹고 갈래요”도 그렇고,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즐기면서 레시피는 레시피대로 즐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레시피만 엽서 형태로 나오는 건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어제 뭐 먹었어”도 그렇고. 좋아하는 만화 속의 레시피만 모아놓은 엽서 같은 건 되게…. 되게 덕후의 요리심(…….)을 자극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