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 김겨울, 유유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나는 전에 집에서 혼자 폰과 컴으로 팟캐스트를 만들어 보던 적이 있다. 또 만화책과 신간을 소개하는 5분짜리 짧은 유튜브 영상들을 폰으로 찍어 약 2, 30편 정도 꾸준히 올리던 적도 있다. 시작은 외국의 누군가가 내 만화, “레이디 디텍티브”의 영문판인 “Lizzie Newton : Victorian Mysteries”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린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재미있어 보였다. 보고 있는데 어쩐지 용기도 났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들을 소개해서 올리는 영상을, 아주 기본적인 편집만 해서 올렸다. 자막도 안 넣고, 타이틀도 없이. (그리고 가끔 대원씨아이 재고만화 랜덤박스같은 괴상한 제품을 사서, 그거 개봉하는 동영상도 찍은 적이 있다. 이야, 생각해보니 꽤 앞서간 짓을 했었네?)

그러니까 2013년~2014년에.

당연히 그때는 유튜브로 1인방송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보니, 그냥 괴상한 짓, 이 되고 말았다. 이런 것들은 그때 만들었던 “셜록”이나 “닥터후”의 패러디 영상보다 조회수가 안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조회가 아예 안 찍혔고, 나는 임신과 출산을 하면서 그냥 그만뒀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달린 댓글이 얼굴이 동글동글하다 저 얼굴로 어떻게 이런걸 찍냐는 얼평 뭐 그런 거였는데 임신해서 이렇게 부은 상태로 영상을 계속 찍을 자신이 없었다. 팟캐스트 역시 임신하면서 목소리가 변해서 그만뒀다.

그리고 지금은.

만들 시간이 없다.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있는데. 겨울서점이나 책읽아웃 같은 방송들을 보거나 들으면서 다시 해볼까, 나는 책도 많이 읽고, 아직 사람들이 유튜브로 개인방송을 잘 안 하던 때에도 그 짓을 해 봤고, 동영상 편집이나 포토샵도 잘 하니 혼자 다 할 수 있긴 한데, 싶어지지만, 역시 시간이 안 난다. 그런데다 글로 쓰는 것과 달리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건, 나름대로 유행을 따르는 정성이 필요하다. 나는 그렇게까지 남에게 정성스러운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건 그냥 블로그에 글을 계속 쓰는 것으로 갈음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조금 시간이 났을 때 다시 해 보고 싶어져서 이 책을 읽었다. 결론만 말하면 2013년의 내게 보내주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유튜버가 되진 않을 것이다. 기획과, 만드는 기술과, 그 안에 담긴 콘텐츠. 유튜브 역시 그 모든 것이 맞물려야 뭐가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작가라면 몰라도 편집자에게는, 이건 자기가 만드는 책에 대한 홍보수단이 될 수도 있고, 자기 몸값을 올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웹소설 북튜브로 유명한 “북마녀”님을 보라. 그분도 오프라인에서는 웹소설 PD이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책은 “적은 장비로, 일단 갖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작해서” “자기 멘탈 챙기면서” 유튜브를 권하는 방법에 대해, 활발한 인싸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조용한 사람의 기준에서 조언을 준다. 특히 “구독자가 늘고” “필요 이상으로 나를 노출했다고 느낄 때”의 공포에 대하여. 사실 지난 번에 모 작가님과도 하던 이야기인데, 아예 아주 유명해지면 그 유명함이 어느정도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는 순간도 올 수 있지만, 어중간한 유명함은 나를 평소보다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 하고 본문 마지막 챕터를 한참 열심히 읽었다. 완벽한 답은 아니지만, 용기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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