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특보 :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 곽재식, 북스피어

작가특보 :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작가특보 :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

표지의 통통한 고양이가(아마도 클래스 101에서 동물 일러스트 강의하시는 작가님의 그림 같았다) 원고 노트를 앞에 두고 울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봤을 때는 인상을 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책을 받아보니 눈물까지 흘리고 있다. 이 고양이가 동글동글한 곽재식 작가님을 많이 닮은 것 같아서 웃펐다. 그냥 웃기고 귀엽기만 하지 않았던 건, 작가가 원고 노트를 앞에 두고 울고 있다는 건 글이 안 써지거나 마감에 쫓기고 있을 때이고 어쩌면 둘 다일 것이기 때문이다.

웹진 거울에 대한 이야기, 편집자에 대한 이야기, 돈벌이나 회사에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 글이 안 팔려도 버티기,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던 것이 책으로 묶여 나온 것에 대한 이야기, 그런 것들을 읽으면서 확실히 작가님과 내가 동시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곽재식 작가님은 나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셨고 대학 졸업은 같은 해에 하셨다. 직장에 다니면서 글을 쓰고, 거울 웹진에서 활동하며, SF 작가라고 하지만 여튼 이것저것 다른 분야의 글도 많이 작업하고 있다. 그래서, 표지를 다시 보게 된다. 글이 안 풀려서가 아니라 뭔가 다른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울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글을 쓰는 자리로 돌아오는. 퇴근하고 나서나 출장길에 KTX 안에서, 혹은 점심시간에 회사 앞 이디야에서 이삼십분을 내어 꾸준히 몇백 자, 혹은 몇천 자를 키보드로 두드리고 그걸 모아 책을 내는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사실 지금 나는 조금 지쳐 있고, 그래서 이 새벽에 글을 쓰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아니라 이 책을 읽었다.

어릴 때에는 어느 전업작가(남성)에게 회사에 다니면서 글을 쓰려 하다니 진정성이 없는 부업작가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 속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뭐 하는지 뭘 쓰는지도 모르겠다. 밥은 먹고 다니나?) 나와 비슷한 시기에 첫 책을 쥐었던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빨리, 먼 곳으로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진실을 말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숫자들이 첫 책을 내고 사라졌다.) 일은 꾸준히 하는데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진 않다. (출판사가 자선사업 하는 데도 아니고, 뭔가 잘하는 게 있으니까 일이 계속 쉬지않고 들어오는 거다.) 나는 내 동료 작가들을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질투한다. 매년 신인들이 나타날 때 마다 저렇게 잘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매년 리필될 수 있는지 하늘을 원망한다. 여기까지는, 아마도 비슷한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으며 내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고민들일테고.

사실은 나도 곽재식 작가가 부럽다. 아직 신인인 작가의 첫 책을, 아직 클라우드 펀딩이라는 것도 없던 시대에 그의 단편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들어 준 이야기를 듣고 감동과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지 않는 작가도 있을까? 나는 지금 좀 지쳐서 이 책을 읽었고, 다른 작가를 질투하는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 그의 첫 단편집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아니 그러니까 님이 남을 질투하다니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이야기입니까!”하고 외치고 싶어졌다. 휴우.

ps) 그런데 이 책에서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대목은 역시…… 그 이문열 작가조차도 바로 전업으로 가지 않고 한동안 기자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 역시 전업작가는 은퇴한 뒤에 하자. 내가 뭐 60이 되고 70이 된다고 글을 안 쓰겠냐. 글 써주는 인공지능이 나와도 최소 트리트먼트는 내가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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