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님의 여섯 번째 단편집이자 아작의 한국 SF 단편선. 그런데 이전에 dcdc, 김창규, 정보라 작가님 단편선들 나온 건 어디가고 한국 SF 작가선 넘버링이 다시 매겨졌나 모르겠네. 2019년 코엑스 도서전에서 구입했다.
사실 이 책에 실려 있는 단편은 이전에 다 읽은 것들이지만, 모아서 읽으니 느낌이 각별하다. 특히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과 “체육대회 묵시록”의 김 박사가 갑님들, 특히 공무원들이나 뭐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그 웃픈 모습은 작가님 트위터 앞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작가님 차기작 내주세요”하고 현수막이라도 걸어놓고 시위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물론 김 박사에게 남은 시간은 2년 2개월밖에 없지만, 곽재식 작가님이라면 그 2년 2개월동안 김 박사가 겪을 수난을 책 한권 어치는 더 만들어 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은 “치카우”인데, 이걸 보다 보면 작가님이 회사에 다니고 논문을 쓰시며 소설을 매달 이렇게 쓰시는 가운데 아기 돌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으셨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대목들이 보인다. (그래, 곽재식 작가님을 비롯하여 주변에 부지런한 작가님들이 얼마나 많으신지 “내 인생이 이렇게 번잡한 것은 ‘전방에 곽재식이 너무 많사오니’ 라서 그렇다”는 말이 농담으로만 통하지 않을 정도지.) 읽다가 어라라 하고 호기심을 갖고 읽었다가 호다닥 덮어버린(웃음), 이 책에서는 존재를 확인한 뒤 후루룩 읽은 “다람쥐 전자 SF팀의 대리와 팀장”도 사실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고.
아, 이 책 표지는 두 가지다. 악랄하기도 하지. 일반판 표지가 저 수영장 형태의 그래픽 표지고, 도서전 및 동네책방 에디션은 저 “어쩐지 바라보면 복이 올 것 같은” 곽재식 작가님 사진이 들어간 버전이다. 도서전에 갔으므로 당연히 그 버전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