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종류의 책들은 어떤 단계가 지난 다음에야 읽고 웃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닥치고 군대육아 같은 종류의 책을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어쩌면 지금쯤 읽으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책은,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었지만 임신을 했고, 결국 세 아이를 낳은 저자의 책이다. 나는 이 책을, 곧 나올 “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의 교정지를 다 본 다음에 읽기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이, 아이를 하나 더 낳은 것 처럼 사람을 탈진시킬 줄은 몰랐지. 잔뜩 지친 몸과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읽다가 웃었다. 그러다가 어처구니없게도 어떤 대목에서 한숨을 쉬며 책을 밀어놓았다.
열다섯 살 때부터 꾸준히 일을 해 왔지만, 때로는 나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싶다.
그래, 지금 내 심정이 바로 그래.
토한 흔적으로 장식된 어깨, 부스스한 머리카락, 눈 밑에 깊이 박힌 다크서클,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몸짓, ‘탈진’의 냄새가 풍기는데도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완전 어리둥절해 있는 초보 엄마들
이 책은 임신 우울증이나 임신에 따르는 온갖 부작용들에 대해 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쓰고 있다. 엄마 노릇이 완벽한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꿈이나 희망사항과 상관없이 임신과 육아는 예측불허라는 이야기를 거듭한다. 아름답고 기적같은 순간은 있지만 무척 짧고, 대부분의 시간은 수면부족과 좌절의 연속이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완벽한 엄마가 될 필요는 없기에, 우리는 이 “부당하고 불공평하고 재밌지도 않지만 불행히도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란 없”는 이 일을 계속해 나가게 된다.
완벽한 부모라는 것은 없다. 우리들은 모두 어떤 면에서는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고 느끼고 어떤 면에서는 죽을 쑤고 있다고 느끼면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