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 오피셜 가이드북

우라사와 나오키 오피셜 가이드북 :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린다 – 우라사와 나오키, 서현아, 학산문화사

연말연초 무렵 seri 작가님이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트윗을 올리셨다. 지난 주에 구입했고, 주말을 걸쳐 여러 번 읽었다.

“작품”이 아니라, “죽거나 은퇴한 작가의 전작”이 아니라, 살아있는 작가의, 아직 활동하고 있는(-ing) 사람의 오피셜 가이드가 필요한가, 향후 업데이트의 여지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건 당사자인 작가님이 걱정할 부분이지, 읽고 배울 우리가 고민할 부분은 아니겠지. 일단 A4사이즈의 책이니, 펼치면 A3 사이즈로 컬러 일러스트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만도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봤으면 하는 책이다. 중간에 콘티 등이 번역 없이 그대로 도판으로 실려 있는데, 별책 식으로 뒤에 따로 번역을 붙여 둔 것도 좋고. 출판사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며 번역해 들여온 것 같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때의 그림이 나왔고, 그걸 보고 “그림은 타고나는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 혼자만 이 책을 보고 죽을 수 없다. 같이 보고 다같이 자괴감에 빠지자”고 했는데, 뭐 그건 반쯤 농담이라고 해도 창작하는 사람이 읽어볼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말하자면 이건 인터뷰집이고, 시기순으로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품별로 챕터가 들어가고, 그에 따라 초기작이라든가, 왕도 스포츠물이라든가, 자료조사 등이 필요해서 스토리 협업이 들어간 만화에서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내는 방법이라든가, 32년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만화를 그려온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것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Happy!(굉장히 막장드라마적 요소가 가득한데 균형이 잡혀있다. 그 점이 굉장한 것.) 와 마스터 키튼(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자 막권의 부제가 “꿈을 캐는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걸 안 좋아해.)을 좋아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참고가 된 것은 Pluto 에 대한 부분. 표정이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SF에서 비인간인격체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내용과 별개로 한국에서 작가에 대해 단독으로 이런 게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아마 시장 규모상 어렵겠지. 하더라도 동영상 인터뷰를 유튜브에 올리거나 하는 식이 더 보편적일테고. 그런데 어떤 것들은 동영상이 되었던 인터뷰집이 되었든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저 사람은 천재라서 따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애초에 작가는 남을 따라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고. 천재의 작품이라 해도 분석의 대상은 될 수 있으며, 분석되어 나온 테크닉적인 부분은 또 다른 작가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인데, 한국에서 그게 되고 있는가. 애초에 분석도, 원작은 물론 부수적인 데이터가 더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다음 세대가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애초에 인터뷰며 분석은, 동시대 작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다음을 위한 것이지.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만화며 장르계에서 기록되지 않고 흘러가는 것들. 지금은 톤을 쓰지 않고 클튜를 쓴다, 의 문제와 별개로 착상을 떠올리고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연출을 하는 것들과, 그것이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죽 이어지는 부분들이 있을 텐데, 뚝뚝 끊어져 있고 동시대 작가에 대한 기록도 별로 남을 것 같지 않다. 단행본이 사라지는 시대에는 더, 이 시대가 통채로 공백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극단적으로 네이버나 리디북스가 문을 닫았습니다 짠, 그런 상황을 가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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