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슬쩍 팔로하고 있는 번역가 노지양님의 에세이. 에세이 류를 많이 읽지 않았고, 특히 오래 묵어 검증된 것이 아닌 국내작가의 신작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 쪽인데, 요즘은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여성 프리랜서”의 이야기들은 좀 찾아 읽고 있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도 다음 번에 책 주문할 때 같이 구입할 예정이다.)
읽으며 문득 생각한다. 아아, 이 분도 가족을 건사하고, 자녀를 돌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이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이 분 뿐일까. 때로는 마감이 걸려 있어서, 때로는 좀 더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면서, 매일매일을 싸우고 계시겠구나. 일하다가 새벽에 트위터를 켜면 종종 생각한다. 이 타임라인에 보이는 수많은 작가며 번역가, 편집자, 혹은 개발자들. 무언가를 만드는 지식노동자들이 이렇게 매일매일 싸우고 있구나 하고. 사실은 그래서 트위터라는 SNS를 끊질 못하고 있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질투에 몸부림치고 마감에 치이면서도 향상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계속 스칠 수 있어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각자의 직업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세상은 한 발씩, 때로는 성큼성큼 넓어진다. 물론 그날까지 실패의 쓴맛도 봤을 것이고 고독하고 지난한 세월을 지나왔겠지만 일단 이름을 알리고 나서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주어져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발을 딛게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을 본다.
그래서일까. 여러 대목 중에 이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출산이며 육아로 한 걸음 주저앉은 내가, 다시 다음 단계로 올라가고, 좀 더 넓은 세계를 볼 수도 있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럴 때는 나보다 먼저 출산하고 아이를 기르며 이 일을 계속해 나가는 작가들, 번역가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다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가서 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