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독고다이로 살아온 영감님의 글이다. 힐링이 난무하는 시대에 읽기 적당한 독설들이 가득하다.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태어나지 않는 게 최상이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어도 태어나는 것을 어쩔 수는 없는 것. 태어나자마자 인간은 많은 것에 얽매이며 부자유해지니, 인생이란 부자유에서 자유를 찾는 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사회, 국가, 종교, 학교 등이 개인을 얽매고 영혼을 질식시키며, 자유롭게 살아가려면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이것들을 끊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목차 정도 선에서는 꽤 동의할만한 구석도 많다. 인생 독고다이지. 혼자서 살아가야지. 부모가 자신의 아상에 맞게 개조하려는 거, 국가가 국민교육헌장이나 달달 외우게 만드는 거, 그런 것에 반발하지 않으면 되나. 하지만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우스울 정도다. 산으로 돌아가 자기 혼자 자연인으로 폭포수 맞으며 살아야 할 것 같은 논리다. 게다가 부모에게 저항하는 것, 부모의 과도한 사랑이 자식을 망친다는 것이 대부분 “모친에 대한 반발”이고, 안정적인 삶을 꾸리려 하는 욕망도 모친이 강요하는 것이며, 연애에 대한 대목에서는 이 사람이 얼마나 남녀차별주의자인지, 그야말로 복대 두르고 밥상 뒤엎는 시대가 지나서 애석해 하는 것 처럼 보일 정도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으라는 말은 건질 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살 수도 없으며, 이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정글의 법칙을 따르는 세계다. 진정한 자립을 논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이 정글의 법칙을 따라서 살아야 대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은…… 어설프게 따라하다가는 “나는 자연인이다”같은 데 나오는, 산에서 혼자 폐인처럼 사는 중년남이 되기 좋을 것 같은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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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0 추가.
하도 인생 독고다이를 외쳐서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 그는 두 살 연하의 작가인 부인과 살고 있으며, 그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부인이 과일을 깎아 내어 오더라는 인터뷰를 읽었다.
엿이나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