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로 스페라 – 나승규, 시드노벨

이 책은 표지 자체가 네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기 내 블로그에 와서 시드노벨 감상문을 찾아서 읽을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그냥 까놓고 하는 말이지만 상하권의 표지 – 정확히는 주인공이 알고 있는 “나를 구해준 여자” – 가 결국은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상권 바로 첫챕터에서 그냥 다 나오지 않던가. 그냥 조금만 더 썰을 풀면 인어공주형 체인질링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물론, 그랬던 그녀가 왜 그렇게 입이 험해졌는지는 조금 더 생각을 해 봐야 했지만. 그리고 대죄인이 말한 진실 때문에 이 예측은 그대로 확신이 되어버린 바람에, 나름대로 작가가 반전이라고 깔아놓았을 부분을 “그냥 그거 언제 나오시나.”하고 본 것은 좀 우울한 일이긴 했지만.

그림 좋고, 속도감 장난 아니다. 상권을 읽는 내내 나는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나쁜 뜻이 아니다. 주인공이 계속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데 나까지 달리는 것 같아서 멀미가 났다. 아, 이거 원래 한 세권 나오는걸 두권으로 줄였나보다 싶었다. 사실 내 호흡에는 좀 빨랐다. 아니면 차라리 곁가지, 이쪽 세상에서의 이야기를 조금 더 쳐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고. 상권 후반부는 그래서 약간 지루했다. 결국은 사랑받는 소년이 사랑하는 소녀를 구하는 이야기 아닌가. 내 진심으로 말하건대 상권의 뒤 절반은 지루했지만, 나머지, 상권의 앞부분과 하권 전체는 읽는 사람조차 속도감을 느낄 만 했다.
오오, 이것이 한국적 중2가 아닐까 싶을 만큼 – 다시 말하지만 욕하는게 아니다. 중2병은 욕이지만, 어쨌건 요즘 팔리는 라이트노벨은 중2요소를 다 갖고 있지 않은가. – 괜찮았다.

다만 명대사란 명대사가 다 어디서 들어본 말이라는 것은 좀 유감스러웠다.

죄 다 라틴어 경구라든가, “사랑하다가 뒈져버려라” 라든가. 아직은 “자신의 말”을 내는 것에 주저하는 걸까, 작가는.

하지만 뭐, 이건 지금 수능에 실릴 문학작품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의 예민한 자부심을 자극하는 것이니, 라틴어 경구들이 줄줄이 소제목으로 나와 있는 것이 눈에도 쫙 들어오고, 애들이 읽으면 팍 꽂히겠구먼 내지는 노트에다가 저런거 적어놓는 놈들도 나오겠구먼 싶었다. 얼쑤. 어떤 면에서 편집부가 손을 제대로 본 부분이 많겠구나 싶었고, 해한가 1, 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조금 불안정한 부분도 많이 사라졌다. 나 역시 라이트노벨을 쓰지만 정작 라이트노벨은 별로 읽지 않는데, 이번에 동영상 광고를 보고 꽂혀서 구입하긴 했지만 오오 광고영상만큼 중2중2하구나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자, 이제 문제는 저 처치곤란한 달력이다. 파벨오빠나 만나면 갖다드리든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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