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연쇄 살인사건(사카키바라 사건) : 1997년 일본 고베에서 14세 소년이 중학교 정문 앞에 초등학생의 목을 잘라놓고 경찰에 대한 도전장까지 남긴 전대미문의 엽기적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28년 전인 1969년, 학교 뒷산에서 한 고등학생이 온 몸이 난자당하고 목이 잘린 살해되었다. 가가미 히로시를 살해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일본도를 든 남자들이 공격해왔다고 거짓 증언을 한 소년 A. 관동의료소년원으로 송치된 그는 사건이 일어나고 1년 뒤 “1년 전 오늘은 투명했다”고 일기를 썼고, 28년 뒤 같은 의료소년원으로 송치된 사카키바라 소년도 “언제까지나 투명한 존재로서의 나”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게, 서로 닮은 꼴인 두 사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지만 범행 당사자가 아직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 처벌 대상도 아니고, 소년원 수용은 최장 2년, 연장 필요가 있더라도 최장 3년에 한하는데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고 소년원 출소 후에는 소년법 60조에 따라 전과조차 남지 않는, 죽은 아이의 인생은 돌아오지 않지만 죽인 아이에게는 국가가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약속해주어 그야말로 새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이 사건들의 연관관계를 짚으며, 저널리스트 오쿠노 슈지는 1969년의 이 사건을 9년간 추적한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피해자의 가족들은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죽을 때 갖고 있었던 손목시계를 평생 갖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몸져누웠으며 자살을 기도했고, 종종 쓰러지고 발작을 일으키며 다른 사람인 것 처럼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기대를 받던 오빠가 죽으며 가족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 동생 미유키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괴로움을 겪었을지 모른다. 눈물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었고, 부모에게는 거칠게 반항했다. 손목 자해를 반복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세상 사람들은 “그 죽은 아이의 동생”이라는 식으로 빤히 바라보았고, 이런 것이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로 남아 간호사 시험을 볼 때에도 시험관이 이쪽을 바라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곤 했다.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히로시의 죽음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30년동안 한 가정이 파괴되었는데도, 그 가족은 가해자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가족이 붕괴되려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기 때문에, 원망할 여력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출소 후에는 전과조차 남지 않은 소년 A는 출소 후 다른 사람의 양자가 되어 새로운 성과 본적지를 얻고 신분을 세탁, 이후 성공한 변호사로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소년 A의 아버지는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약속한 위자료(35년간 분할 지급하기로 약속)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으며, 소년 A역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사죄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은 물론, “우리도 결말을 지을 테니 그쪽도 결말을” 짓기를 바라는 피해자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배상금 지급이 아니라 “돈이 필요하면 빌려주겠다”는 식으로 모욕을 주기까지 했다.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도 국가로부터 무상교육을 받고, 하고 싶은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저지른 잘못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으니 아주 좋은 나라네요”라고, 피해자의 동생인 미유키 씨는 말했다. 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소년의 장래를 위해 교육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인권파와, 인권 옹호라는 명목이 소년을 응석받이로 만들어 흉악범죄가 생기는 것이므로 엄벌주의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치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소년법은 미국식 보호주의를 반영하고 있는데, 정작 그 원조인 미국도 엄벌주의로 전환하였고, 1969년에 이미 그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고집스럽게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소년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은 한국이라고 별반 다르지도 않다. 그런데다가 촉법소년도 아닌 고등학생들이 벌인 윤간사건(밀양사건 등) 같은 것에 대해서도, 학생의 장래 운운하는 헛소리들이나 하고 있고. 온정을 보일 수 있는 범죄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어느 쪽이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이제 생각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도. 물론 법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반드시 머리숙여 사죄하라거나 하는 말은 없다. 없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과거의 상처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을 때 가해자와 그 가족이 소년법 뒤에 숨어 사죄조차 하지 않은 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면, 이건 뭔가 문제가 심각한 거다. 뒷표지에 있는 다음 문장이, 그걸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히로시의 가족은 진달래 꽃밭에서 죽은 아들 때문에 진달래를 쳐다보지도 못하지만, 소년 A의 사무실 앞에는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