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시바 아저씨”를 사 볼까 하고 있었는데, 같은 작가의 “고양이와 할아버지”를 출판사에서 한 권 보내주셨다.
바닷가가 멀리 보이고, 좁은 골목과 계단이 많은 비탈진 동네에 사는 다이키치 씨는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찹쌀떡처럼 오동통한 거대묘 타마와 함께 산다. 다이키치 씨는 15년 전까지 학교 선생님이었어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잘 알고 있고 여전히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완두통 같은 것을 나눠 먹기도 한다. 다이키치 씨는 젊었을 때는 자취를 했어서 혼자 살지만 살림솜씨는 야무지고, 할머니가 그리워지면 할머니가 해 주던 음식들을 재현해 보기도 한다.
나름대로 고양이들에게 잘 해주면서도 소리를 질러대는 이와오 씨나, 다이키치 씨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진료를 봐 주셨던 동네 의사 오노다 선생님, 초등학교 동창 삿짱의 장례식. 초등학교 동창들이 여전히 함께 늙어가는 작은 마을의 풍경과, 그 마을 풍경의 일부처럼 돌아다니는 통통한 고양이들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책의 홍보 멘트가 “개성만점 할아버지와 시크한 고양이 콤비”가 아니라, 좀 더 잔잔한 멘트였어도 좋았을텐데.
타마는 열 살이다. 고양이로는 이제 중노년의 나이다. 다이키치 씨도, 아내를 잃고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가는 75세의 노인이다. 어느 쪽이 먼저 떠나더라도, 삶은 흘러가겠지만 남겨진 쪽에게는 비극이 될 터. 그 불안을 남겨놓은 채, 만화는 평화롭고 쓸쓸하고 행복한 풍경들을 잔잔하게 담아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