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로 엽기적인 이야기. 전쟁 중 공을 세우려고 날뛰다가 대포에 맞아, 몸의 반쪽이 날아가 버리고 남은 오른쪽의 반쪽을 수술하여 겨우 살아 난 메다르도 자작. 그는 반쪽짜리 인간으로 고향에 돌아오지만, 그것은 그의 선한 마음이 아닌 악한 마음만을 가진 반쪽이었다.
온갖 잔인한 행동과 악행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던 그는 파멜라라는 소녀를 사랑하게 되어 실로 엽기적인 프로포즈…… 자신처럼 반토막을 낸 동물 시체를 가져다 놓는 등의 행동을 벌이며 자신의 성으로 들어 올 것을 요구한다. 그때, 메다르도 자작의 몸 왼쪽….. 그리고 그의 선한 마음이 함께 돌아오는데. 사실 그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 같이 왼쪽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 아닌, 양 쪽으로 갈라져서 왼쪽이 멀리 날아간 것 뿐이었다. 선한 반쪽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목적도, 의도도 없는, 순수하고 비인간적인 선행을 베푼다. 메다르도 자작의 악한 반쪽이 순수하고 비인간적인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것 이상으로. 마을 사람들은 이 선과 악으로 나뉜 두 메다르도 자작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선한 반쪽 역시 파멜라를 사랑하게 되며 이야기는 꼬이고 만다. 그런데다 파멜라는 두 쪽 모두에게 결혼을 약속하고 만다.
극단적인 선행 속에는 악의 흔적이 엿보이고, 극단적인 악행 속에서도 선은 찾을 수 있다. 두 명의 반쪼가리 자작들은 신부를 두고 결투를 벌인다. 그리고 그들의, 원래 서로 붙어 있었어야 하는 부분이 상처를 입고 서로 쓰러지자, 의사는 두 명을 봉합하여 원래의 자작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원래의 자작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엽기적인 우화와도 같은 두 명의 반쪼가리 자작들을 보며 생각한 것은, 캐릭터성과 단순화된 인간상. 사람의 일면만을 보는 태도. 그런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것이 먼저였지만, 다시 읽고 보면 여기에 반쪽짜리 인간이 메다르도 자작뿐인가 싶기도 하다. 등장인물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포인트. 풍자소설로도, 판타지로도, 이 소설을 읽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읽어도 웃지 않을 수 없는, 계속 손을 뻗어 집어먹지만 뒷맛은 쌉쌀한 초콜릿과 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