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일기

실종일기 – 아즈마 히데오, 세미콜론

사놓고 앞부분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가 두번째 가출에서부터는 굉장히 불쾌하게 읽었던 책. 내다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훑어보았다.

역시 내다 버려야겠어.

온라인 서점에는 의외로 호평이 많이 달려 있어서 놀랍긴 하지만, 문화청 미디어예술제 대상, 일본만화가협회상 대상,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등을 받았다니까 함부로 점수를 깎지 못하는 면도 있으려나. 여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분나쁘게 읽은 책이었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은 있다. 차라리 일반 회사원이라면 그 자리는 누구든 다른 “부품”이 메꿀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시를 쓰고 있는 만화가가 도망을 쳤다. 일단 뭐 한번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노숙 생활을 참혹함이 아닌 둥글둥글 유쾌한 화풍으로 그려낸 것도 원래 명랑만화를 하던 작가였다니까, 하고 이해했다. 하지만 두번째 가출과 알콜중독은? 몇번을 다시 곱씹어 읽어도, 이건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의 어리광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가출을 하고 노숙을 하고 다녀도 괜찮은. 치안상태가 괜찮은 나라에서, 게다가 버블 시대였고 편의점이나 수퍼의 품질관리도 좋아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구하기도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이 생활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 부인이 집에서 기다리는 상황 말이다. 배관공사라든가, 노동을 통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려나 싶더니 한두번의 좌절로 다시 그만두는 모습까지. 자기 자신을 희화화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감안하고 또 감안하더라도, 어리광부리지 마, 이 아저씨야! 소리가 나올 것 같은 만화. 게다가 막판에는 알콜중독…… (두통)

빅이슈 빅판님께 사과해….. 싶어지는 만화. “진솔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것 말고는, 읽는 내내 부아가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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